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나온다는 것은 버림받음이다.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세균병리학적으로 세상은 세균으로 가득 차있다. 세균으로 가득 찬 세상에 준비도 없이 나오는 것은 죽음으로의 직행이다. 만일 어미가 출산과 함께 죽는다면 어미의 초유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면역세포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는 세상이 주는 죽음과 마주해야 한다. 다행히 그 시간을 이겨냈다 해도 인생은 위협으로 가득 차있다. 추위와 더위, 목마름과 배고픔은 아무 생존능력이 없는 아기에게는 죽음에 내몰리는 위협이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 상태에서 세상에 나온다는 것은 버려지는 것이다. 핏덩이가 그냥 홀로 세상에 있는 것은 버려 짐이다. 그래도 부모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부모도 온전한 보호자는 되지 못한다. 사실 부모도 버림받은 자들이다. 단지 아이보다 조금 먼저 세상에 버려져 그 세상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도 그들의 고통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자신도 세상에 버려져 투쟁 중인 부모가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생은 내일이 아니 한 시간 후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인생에서 한계로 가득 찬 능력을 가진 인간이 대처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아마 운명이라는 단어가 생겼을 것이다.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이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휩쓸려야 한다. 그것을 운명이라 표현한다. 그렇게 인생은 냉혹하고 거칠다. 그런 세상에 아무 보호도 없이 아무 능력도 없이 출생하는 것은 버려 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