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 다시 빛으로 향하는 마음

봄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by 온마음실험실







겨울의 끝자락, 공기는 유난히 맑고 차갑습니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가볍게 손끝을 스치지요. 얼어붙은 강물 위로 햇살이 반사되고, 눈 덮인 들판은 고요하지만 그 속에서는 여전히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겉으론 멈춘 듯 보이지만, 자연은 단 한순간도 쉰 적이 없어요. 지금도 땅속 깊은 곳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자라나고 있지요.




식물의 뿌리는 겨울 동안 활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낮은 온도에서도 세포 속 에너지를 모으며, 언젠가 올라올 봄의 신호를 기다려요.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그 느린 움직임이 결국 새싹을 밀어 올리고, 꽃을 피우게 하죠. 삶도 마찬가지예요.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회복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상처 난 감정이 아물고, 멈춘 것 같던 시간이 조금씩 방향을 틀어 다시 빛으로 향하는 중이에요.





우리는 자주 조급해집니다. 왜 아직 변화가 없을까,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지만 진짜 변화는 소리 없이 시작된다는 걸, 자연은 늘 알려줍니다. 겨울의 끝이 가장 조용한 것처럼, 회복의 시작도 언제나 고요하게 다가오니까요.




때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하루가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도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나를 지탱하고 있어요. 심장은 쉼 없이 뛰며 하루를 건너게 하고, 마음의 뿌리도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지요. ‘견디는 일’ 그 자체가 이미 자라남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얼음이 녹는 건 어느 한순간이 아닙니다. 아주 오랜 시간의 미세한 온기들이 겹겹이 쌓일 때, 마침내 투명한 물이 되어 흐르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래요. 언젠가 갑자기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다정함들이 쌓이며 천천히 녹아내리는 거예요.





그러니 오늘이 아직 차갑게 느껴지더라도 괜찮아요. 지금 이 시간도 분명히 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당신 안의 계절은 여전히 살아 있고, 조금 늦게라도 결국은 피어날 테니까요.




눈부신 변화보다, 조용한 자라남이 더 멀리 당신을 데려갑니다.

- 온마음실험실 -

이전 15화눈송이가 전하는 고유한 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