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온도
감정 표현에 인색한 편은 아니라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감정 표현에 서투르고
어린애 같다.
아니 어린애 같은 게 아니라 생각이 정말 어리다.
철이 없다.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면
끝나는 일인데
그 말이 기도에 걸려
결국 숨 한번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검은 위장에 익사했다.
사건의 발단은 원래 단순하다.
이번에도 평소와 같은 장난이었는데
그 친구는 기분이 별로였던 것 같다.
그녀의 기분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느껴졌지만
반골 기질이라는 허울 좋은 겉포장지로 둘둘 쌓인 내 마음속에서는
급하게 핑곗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쟤가 먼저 시작했잖아.
장난친 건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방향을 제대로 잃어버린 이상한 반항감에 얼음물을 급하게 끼얹고
미안하다는 말대신
그냥 가벼운 웃음으로 이상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넘어갔다.
하지만 마음속에 남아있는 찝찝함과 죄책감이라는 끈적거림은
며칠이 되도록 날 괴롭힐 게 분명하다.
전에도 느껴봤던 기분인데
썩 좋지는 않다.
미안하다고 사과할 걸
후회가 된다.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