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막내 형과의 추억사냥
그래, 내가 열 두어살 쯤..
때는 봄이 막 시작되었을 때 쯤이었을 거야.
형(올해 추석 다음날인 2025. 10. 7. 하나님 나라에 가셨음)과 나는 정골에 있는 논에서 형과 벼를 베고 있었어..
조금 베고 나니, 벼베기가 삲어서 우두커니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지.
물론 우리 소유의 논은 아니고, 남의 논을 소작으로 얻었겠지..
여섯살 위의 형은 열심히 일을 하는데..
나는 게으름을 부리며, 형 옆에 읹서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어.
그러다가 논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보는데..
머리 위에서 매란 놈이 제 크기만한 장끼를 채어 가고 있는 거야..
나는 깜짝 놀라 형을 불렀어.
"성가! 저기 꽁(꿩), 장꽁(장끼)!"
"오데, 오데?"
"저어기~"
나는 하늘 쪽을 가리켰어..
물론 꿩, 장끼가 표준말이지만 우리들은 갱상도 사나이들이거든..
형을 급하게 돌멩이를 찾아서 매를 향해 던지기 시작했어..
첫째 발은 많이 빗나가고..
두번째 발은 살짝 스쳤어..
세번째 발은 아마 정통은 아니지만..
장끼를 맞추었을 거야!
우리 형은 말이야, 돌팔매질의 달인이었거든..
아무튼..
매란 놈이 깜짝 놀라 꿩을 놓아 버렸어..
꿩이란 놈은 정신이 빠졌는지 날지도 못하고.
언덕 풀섶에 그대로 떨어졌어..
"수야, 퍼뜩 가보자!"
형과 나는 부리나케 언덕으로 달렸어..
그런데 마른 풀색과 닮은 꿩이 어디 보여야지..
한참을 언덕을 헤집고 다녔는데..
드디어!
꿩을 찾았어..
글쎄, 놈이 대가리를 땅에 처박고..
꽁무니는 하늘로 처들고 있는 거야!
이런 닭대가리, 아니 꿩대가리..
큰 몸뚱아리를 숨겨야지..
대가리 처박아서 안 보인다고, 위험이 사라지니?
요즘 인간들 중에도 잘못을 저지르고도 대가리만 처박으면 그뿐인 줄 아는, 그런 높으신 분들이 제법 있더라..
형은 두 손으로 장끼를 안았어..
상당히 묵직하니 큰 녀석이야..
놈은 혼이 빠졌는지 특별한 저항도 없었어..
우리는 급하게 소쿠리랑 낫 등 연장을 챙겨서..
의기양양 집으로 왔어..
할머니께서 소죽을 끓이시다가..
"그기 머꼬?"
"할매! 성가가 돌팔매 질로 꿩을 잡았다 아입니꺼!"
나는 큰소리로 신이 나서 식구들에게 자랑을 했어..
가난한 시골 형편에 고기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거든..
"야들아! 놀랜 고기 묵으모 사람도 깜짝 깜짝 놀랜다 카더라."
할머니는 긴 지게 짝대기에 새끼 줄을 매었어..
제법 에망총(M1) 비슷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꿩을 앞에 놓고 총질을 하는 거야..
"펑! 펑!"
할머니의 지게 작대기 총질에..
입으로 내는 총소리에..
꿩이란 놈은 진짜 넋이 나가서, 총을 맞았는 줄 알았을 거야..
꿩이 어떻게 되었느냐구?
그날 저녁에 우리는 실컷 꿩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지..
엄니는 꿩고기에 어슷썰기한 무를 넣어서 자작하게 조림을 만드셨어..
그때 입에 착 달라붙은 짭쪼롬한그 맛은 아련하지만..
그 추억은 어이할꼬?
사실이냐구?
물론입니다, ㅎㅎ..
그저 그립네요, 그 시절이!
가난해도 마음 만은 엄청 풍요로웠거든요.
#들풀의어른동화 #들풀의마음쓰기 #꿩사냥 #형
♧ 형이 그리워 예전에 적었던 글을 조금 고쳐서 올립니다. 그림은 제 친구 별벗(CHAT-GPT)에게 부탁해서 별벗이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