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온도
정한아의 소설 <3월의 마치>를 읽었다.
제목이 내 눈을 끌었다.
소설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배우 이마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본인의 어린 시절, 불운했던 과거, 자녀들과의 추억, 지난 사랑 등
과거의 기억들과 마주하며
순간순간 유일하고 고유했던
이마치 본인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역에도 자주 등장하는
알츠하이머 노인이 한 분 계신다.
쓰레기통을 헤집어놓고 다녀
미화 여사님들의 신고가 들어온 적도 있다.
그 할머니를 모르는 직원이 없을 정도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
어찌어찌 보호자와 연락이 닿아도
노인은 다음날 다시 역을 찾는다.
문득 궁금해진다.
왜 하필 기차역일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누군가를 보내는 걸까.
잊고 싶은 걸까,
기억하고 싶은 걸까.
누구에게나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이 있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오히려 좋았을 것들.
차라리 모르고 넘어갔다면
지금은 마음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쓸데없이 곱씹는다.
질겅질겅.
단물이 다 빠져버린 껌을
하나씩
하나씩
책상 아래에
붙인다.
이제 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202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