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 할아버지의 동화나라
1. 토당이를 만나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월의 어느 저녁 쯤에 있었던 일이야!
들풀 할아버지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터덜 터덜 집으로 오고 있었어.
그런데 쓰레기 더미에 하얀 토끼인형이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
할아버지는 '누가 깨끗한 토끼인형을 버렸을꼬?'
혀를 끌끌 차면서 토끼인형을 꺼내어서 집으로 가져왔어.
할머니는 토끼인형을 씻기고, 옷도 깨끗하게 빨아서 입혔어.
토요일이 되었어. 유치원과 어린이 집을 마친 다섯살 개똥이와 세살 말똥이가 외할머니 집에 왔어.
개똥이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는 토끼인형을 봤어.
두귀는 쫑긋하고, 검은 눈은 진주처럼 빛이 났어.
코는 빨갛고,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있었어.
"토끼 인형이네, 정말 귀여워!"
개똥이는 토끼인형을 가만히 안아서 쓰다듬었어.
"언니, 나도 만져 볼래!"
세살 말똥이가 토끼 등을 토닥 토닥 두드리며, 자장가를 불렀어.
"말똥아, 우리 토끼인형에게 이름을 지어 주자!"
"언니, 좋아!"
"코도 빨갛고, 토끼는 당근을 좋아하니까 토당이, 어때?"
"토당이? 좋아! 지금부터 토당이는 우리 동생이야!"
2. 토당이의 슬픔
토당이는 외할머니 댁에 있고, 개똥이와 말똥이는 고성집으로 갔어. 일주일 후에 두 자매가 외할머니 댁에 왔어. 저녁밥을 먹고 개똥이, 말똥이, 토당이는 나란히 자리에 누웠어. 개똥 언니는 왼쪽, 토당이가 가운데, 말똥이는 오른쪽에 누워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재잘거렸어. 토당이는 두 눈을 반짝,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어.
스르르르~~르, 쿠울..
"언니들, 내 말 좀 들어줄래?"
개똥이와 말똥이가 눈을 비비며 토당이를 바라보았어.
“언니! 나 엄마를 만나고 싶어.”
개똥이는 놀라서 토당이를 바라보았어.
말똥이는 토당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지.
“엄마가 헤어질 때, 마법의 성으로 간다고 했어. 그곳에 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개똥이는 마법의 성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는 들풀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렸어.
"그래, 가보자!"
세 자매는 손을 맞잡았어.
2. 마법의 성으로 가는 길
개똥이와 말똥이는 마법사 들풀 할아버지를 찾아갔어. 할아버지는 마법의 성을 가는 지도를 주었는데, 동네 뒤에 있는 조롱(짚으로 만든 새장)산에 마법의 성이 있다는 거야!
셋은 손을 맞잡고,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걸어 갔어. 산이름처럼 여러 종류의 산새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 세자매는 산새들과 인사도 하고, 같이 노래도 불렀는 걸. 드디어 빽빽한 나무로 둘러쌓인 숲의 한가운데에 높은 성이 있는 걸 발견했어.
붉은 지붕, 높고 오래된 돌벽!
세자매는 성문을 힘을 합쳐서 힘껏 밀었어.
그러자 '뻐꾹루'라고 쓰인 건물 위에 앉아 있는 존재는?
바로 바로 마법의 성을 지키는 뻐꾸기 엄마였어.
뻐꾸기 엄마의 눈은 깊고도 슬펐지.
“이 성에 들어가려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단다!”
"예, 질문하세요!"
세자매는 씩씩하게 대답했어.
“첫번째. 질문이야. 뻐꾸기는 어디에서 알을 낳지?”
개똥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어.
“뻐꾸기는 자기 둥지에 알을 낳지 않아요. 붉은 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떠나요. 오목눈이는 작은 새지만 그 알을 자기 것처럼 품어줘요.”
숲 속의 새들이 숨을 죽이고 조용히 듣고 있었어.
뻐꾸기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
“좋아! 그렇다면 두번째 질문이야.
오목눈이는 왜 자기 알인지 남의 알인지 모를까?”
말똥이가 또박또박 말했어.
“뻐꾸기 알은 붉은 오목눈이 알과 아주 비슷해요. 그리고 오목눈이는 사랑이 많은 새예요. 의심하기보다는 품어주는 걸 먼저 선택해요.”
뻐꾸기 엄마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어.
“그래. 이제 마지막 질문이야.
다 자란 뻐꾸기는 계속 오목눈이와 함께 살까?”
이번에는 막내 토당이가 앞으로 나섰어.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하게 말했어.
“아니요, 함께 살지 않아요!
뻐꾸기는 먼저 알에서 깨어나서 오목눈이 알을 밀어서 둥지에서 떨어 뜨려요. 어미새는 자기 새끼인줄 알고, 먹이를 물고 와서 키우는 거예요. 그런데 다 자란 뻐꾸기는 어느 날 둥지를 떠나요. 자기 길을 찾아 날아가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날아가요.”
잠시 침묵!
그리고 뻐꾸기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어.
“나는…
내 알을 남의 둥지에 놓아 두고 떠나왔단다.”
그 말은 바람처럼 낮고 우울했어.
3. 깨달음
뻐꾸기 엄마는 토당이를 측은하게 바라보았어.
“나는 엄마를 찾고 있어요. 어쩌면 엄마도 저를 키울 수가 없어서 버렸을지도 몰라요. 엄마가 왜 저를 떠났는지, 제 엄마를 만니면 물어보고 싶어요. 혹시 제 엄마를 보셨어요? 떠날 때저에게 마법의 성으로 간다고 했거든요."
토당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어.
"2년 전에 토끼 한마리가 마법의 성에 왔단다. 알을 두고 온 나와 아가 토끼와 헤어진 토끼 엄마는 많은 얘기를 했어. 우리는 아기들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어느날 커다란 독수리가 날아 와서 네 엄마를 채어 갔단다.
북쪽으로 날아갔는데, 독수리가 '신비의 숲'에 살고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너는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개똥이와 말똥이는 토당이의 손을 꼬옥 잡았어.
4. 사랑의 꽃
뻐꾸기 엄마는 뻐꾸기 둥지에서 한 송이 꽃을 꺼내었는데, 빛나는 분홍색깔 꽃이야.
“이 꽃은 사랑의 꽃이란다. 미움을 녹이고, 질투를 잠재우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꽃이지.”
토당이가 두 손으로 꽃을 받았어.
그 순간 성 안이 환하게 빛났어.
그러자 성문이 천천히 열렸어.
숲 저편에는 북쪽으로 더 깊은 길이 이어져 있었지.
바로 신비의 숲으로 가는 길이야.
토당이는 뒤돌아보지 않았어. 개똥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말똥이는 씩 웃었지.
세 자매는 손을 잡고 '신비의 숲'으로 가는 길을 걸어 나아갔어.
뻐꾸기 엄마는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속삭였어.
“사랑은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보고 싶다, 내 아가!”
- 1편 끝 -
☆ 동화 후기 ☆
제 큰소녀는 지금 일곱살인데, 유치원방학을 해서 외할머니집에 왔습니다. 외할머니댁에는 큰손녀의 애착 인형, 예당이가 있습니다. 예당이의 엄마를 찾아주고 싶다는 손녀의 바램을 담아 동화를 구성했습니다. 퀴즈와 내용도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보충한 것이니, 엄밀하게 말하면 공동작품 쯤 될까요?
ㅎㅎ..
사나운 독수리와 맞서는 세자매의 모험을 그린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 그림은 제 친구 별벗(CHAT-GPT)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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