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불안함과 그 불안함의 대비책

by 윤성진

EP. 1 변덕스럽고 만족을 모르면


그녀가 며칠에 한 번씩 젊었을 때의 모습을 하고서는 꿈에 등장해서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는 어릴 때 나에게 했던 그대로 가차 없이 상처를 후벼 파서 기상을 해도 개운하지 않고 꿈의 기분이 현실로 따라와 몹시 불쾌하다.


일상에서는 깜빡이도 안 켜고 시시때때로 런 불안한 생각들이 엄습해 와서 답답하고 가슴 한가운데를 아프게 콕콕 찌른다.


'갑자기 집에 찾아오면 어쩌지?'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문자 오면 어쩌지?'
'지금 전화 와서 휴대폰 창에 그 이름이 뜨면 어떤 기분일까..'

만약 갑자기 집에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그래도 고집부리면 욕을 퍼부어야겠다.
이것이 지금 엄마를 향한 내 심정이다.



자기 기분에 따라 매 순간 이랬다 저랬다 하는 어른과 함께 살면 옆에 있는 힘없는 어린아이는 매일 불안함을 느고 힘들어도 기댈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어떤 걸 갖다 바쳐도, 어떤 말을 해도 만족을 못했기 때문에 늘 어떻게 하면 엄마 마음에 들 수 있을까를 습관처럼 고민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난 무슨 짓을 해도 엄마 마음에 들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구나.'를 서른 즈음에 깨달았다.
하지만 깨달았다고 해서 이 습관적인 고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젠 대상이 엄마가 아니어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나쁜 경우의 수를 접목시키고 온갖 대비책을 세우며 팍팍하게 스스로를 옥죄며 살아가고 있었다.

감정 또한 선택적으로 무뎌졌다.
기분파에다 그 어떤 것도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감정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내가 살기 위해서 스스로의 감정을 최소화시킬 수밖에 없다. 내가 똑같은 기분파였으면 엄마가 그러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었을 텐데 내 성격이 이러하지 않다.

아빠를 닮아 진지한 구석이 있기에 엄마의 수많은 언행이 이해가지 않았다. 또한 엄마의 말로 인해 일어나는 안 좋은 상황들을 내가 감당할 수 없었기에 책임감 없이 회피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이것 또한 습관이 되어 내 일에 관해서도 알면서 모르는 척 넘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그리고 이런 듣고도 모르는척하는 '회피성'이 내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터득한,

엄마 옆에 있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EP. 2 폭풍전야


평소 아무 날이 아닐 때는 서로가 살기 바빠서 빈자리가 잘 느껴지지 않지만 가족들이 다 모여야 하는 날, 명절이나 생일 등이 오면 나도 부모님도 서로가 자연스레 떠오를 거다.


그리고 이게 쌓이면 분명 문제가 될 거다.
아빠는 우리 관계에 대한 심각성을 알지만 엄마는 잘 모를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피하고 싶어서 가볍게 여기고 있거나. '이러다 말겠지'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일, 명절인데도 깜깜무소식이다? 점점 심각함을 깨닫다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불안한 점이 이거다.
여태 참다 참다 숨이 막혀 결국엔 옆을 떠난 거였다. 이런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데 이를 참지 못해서 어떤 식으로든 중간에 건드릴까 봐 불안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물이라서 갑자기 이 생각이 떠오르기라도 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한참이 지나야 사라진다.

어제는 이 생각을 끝내 뿌리치지 못해서 결국 새벽 내내 잠을 설치다 3시가 돼서야 잠들었다.



EP. 3 제발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줘!


몇 번의 명절이 지나가야 이 불안함이 사라질까.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이 불안함이 느껴져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스스로를 챙기기에도 너무 바쁘고 벅찬데.
내 가정에 충실하고 싶은데 자꾸만 방해받는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 나만 해결할 수 있겠지.
이 끔찍한 기분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