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로봇이 여기저기에
이번 CES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 하면 '귀여움'이 아닐까 싶다.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전시회로, 뭐 각국의 IT 회사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자사의 여러 신제품들을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이다.
최근 닌텐도의 새로운 스위치 제품이 '실수로' 공개된 사건도 CES에서 벌어졌다.
이번 CES의 메인 테마라고 한다면, '양자 컴퓨터'와 '휴머노이드 로봇'를 꼽을 수 있을텐데,
물론 특이점을 수십년은 크게 앞당긴다는 양자 컴퓨터와 상용화에도 큰 관심이 모였지만,
역시나 나같은 일반 대중의 마음을 뺏어간 것은 단연 각종 귀여운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뭐 이제는 흔하디 흔한 강아지형 4족 보행 로봇은 당연하게도 많이 있었고,
판매를 코앞에 두고 있는 진짜 사람같은 로봇부터 각종 게임 로봇들까지,
볼거리가 평소보다 정말 많았던 그런 전시회가 아니었나 싶다.
작년 CES에도 등장했던 '미로카이' 로봇은 더 다양한 디자인으로 돌아왔고,
더욱 더 캐릭터스러운 페이스 디자인을 장착하고 관중들을 맞이하였다.
이번 전시회의 정말 수많은 휴머노이드 로봇 중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첫번째 요소가 로봇이 사람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그 '유사도'였는데,
일단 '리얼보틱스' 사의 인공지능 로봇 '멜로디'가 승자인 것 같다.
'멜로디'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비서로, 챗 지피티를 포함한 기존 AI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생김새는 물론 말투, 그리고 촉감까지 사람과 상당히 닮도록 구현해놨다.
조금은 당혹스런 기능이지만, 로봇은 분해가 가능하여, 로봇과 함께 달려오는 여행용 케이스에
넣어 어디든지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열어보면 당황하기 딱 좋다.
'리얼보틱스' 사의 목표는 최대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람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어,
로봇과의 협업에서 오는 이질감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는데, 뭔가 불안불안하다.
자고로, 로봇은 로봇다워야된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어서 말이다.
너무 사람같으면 여러가지로 남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사람과 얼마나 닮았는지와 함께 이번 CES의 중요 요소는 얼마나 귀여운지,
다르게 말하자면 얼마나 사용자에게 친숙한 느낌을 줄 수 있는지, 그 '친밀감'이었는데,
걸어다니는 탁자 로봇도 있고, 식탁 서빙 로봇, 그리고 털이 수북한 동물 로봇까지,
귀엽지 않은 로봇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귀여움에 한껏 투자한 디자인들이 인상깊었다.
심지어 삼성의 경우, 'BALL-E' 라는 빔 프로젝터 로봇을 선보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어떤 로봇의 경우에는 그 어떠한 기능 없이 귀여움 하나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도 있었다.
일본의 '유카이' 엔지리어링 사에서 개발한 '미루미'가 바로 그것이다.
'미루미'는 복슬복슬하고 따뜻한 색상의 털을 가진 새끼 새 형태 로봇로,
가방 등에 거치해두고 다니는 'AI 로봇 키링'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미루미'가 하는 것은 딱히 없다. 센서가 몸 여기저기 장착되어 있어,
누가 가까이 오거나, 나타나면 눈동자가 그쪽으로 바라보며 반응하고,
만져주면 몸을 조금 떨며, '수줍은' 리액션을 취한다. 이게 사실상 거의 전부이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경기가 많이 안좋고, 외로움을 더욱 늘어가고,
그런 상황에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이런 'AI 친구'들에 대한 수요가 느는 것 같은데,
어찌보면 인공지능의 역할이 단순히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제공하거나,
인간이 해내지 못하는 강도의 노동을 대신해주는 것을 넘어,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더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번 생각을 해본다.
2025년의 키워드는 단연 무해한 귀여움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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