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품의 세 가지 특징

탁월한 인간, 삶의 태도에 대하여

1. 위대한 작품

  어떤 작품을 보면 탁월하고 공감되며 작가의 피나는 노력과 인내가 느껴진다. 그럴 때 감동한다. 좋은 곡, 아름다운 미술작품, 감동적인 연설, 탁월한 글을 대하면 에너지를 얻고 충만함을 느낀다. 현대미술은 잘 모르겠지만 계몽주의 시대의 깊은 사색과 정교함이 담긴 미술작품을 바라보면 경외감이 든다. 그 그림을 통해 화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궁금하고 얼마만큼 고민하며 작품을 다듬어 완성해 냈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니체, 톨스토이, 헤밍웨이, 카프카, 괴테의 작품을 읽을 때 느낀 삶에 대한 세밀한 통찰과 깊이, 인간의 탁월성과 숭고한 삶과 사랑에 대한 주옥같은 메시지는 읽는 이에게 황홀감을 준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쓴 걸까, 어떠한 과정으로, 무슨 생각으로, 왜?’

인간의 탁월성과 숭고함을 신께 바치는 의식, 올림픽

  훌륭한 작품은 오랫동안, 혹은 영원히 살아남는다. 고전이 수백 년이 흐른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그때의 저자가 어떤 상상하지 못할 이유로 탁월한 통찰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그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위대한 작품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그 공통점을 통해 그 작품이 창조된 원리를 추론할 수 있다.

2. 쉽고 간결하다.

  첫 번째 특징은 쉽고 간결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같은 작품을 보면 쉽고 간결하다. 세밀한 기법이나 작품 속 이야기를 깊이 공부하지 않더라도 그 작품은 우리에게 쉽고 간결하게 그들의 의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 쉬운 설명이 단순하거나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들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감동하기 위해서는 화가의 목적, 그 당시의 사회적 배경, 작품을 통해 남기고자 했던 유산, 지혜, 의지, 목적을 알아야 한다. 그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인적인 기법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시간과 노력과 정력과 재능의 모두를 걸었다. 그러나 보는 사람에게는 쉽고 간결함을 선사한다. 탁월한 작품은 그런 특성이 있다. 어렵게 얘기하는 사람, 무엇을 말하려는지 명확하지 않은 문장, 치밀하지 못한 계획, 대충대충 넘어가는 습성은 앞서 기술한 위대한 작품의 첫 번째 특징과 다르다. 우리 스스로 명품, 위대한 작품이 되려면 나를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쉽고 간결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초인적인 노력, 명확한 논리와 이유, 주도면밀함과 꼼꼼함이 갖춰져야 한다.   

쉽고 간결해 보이지만 내면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는

3. 진실되고 솔직하다.

  두 번째 특징은 진실되고 솔직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면 그 당시 계급제도, 사회적 시스템의 이면과 인간 심리의 작동원리가 진실되고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그 작품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다. 삶에 대한 통찰, 살아가며 깨닫게 되는 철학적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문체는 대단히 진실되고 솔직하다. 그리고 쉽고 간결하다. 신문처럼 잘 읽힌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도 진실되고 솔직한 이야기로 탁월하게 인문학적 성찰을 사사한다. 진실되고 솔직한 이야기는 힘이 있다. 사람의 밑천은 금방 드러난다. 재미있고 웃긴 얘기를 하다 보면 처음엔 조직과 타인에게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이므로 하는 이야기도 거기서 거기다. 따라서 타인을 의식한 모든 임기응변적 이야기들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가치와 의미를 잃고 만다. 그걸 아는 사람은 한마디를 하더라도 진실되고 솔직한 마음을 담백하게 얘기한다. 지금 당장은 내가 부족하게 보이더라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인식하고 있는 영역을 공개한다. 그런 사람은 상대에게 호감을 주고 그로 인해 도움을 받고 공감을 얻게 되며 상호 개방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확장되고 성장한다. 본인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함께하는 사람도 같이 성장하므로 시너지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진실하고 솔직한 태도는 결국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진실하고 솔직해야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은 이미 위대하다.  

진실되고 솔직한 사람이 확장되고 변화하고 성장한다.

4.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세 번째 특징,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그 노래, 그 이야기, 그 그림이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를 찾아와 의미가 되고 감정이 된다. 흩어져 있으면 아무것도 아닌 단어, 이야기들인데 그것들이 어떤 창조 원리 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가 막히게 조합되어 하나의 탁월함, 숭고함, 고상함을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나는 그것들 모두 천재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에 진심인 보통 사람이 솔직한 태도로 어느 순간 몰입하고 초인적으로 노력하면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까지 그런 작품을 만들어 낸 사람의 면면을 보면 처음부터 천재이거나 귀족 가문의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같은 처지,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보통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삶의 태도와 방식과 관심을 전환한 것이다.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긍정함과 동시에 흩어진 의미와 가치들을 한 군데 모아 그것들을 창조적으로 조합하고 재구성함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깨달음을 준다. 외할머니의 옆모습 사진, 어느 하녀의 휴식 중인 그림, 담담하게 부르는 중년의 리메이크 노래. 그것들이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이유는, 그들의 마음이 마음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흩어진 의미와 가치들을 모아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사람

  어떤 노래, 이야기, 그림이 위대한 작품이 되는 원리는 그때, 그 순간에 진심으로 삶을 대했던 감동적인 어떤 사람의 고귀한 노력의 결과물 아닐까. 우리가 우리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살아가다가 의미 있는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해서 남긴 창조물이 지금 우리가 만나는 위대한 작품 아닐까. 여러분 같은 사람이 그런 작품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