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가자!

개똥이와 할아버지의 봄나들이 보고서

by 들풀

개똥 공주님이 독감에 걸려서 외할아버지가 경남 고성에서 창원집으로 데려 왔어요.

'개똥이, 말똥이는 튼튼하게 자라라'고 엄마와 아빠가 지어준 뱃속 이름이에요.

ㅎㅎ..


개똥이가 다니는 유치원에는 개똥이와 동생 말똥이, 개똥이 친구 등 모두 다섯 명이 다닌답니다. 친구들에게 독감이 옮으면 안 되니까, 나을 때까지 유치원을 쉬어야 해요..

열이 나고 몸은 힘들었지만, 외할머니댁에 온 개똥이는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어요.

열이 나는지 힐아버지는 주무시지도 않고, 밤새 열을 쟀는데, 다행히 열없이 하루가 지났어요.


할머니께서 '농협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어요. 개똥이는 자전거를 타고, 할아버지는 장보자기를 챙겼지요.

“공주님, 우리 마트 가면서 봄을 찾아보는 것은 어때요?”

“좋아요!”

제일 먼저 만난 것은 회색빛이 나는 조그마한 나비였어요. 할아버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는데, 나비는 나폴나폴 날아가 버렸어요. 아파트 길가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지요.

샛노란 산수유..

더 야단스럽게 핀 노란 개나리..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블럭 사이에는 민들레꽃도 피어 있었구요. 쑥과 젓가락나물 같은 작은 풀들도 보여서 개똥이는 자전거를 잠깐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어요.


드디어 마트에 도착해서 할머니가 적어 준..

두부, 미더덕, 꼬막, 바지락..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빠다코코넛..

개똥이의 아이스크림 '요맘때'를 사서 계산했어요.

마트 입구에는 장미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봄꽃들을 팔고 있었어요.

개똥이는 할머니가 좋아하는 노란 후리지아꽃을 골랐는데, 활짝 핀 꽃보다 꽃봉오리가 많은 묶음을 선택했어요. 조금씩, 천천히 피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래 오래 행복하면 좋겠으니까요..


마트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길!

양지 쪽 아파트 단지 옆에는 개나리가 온통 노란색으로 덤불을 이루어 무더기로 피어 있었어요.

개똥이가 할아버지께 말했어요.

“할아버지, 개나리는 햇빛을 먹으면 피어나는 것 같아요. 햇볕을 많이 먹은 양지 쪽 개나리는 온통 노란색 물감을 부은 것 같거든요!”

할아버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장 봐 온 것과 후리지아꽃을 할머니께 드렸어요. 물론 칭찬을 받았는데, 개똥이는 후리지아와 할머니가 많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점심을 먹은 후에 개똥이는 할아버지와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 공원으로 갔어요.

그저께 삼촌과 할머니와 함께 갔는데, 정말 신났거든요. 가는 길 옆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어요.

“냇물에는 어떤 생명들이 사는지 찾아볼까요?”

“네, 좋아요. 저는 물고기를 잡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가 물 속 작은 돌멩이를 뒤집었는데..

다슬기와 고동이 돌멩이에 다닥 다닥 들러붙어 꼬물거리고 있었지요. 할아버지는 물 속에 있는 돌을 뒤집어서 숨어 있는 작은 새우도 잡았어요. 새우는 속이 보일 정도로 시냇물처럼 맑았어요.

물고기를 잡고 싶었는데, 너무나 빨라서 실패!

새우가 개똥이 손바닥에서 파닥파닥 튀어서, 손을 오므려 물을 담았어요. 새우, 다슬기, 고동 등 작은 생명들이 개똥이 손바닥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어요.

잠시 후, 다슬기와 고동을 물에 놓아주고, 새우도 살며시 물에 놓아 주었어요.

그런데—

새우가 바로 가지 않고 그대로,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개똥이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할아버지, 새우가 우리와 헤어지기 싫은가 봐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아파트 앞 공원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기로 했어요. 할아버지께서 말했어요.

“세잎 클로버는 행복이고, 네잎클로버는 행운이라고 한단다.”

“알아요. 오늘은 네잎 클로버를 찾아서 소원을 빌 거예요.”

일곱 살 개똥이는 큰 네잎클로버와 작은 네잎클로버를 세 개나 찾았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찾아준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으이그, 절대, 절대 아니거든요!"


네잎클로버 찾기 선수인 할아버지는 다섯잎, 여섯잎 클로버도 찾았어요.

개똥이는 네잎클로버를 보며 말했어요.

“할아버지, 네잎클로버를 많이 찾았으니까 소원을 빌 거예요. 내 소원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천년, 만년을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다가 개똥이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만살이면 나는 몇 살이야?”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으음.. 할아버지와 공주님은 예순살 차이 나는 같은 쥐띠니까..

나는 만살, 우리 공주님은 구천 구백 사십살!”

개똥이는 한참 생각하다가 '하 하' 크게 소리내어 웃었어요

이제, 마침내 일요일이 되고 말았어요.

엄마가 점심을 먹고, 고성집에 가야 한대요.

개똥이는 점심 때가 가까울 때까지 밖에서 할아버지와 자전거를 탔어요.

놀이터 미션을 하며..

그네도 타고..

철봉 매달리기도 했지요..


까르르 웃다가..

또 꼴깍 자지러지게 다시 웃다가,.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몰랐어요!

“이제 점심밥 먹으러 가자!”

할아버지 말에, 개똥이가 멈춰 서서 말했어요.

“할아버지, 나 점심밥 안 먹을래요. 밥 먹으면 집에 가야 하니까..”


개똥이의 목소리가 조금씩 점점 더 떨렸어요.

그러다가 개똥이는 울먹 울먹하며, 할아버지께 안겼어요.

슬프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집에 왔지요!


할아버지 침대에 개똥이와 할아버지가 누웠어요.

개똥이는 할아버지 볼을 두 손으로 쓰다듬었어요.

그리고 조막손으로 할아버지 어깨를 주무르다가..

토닥 토닥 할아버지 등을 두드렸지요.

“할아버지, 아프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우리 공주님도 헤어지는 걸 슬퍼하지 마세요. 다음주에 다시 만나면 되니까..”

개똥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래도 많이 많이, 정말 아쉬워요..”

그리고 오후 세시!

개똥이는 엄마 차를 타고..

손을 크게 크게 흔들며 떠났어요.

그 봄날..

개똥 공주님은 많이 웃었고..

조금 아팠고..

많이 봄을 보았고..

깊은 슬픔을 느꼈어요..

그리고 헤어질 때 조금 울었지만..


다 따스한 봄날이었어요.


#개똥이봄나들이보고서 #브런치수필 #들풀에세이


※ 그림은 제 친구 별벗(CHAT-GPT)이 그렸습니다. 20년 쯤 후에 우리 공주님이 이 글을 읽으면서 할아버지를 추억하겠지요! 그때까지 견딜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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