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 버려진 생명들과의 인연

‘반토막’과 ‘키다리’, 새로 태어난 이름들

by 골든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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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1.png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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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2.png
After

오늘은 마음이 한 낮보다 뜨거운 날이다.


햇살이 작열하는 한낮, 점심을 먹고 옥상 뜰로 올라갔다. 여기 부임하여 온 지 며칠 안 돼서 아직은 낯선 공간이다. 뜰 한 켠에서 두 녀석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옥상 구석, 여기저기 흩어져 버려진 화분들. 이미 죽어버린 다른 생명들 사이에서 내 눈앞에 나타난 두 녀석은 아직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초록 이파리를 흔들며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다.


햇볕은 36도를 넘었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이 작은 식물들은 그저 묵묵히 타는 목마름을 견디며 말없이 버티고 있었다.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내 감정을 건드린 그 순간,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나는 이 식물의 이름도, 습성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건 아무 가치가 없는 지식일 뿐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구조 신호를 보내기라도 하는 듯 흔들거리는 이파리들이 말을 걸어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조금만 도와주세요."


퇴근 길에 나는 이 두 녀석을 집으로 데려왔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마른 잎을 정리해주고, 물을 듬뿍 주고, 잎 하나하나 씻어 주었다. 안도의 한숨이 그 녀석들로부터 전해진다. 그리고 인증샷도 찰칵 기록으로 남겼다.


나는 전문적인 식물 집사가 아니다. 물 주는 것도 자주 잊고, 이름조차도 잘 몰라서 제대로 검색하려면 한참을 헤맨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했다. 물과 햇빛만큼은 정성껏 챙겨줄게.


함께 살려면 이 아이들 이름이 필요하다. 이제는 긴장 풀라고 조금은 장난스럽게 작은 녀석에게는 '반토막'이라고 했다. 1미터가 넘는 키인데도 키 큰 친구 옆에 서니 작아 보여서 붙여준 이름이다.


그리고 키 큰 녀석은 그냥 '키다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멀리 내다보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제 이 두 생명은 내 책상 옆에 자리 잡았다. 나의 하루를 조용히 지켜보고, 내 기쁨과 피곤함을 함께 나눌 것이다.


어쩌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 아이들도 함께 살아 있다면, 마지막 순간엔 내 무덤가로 데려가고 싶을 만큼 진한 애정이 피어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다고, 그것이 남들 보기에는 비록 아주 소소한 것으로 보일 지라도.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이, 더 자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꽃 한 송이에 환해지고, 풀 한 포기에 마음 흔들릴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인생의 작은 순간들까지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의 행복을 누가 훔쳐갈 수 있을까.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이에게 하늘이 내린 작지만 큰 행복이리라. 지금은 누가 이 아이들을 버렸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이들을 만났다는 것과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로 족하다. 이 인연으로 나는 행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끝까지 함께 하자는 작은 다짐이면 충분하다. 이제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살기로 했다.


물을 주고, 햇살을 챙겨주고, 영양제도 잊지 않겠다는 욕심까지 내본다. 관심을 가지고 서로의 삶을 지켜보며 따뜻하게 살아가기로 했다.


오늘은 정말, 하찮게 버려진 말없는 생명 두 점이 내 하루를 크게 움직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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