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선을 넘은 식물을 보았다

작은 식물 하나가 보여준, 사회의 무너진 경계

by 골든펜
선을넘은풀.png

걸어서 사무실로 향하는 아침이다.
평소처럼 걷던 출근길에서 낯선 장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몇 번이고 지나쳤던 길인데 유독 오늘은, 이 식물이 내 안에 들어왔다.


한 줄기 풀이 선을 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풀밭에서 자라다가 인도 쪽으로 위태롭게 선을 넘고 있었다.

도로, 인도, 그리고 풀밭으로 이어진 평범한 길이다.
하지만 식물은 그 경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생명이 달린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선을 넘으면 행인의 발에 밟히거나 차에 치여 잘리거나 뽑히고 말텐데...

온전히 살고 싶으면 바깥 풀밭 쪽으로 뻗어야 한다.


무지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어도 용서가 없다는 역사가 없어서일까?


철없는 이 식물은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무시한 채 슬금슬금 선을 넘고 있었다.


그 식물을 지나쳐 몇 걸음 더 가다가 문득 선을 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한 공간에 공존하는 모든 존재에게는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 그 경계는 평화와 생명을 담보하는 공생의 선이다. 물리적인 경계일 수도 있고,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사회적 기준일 수도 있다.

명시되어 있는 법일 수도 있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반드시 무거운 책임이 따라온다. 때로는 생명의 단절까지 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 선을 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슬픈 일이다.

무지를 용기로 착각하는 이도 있고, 자유로 포장된 이기심으로 목청을 높이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신을 동반하기도 한다.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하는 사람, 생산지를 속여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사람, 조금 부족한 사람을 교활함으로 속이는 사람, 돈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겨 수강료만 챙기는 사람, 허황된 욕심 부추기며 벼룩의 간을 훔치는 사람, 선을 넘고도 법의 빈틈을 타고 빠져나가는 사람, 자기 욕정 채워놓고 거짓말로 누명을 씌워 억울함을 쌓는 사람, 권력을 이용하여 사익을 취하는 사람...


선을 무시하는 사람들로 인해 생긴 틈이 벌어져 이 나라는 정의를 잃고 사익으로 갈라지고 있다.

경계가 무너지면 어김없이 무질서가 찾아온다. 더 이상 서로를 믿지 못하고 체온을 잃은 각자도생의 난장판으로 떠밀려간다. 작은 잘못을 외면하고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때 경계는 스멀스멀 무너진다.


선을 넘는 사람이 벌받지 않는 사회에서 정의는 힘을 잃고 역사는 외면 당하고 곧이어 정글이 되고 만다.


이 아침에 내 눈에 들어온 식물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 시대를 똑바로 바라보라는 하늘의 메시지였는지 모른다.


더 무너지면 안 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아니, 단순히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명확하고, 더 정의로우며, 더 따뜻한 경계들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더 이상 이 땅에서 돈과 권력으로 억울함이 만들어지면 안된다. 반성 없는 죄가 신의 이름으로 용서가 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겠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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