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시장과 인형 시장의 성장
최근 루이비통(Louis Vuitton)에서 강아지 집을 선보였다.
루이비통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즈'의 이번 피스는
기존의 고객을 대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출시되었는데,
자그마치 $60,000 (한화로 약 8300만 원)에 달하는 가격표를 달고 나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디자인이 뭐 특별하냐라고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이, 기존의 강아지 집 프레임에
단순히 루이비통의 시그니처 모노그램과 금장식을 더한 것이 사실상 전부이다.
하지만, 이전 '버질 아블로'의 컬렉션에서 출시된 1억 원이 넘는 비행기 가방을 생각한다면,
이번 피스는 그것에 비해서는 적당한 가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적어도 들어가서 살 순 있으니까.
예전부터 꽤 많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반려 동물을 위한 제품들을 꾸준히 내왔다.
고야드(Goyard)의 강아지 밥 그릇 가방, 디올(Dior)의 강아지 산책 스트랩,
베르사체(Versace)의 강아지 침대, 그리고 좀전에 소개한 루이비통의 강아지 집 등등,
그야말로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것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제품들이 늘 이슈가 되었는데,
상위 몇 프로의 상류층들을 대상으로 한 이런 럭셔리 펫-마케팅이 어느순간부터
더 많은 대중들에게 먹히고 있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
출산률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비단 한국의 일 뿐만은 아니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들의 출산률은 평균적으로 1.5명으로, 1960년도에 기록된 3.3명의
절반 밑으로 감소하였고, 심지어 이들 국가 중 부유한 나라들은 평균 1.2명의 출산율을 보이며,
잘 살면 덜 낳고, 못 살면 더 낳는, 일명 '부익빈 빈익부'라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부유한 나라일수록 아이를 교육하는 데에 비용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도 있고,
아이를 가지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컨텐츠들이 요즘 워낙 많아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무튼 이렇듯 아이를 적게 가지고자 하는 글로벌 트렌드(?)는 럭셔리 브랜드들로 하여금
펫 시장에 손을 뻗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반려견 오마카세까지 나왔으니.
펫 시장만 고급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아이들의 점유물이라 생각될 수 있는 인형 시장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구매력이 있는 성인들은 '키덜트'로 진화하여, 무해하고 귀여운 인형들을 찾아 헤매며,
차가운 현실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이들을 통해 씻어버리려고 한다.
또는 인형들을 통해 잃어가는 자신의 순수함을 되뇌이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어찌됐든, 힐링을 위한 노력이 인형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차갑다는 말이 한 때 밈처럼 돌아다녔는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 캐릭터들과 콜라보를 진행하며 성인의 지갑을 열고,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카우스(KAWS)와 콜라보 제품을 내고 하고,
위블로(Hublot)도 무라카미 타카시와 '플라워' 콜라보를 연이어 하는 등,
고고해보이는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조차 귀여운 캐릭터 브랜드와 함께 제품을 낸다.
2023년과 2024년이 AI의 시대였다면,
내년에는 귀여운 것들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귀여움이 세상을 지배한다.
맞는 말일 수도 있어, 기대가 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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