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연적으로 유산이 되기도 하지만 부모의 결정으로 강제로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낙태다. 그런데 낙태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 낙태를 고민하던 부모로 인해 낙태의 고통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가 아는 환자 중에 이러 분들이 있었다. 그중 한 분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분은 유복한 대부호의 집에서 태어났다. 원래 살던 고향은 전라도의 곡창지대로 그 아버지가 소유한 평야가 끝을 볼 수 없는 넓은 지역이었다. 그러다 조상들이 물려준 고향 땅을 팔아 부산으로 사업을 하러 왔다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가족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그때 이분이 잉태되었다. 물론 뒤에 아버지가 다시 집안을 일으켜 부산지역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때 당시 어려움으로 이분의 어머니는 자신도 먹지 못해 죽을 위기인데 뱃속의 아기인 이분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분을 낳는다면 과연 키울 수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분을 낙태시키려고 결심을 하고 아버지에게 말했으나 아버지가 강압적인 수단까지 동원해서 그것을 막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자신의 삶과 태아의 삶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영양실조까지 겹치고 잦은 부부 싸움을 겪으며 태 속의 이분도 그 영향을 모두 받았다. 그래서 이분은 자신이 기억하는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나중에는 그것이 심해져서 조현병으로까지 나아갔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 삶에 늘 공포스러운 불안이 엄습해 온다. 사람들에게 작은 상처만 받아도 알 수 없는 거부감에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또한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정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이 세상에 발생함으로 벌써 세상에 버려진 자들이 된다. 이 문제 많은 세상에 발생한다는 자체가 이미 고통의 바다에 버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