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자랑스러워

by 윤성진

EP.1 는 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


때는 바야흐로 9년 전 첫째를 임신했을 당시,
태교에 좋은 게 뭐가 있을까 열심히 찾던 중이었는데 그때 마침 눈에 들어왔던 건 '종이접기'였다. 하지만 재미가 없어서 몇 개 접다가 때려치웠다.
그리고 태교에만 좋은 게 아닌, 태교에도 좋고 나도 재미를 느끼는 게 뭐가 있나로 이유를 바꿔봤다.

계속되는 관련검색어에는 뜨개질, 종이접기, 고스톱, 자수 등등이 나왔다. 죄다 손으로 하는 것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손으로 뭔가 하는 걸 좋아하고 남들이 말해줬듯이 정말로 손재주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폭풍 검색하던 중 발견한 아주 고급 수준의 '프랑스 자수' 작품. 거실 한쪽 벽에 액자로 걸린 가로길이 1m는 족히 돼 보이는 작품 안에는 커다란 꽃다발이 있었다.

'이거다!'

왜 그런 경험 있잖나.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확대해서 보이고 주변은 누가 까맣게 칠한 것처럼 검게 보이면서 목표물만 도드라지게 보이는 현상. 그때가 딱 이랬다. 하지만 요리조리 아무리 봐도 이 꽃다발은 내가 넘을 수 없는 벽이라서 초급 수준의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발견한 아기자기한 자수의 향연들.

'오? 이 정도는 나도 얼추 하겠는?!'


하지만 처음 도전해 보는 분야라 할 수 없단 생각이 더 커서 욕심은 나지만 자신감이 바로 생기지 않았다.




EP. 2 나의 자랑스러운 컬렉션, '아리 3종세트.'


이 자수는 다른 거와 달리 실 한가닥만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지극정성이 들어간 자수. 눈이 아팠었다. 실이 가늘어 색이 연한 건 잘 보이지가 않아 조금 애를 먹었다. 스티치기법이 단순해서 하기 쉽지만 지금 하라 하면 못한다. 이건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이렇듯 마음먹었을 때는 미루지 말고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얘네들처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테니까. 음에는 자신이 없어서 욕심 안 내고 쉬엄쉬엄하다보니 드디어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취미니까 가능하지, 생업이었다면 스트레스 엄청 받으며 했을꺼다.

최근에는 자수들을 하나둘씩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신혼 때부터 10년 가까이 함께 해 온 애들이라 정이 많이 들었지만 가지고 있으면 뭐 하나. 내가 꼭 거머쥐고 있으면 왠지 얘네들이 바깥세상은 모른 채 우물 안 개구리처럼만 살까 봐 더 넓은 세상으로 보내주고 있는 중이다.

음악쌤, 배쌤, 역사쌤, 어린이집 원장님, 회사팀장님, 동네애기 엄마들, 친한 언니, 내 동생, 부모님, 딸내미, 시어머니, 단골 한의원, 심리상담사분, 큰애유치원담임선생님, 외가친척들 등등. 선물로 기꺼이 줘도 아깝지 않은 분들에게 꾸준히 나눠드리고 있다.


잘 살아, 내 사랑들.
너희들이 있는 곳은 어딜 가나 반짝일 거야.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