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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Nov 16. 2024

0.3그램에 1억 원 파츠, '투르비용'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흔히 '특이점'이라는 것에 가까워지며, 인류는 전례없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슈퍼카가 도로를 누비고,

원숭이들이 손을 까딱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pc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코앞에 두었고, 화성으로 이주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류가 지내온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기술은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왔다.


기술의 발전은 풍요로움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도록 만들었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럽게 호화로운 사치품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오늘은 인류 역사상 정말 수많은 사치품들 중, 가장 '기술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투르비용(Tourbillon) 무브먼트'에 대해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투르비용(Tourbillon) 무브먼트



'투르비용'. 비싼 시계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미들 네임이다. 

투르비용은 프랑스어로 '회오리 바람'이라는 뜻으로, 쉬지 않고 돌아가는 모습을 본따 붙여진 이름이다.

옛부터, 시계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자 동시에 사치품이었다.

일단 시간은 보고 살아야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으니까 꼭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했고,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지위와 능력을 뽐내기에도 이만한 게 없었다.

흔히 말하는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가 더 좋은 시계를 가지고 있는지 경쟁하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도 그렇고 더 좋은 시계를 원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경쟁하는 기준은 점차 달라졌는데,

누가 더 '플렉스'해서 금이나 값비싼 보석을 시계에 갖다박는지 겨루는 것을 넘어,

누구의 시계가 더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는지, 그 정확도에 대한 경쟁이 이루어졌다.

귀족들 싸움에 시계 장인들 등이 터진다고, 프랑스의 시계 장인 '브레게'는 1800년,

'투르비용'이라는 방식의 무브먼트를 통해 시계의 오차를 대폭 줄였다.



리차드 밀, 요즘은 더 얇은 시계로 경쟁하는 듯



시계의 오차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역시 중력이다.

일정한 리듬으로 흔들리는 것만 같은 추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느려지고 멈춘다.

같은 방식으로 시계 내 태엽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으며, 여기에서 오차가 발생한다.

탁상 시계나, 벽시계의 경우 중력의 방향이 바닥 방향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영점 조절을 해주면 되는데,

손목 시계의 경우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시계 입장에서 중력의 방향이 계속 바뀌기에,

앞서 말한 고정된 시계처럼 중력의 영향을 상쇄시키기 어렵다. 움직임을 예측할 수도 없으니.


중력이 의미가 없어지면 되는 거 아니야?



중력을 없앨 수는 없으니, '브레게'는 굉장히 독특한 발상을 하게 된다.

중력을 언제나 모든 방향에서 느끼게하여, 중력의 방향이 만드는 오차를 없애고자 한 것이다.

'브레게'는 시계의 부품들이 통째로 회전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투르비용' 무브먼트의 시작이다.

마치 우주 비행사들이 무중력 훈련을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이런 느낌



'투르비용' 무브먼트는 지속적으로 회전을 해야하기에 필연적으로 시계 부품들은 더 가벼워져야했고,

동시에 손상의 위험이 컸기때문에 시계 부품들의 내구도는 더 강해졌어야했다. 

한마디로, 기술적인 테크닉과 더불어 이를 받쳐줄만한 재료가 필요했기에, 

그 당시 '투르비용'의 가치는 말그대로 'priceless' 였다. (물론 지금도 비싸다.)


시계를 제작하는 기술도 그 후로 쭉 발전을 해왔고, 그 외의 기술들이나 새로운 소재들도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발명되며, 지금에 있어 '투르비용' 구현의 어려움은 크게 낮아졌다.

심지어 중국의 공장에서 9만 원의 가격에 꽤 괜찮은 무브먼트 파츠들을 찍어내고 있을 정도라,

'투르비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다 초고가의 시계는 아니다.

심지어 왠만한 쿼츠 시계의 정확도가 그 명성 높은 '투르비용' 시계보다 좋으니,

현재에 있어 '투르비용'의 착용 목적은 시각적 아름다움 정도일 것이다.



파텍 필립의 투르비용



하지만, 그렇다고 '투르비용'이 그 이상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파텍 필립', '예거 르쿨트르'와 같은 '초-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에서는,

기계식 시계의 기술적인 한계를 몰아붙이는 엄청난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으며,

현대의 신기술을 접목하여, 인간이 만들어냈다고 믿기 어려운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730여 개의 파츠로 구성된 '투르비용' 무브먼트가 0.3g 밖에 나가지 않으며,

심지어 사람의 손으로, 과거 그 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여 제작하기에,

일부 무브먼트 파츠는 1억 원의 가격이 매겨지기도 한다.


이런 파츠가 두 개, 심지어 세 개까지 들어가니 시계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것도 납득이 간다.

나는 라면을 끓이러 가야 해서 이만 글을 줄이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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