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VA_Indonesia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 머물렀던 숙소는 오토바이만 다닐 수 있는 작은 골목 안에 있었습니다.
큰 도로 사이를 가로지르는 좁은 골목이었는데, 작은 가게도, 세탁소도 그리고 언제나 사람이 북적이는 식당이 있었죠.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말이 통하지 않아 주인아주머니는 언제나 계산기를 보여주셨어요. 세탁소에 가도 마찬가지였죠. 글쎄 작은 식당에 들어갔는데 밥이 떨어졌다는 뜻이 통하는데 통역이 등장한 일도 있었다니까요. 어때요 이곳 풍경이 좀 그려지나요. 족자카르타에선 이 골목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길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은 골목이 큰길 사이를 연결하다 보니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작은 오토바이들이 쉼 없이 지나다녔죠. 저녁이야 문제가 없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바로 방 앞을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는 의도치 않게 절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었어요. 창문 밖으로 쏟아지는 빛살의 작은 무게나 새벽녘 화장실을 찾는 잠이 덜 깬 발걸음 소리에도 쉬 눈이 떠지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소리는 정말 곤욕인 셈이죠.
첫날은 무슨 이런 숙소가 있나 싶었고, 두 번째 날은 여기 계속 머물러야 하나 싶었고, 세 번째 날은 그래도 골목이 아기자기 하니 좀 견뎌보자 했고, 네 번째 날은 이제 일어날 때가 됐군 했고, 다섯 번째 날은 새벽부터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찍었고, 여섯 번째 날은 가만히 오토바이 소리를 감상하게 됐죠.
계속 듣다 보니 사람 목소리만큼이나, 오토바이 소리가 다 다른 거 있죠. 우당탕탕 좀 떠들썩한 소리도, 베이스 톤의 저음으로 깔리는 묵직한 소리도, 탈탈거리며 할아버지 마른기침 같은 소리도, 회사에 늦어 쌩쌩 재빠르게 달리는 소리도…. 가만히 소리를 듣고 보니 처음에는 오토바이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또 어떤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등 오토바이 소리를 결정하는 경우의 수를 이것저것 생각했죠. 그러다 한참 더 듣고 보니 어떤 사람이 몰고 다녔는지가 지금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가장 결정적이란 결론에 이르렀죠. 모양이 비슷해도 다른 소리를 내는 오토바이가 많았던 거예요.
하물며 오토바이도 지문처럼 그렇게 자기 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이 내는 소리며 풍기는 기운은 어떨까요. 좀 거슬리고 성가셔도 사람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자, 그럼 이 사람의 살아온 날이 보일 수도 있으니까. 오토바이 소리에 좋고 나쁨이 있나요. 다 자기 소리인데, 단지 내가 듣기 좋은 소리만 있는 거겠지요. 숙소를 잡고 첫날부터 후회했는데, 글쎄요 지금 보니 또 그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서 여행인가 봅니다.
_Photo Info
Leica M-P+Summilux-M 1:1.4 / 50mm ASPH
2017, Yogyakarta, JAVA ⓒ Kim Dong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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