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자존심

by 윤성진

EP. 1 자존심이 비집고 나올 때


아침에 첫째가 티비보느라 등교준비를 닝기적거리고 있었다. 집을 나서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둘째라도 먼저 준비시켜야겠단 생각에 세수시키고 패딩을 입히면서,

"우리끼리 준비하자."

라고 했더니 첫째가 울고불고 난리 났다.

"왜 나만 빼고 갈려고 해애~~ 우리끼리 간다고 하지 마아~~~ 뿌엥~~~~~~"

"........."


첫 번째로 드는 생각,
'가자할 때 자기가 티비본다고 꿈쩍도 안 했으면서?'
두 번째로 드는 생각,
'일단 하던 거 마저 하자.'
둘째를 마저 등원준비시키고 있는데 첫째가 서럽게 울면서 또 한마디 한다.

"엄마아~~ 왜 내 마음 몰라줘~~~~"

여기서 세 번째로 드는 생각,
'하아.. 니 마음이 도대체 뭔데. 빨리 나가고 싶다.'

이놈의 자존심이 또 눈치 없이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있다.




EP. 2 대상이 잘못됐어


첫 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남 탓
두 번째와 세 번째 생각은 외면과 무시
내 속에 있던 습관성 남 탓과 외면이 정신없이 바쁜 틈을 타서 비집고 나왔다.

그저 '우리끼리'라는 말이 서운했던 딸은
이 말을 내가 안 하길 바랄 뿐이었다.
자기가 잘못한 것도 알고 엄마에게 미안하다 사과까지 했는데, 그 뒤에 마지막으로 덧붙인 건 하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여기서 또 쓸데없는 자존심이 솟구쳐서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오다가 아이가 세 번이나 부탁하고 나서야 내 입에서 나온 게,

"알았어. 다은이 빼고 우리만 간다는 말은 아니었어. '우리끼리 하자'는 말은 안할게."

가 겨우 튀어나왔다.


맨 처음
"엄마, 내 마음 왜 몰라줘."
라고 했을 때 바로 대답이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자존심을 부리지 말아야 할 대상에게 단지 지기 싫다는 이유로 서운함을 안겨줬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