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직감이 느껴질 때
그런 순간이 있다.
내 기분에 사로잡혀서 주위가 보이지 않을 때.
오로지 내 안의 짜증에만 집중된 채 옆에서 남편이 말을 걸어와도, 아이들이 엄마 뭐 해달라고 졸라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엄마가 계속 대답이 없으면 아이들이 조르기 시작하고 여기에 화가 난 나는,
"엄마가 나중에 해준다고 했잖아!"
"시끄러. 조용히 해."
라며 버럭 해 버린다.
혼자 있을 때는 갑자기 짜증이 밀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외부에서 오는 자극인데 유독 아이들에게 짜증을 많이 낸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저 깊은 내면에 있는 결핍된 채 채워지지 않은 욕구들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화에 사로잡혀 아이의 잘못을 따지며 혼내고 있는데 듣다 보니 내가 오해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멈추고 화를 누그러뜨리며 말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내가 지금 오해했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멈추지 않고 이상한 핑계를 대며 화를 계속 내야 할 명분을 만든다(돌이켜 보니 아주 몹쓸 짓이네).
아마도 내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것 + 나보다 약자인 아이에게 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이미지 + 감정의 노예가 되어 화를 스스로 멈출 수 없는 상태여서 그런 듯하다.
EP. 2 이제는 멈춰야 할 때
어찌 됐든 몹쓸 짓이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심리상담사 분은 이런 나에게 '이기적이네요.'라고 하셨다. 나도 안다. 이럴 땐 내가 이기적이라는 거. 내 기분에 심취해 애꿎은 사람들만 못살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나니 조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또 갑자기 짜증이 올라와서 속으로 씩씩거리고 있을 때 '아! 왔구나. 나 지금 짜증이 올라왔어.' 속으로 되뇌자마자 짜증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진정 좀 하라고 애들한테 늘 시키던 심호흡을 하니 금방 괜찮아졌다. 진정한 뒤 내가 아까 왜 짜증이 났지? 따져 묻다 보면 꼭 이유가 한 두 개씩 나온다. 내일 수업이 걱정된다라던가, 살쪄있는 뱃살 때문이라던가, 다 떨어져 가는 화장품 때문이라던가, 지금 내 눈앞에서 뒹굴고 있는 머리카락과 먼지 때문이라던가 등등. 대부분 내 안의 일들이다.
이제는 멈춰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