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Essay
풀 냄새 날리는 길, 하늘하늘 손짓하는 나뭇가지의 푸름 사이로 튕겨져 들어오는 햇빛이 어른거리고 발을 뗄 때마다 길의 영혼인양 가볍게 날리는 흙먼지, 그런 길을 걷다 커피 향과 빵 냄새가 골목을 떠다니는 곳에서 아침을 맞고 싶다.
연발된 기차, 당혹함에 배낭을 풀고 플랫폼 한쪽에 자리를 잡는다. 지루한 기다림 속에 경계를 풀고 같은 처지를 받아들이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배낭을 좀 봐줄 수 있냐, 고 내게 물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고 싶다.
길을 헤매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을 쉬 넘기지 않는 따뜻한 누군가의 엄마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냉수 한잔을 건네는 그런 사람이 사는 곳을 여행하고 싶다.
붉은 사막 아래 은하수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지도 모르는 밤. 길에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것 같은 기쁨과 놀람에 밤새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났으면 좋겠다. 헤어짐의 순간 그 친구가 종이에 꾹꾹 눌러 쓴 이메일 주소를 받고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아쉬움에 등 돌리는 아련함을 간직하고 싶다.
이름 없는 도시에 도착하고 보니 꿈에 그리던 풍경인, 그래서 너무나 머물고 싶은, 하마터면 여기에 살아도 될까요 하고 물어볼 뻔한. 그런 여행지에서 한 달 정도 글도, 사진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을 바라보고 싶다.
육로로 국경을 넘어 도착한 작은 마을, 외국인에게 쏟아지는 시선 속에 ‘저 사람 밥이나 먹었나’ 하는 말 못 한 온기가 배어 있는 곳, 그런 말도 안 되는 곳을 딱 한번 만났고, 다시 그런 마을에 갈 수 있다는 상상을 품고 살아가고 싶다.
젊은 여행자에게 밥 한 끼 사며 그의 꿈을 들어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에게 조언 내지는 충고 아닌 진한 눈빛만 나눠주고 싶다.
여행자 숙소의 작은 침대 위에서 몸살에 떨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빵과 우유를 사다준 뒤 방문을 꼭 닫고 한참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
말보다 글보다
내 바람의 행동이고 싶다.
가끔 그래도 되는 것들.
_Photo Info
Leica M-P(typ240) + Summilux-M / 50mm ASPH
2017, Penang, Malaysia ⓒ Kim Dong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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