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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 김동우 Jul 26. 2017

메콩강

Raos




그저 동공 속으로 풍경이 정지된 듯 들어온다. 오래된 사진 같은 장면 안에 끊임없이 변화가 깃들어 있다. 풍경 안엔 원래 그랬을, 당연히 그랬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메콩 강이 있다. 강물의 주름이 펴지고 늘어지며 서서히 흘러가는 모습은 얼핏 평범해 보인다. 온종일 일정하게 울리는 강줄기의 음률이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물을 일상의 속도가 아닌 조금 느린 여행의 속도로 관찰하면 평범은 비범이 된다. 일상을 덜어낸 머릿속에 어느새 메콩 강의 진지한 울림이 스민다. 어느 것도 이길 수 있을 듯하지만 성나지 않은 목소리.

그제야 걸음을 옮긴다.


강 안에서 몸을 식히는 물소 떼

검게 그을린 팔뚝을 씰룩거리며 건져 올리는 그물

집 앞에서 멱을 감는 아이들의 웅성거림

강을 거스르거나 순응하며 어디론가 부산히 움직이는 배들

평생 봐왔을 강줄기의 움직임을 어제처럼 그리고 내일처럼 그렇게 지그시 바라보는 노파

그 옆 다리 위에서 용기를 뽐내며 강에 몸을 던지는 젊은이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여행자들

낮은 담 너머에서‘툭’하고 떨어지는 망고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메콩 강의 일부


겸손하게 일상에 숨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자들에게만 보이는 아주 소소한 하루.

뭘 하려 들면 두더지처럼 숨어 버리는 것들.

가만히 보고 그리고 걸으면 사랑처럼 불쑥 나타나는 것들.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들을 조용히 한 장 담는다.

내 걸음에 낮잠을 즐기던 아저씨가 몸을 일으켜

지긋하게 강을 바라본다.


천천히, 느리게.










_Photo Info
Leica M-P(typ240) + Summilux-M / 50mm ASPH
2017, Kong lor, Raos © Kim Dong Woo
CopyRight. 2017. Kim Dong Woo All Rights Reserved.
All Pictures Can 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instagram_
https://www.instagram.com/road_do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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