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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쌍이 May 24. 2024

개구리밥 퍼오는 아줌마

반려 올챙이 기르기

 집 근처에 널찍한 환경 공원이 있다. 지난주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러 들렀다가 잠시 쉬는데, 연못 근처에 낯익은 동네 아이들 몇이 몰려 있었다. 그중 한 녀석이 큰 아이와 친분이 있는지 부른다.

 "형- 이리 와봐. 여기 올챙이 겁나 많아."

 "올챙 이이익!"

 아들 녀석이 꽥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올챙이라니, 서울 도심 공원에서 만나게 된 올챙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낯설었다. 내가 차가운 도시 여자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강원도 깡 시골에서 태어나 취업하기 전까지는 내내 그곳에서 살았으니까. 단지 성인이 된 후로 잊고 있었던 '올챙이'라는 단어가 생생하게 튀어나와 그랬던 것 같다.

 웅성대는 아이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보니 곤충채집통 안에 올챙이가 우글거렸다. 고 녀석들 꽤 오랜 시간 그렇게 놀고 있었나 보다. 엉성한 잠자리채로 제법 많이 잡은 걸 보니 귀여우면서 기특했다. 도시에서는 놀이터 말고는 놀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찾아낸 놀이로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우리 아이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잠자리채를 빌려왔다. 둘이 번갈아가며 물 웅덩이 여기저기를 쑤시는데 잘 잡히지 않는 듯했다. 딱 자세만 봐도 어설픔 그 자체이다... 수초 근처나 돌덩이 주변을 공략하라고 입으로 코칭을 해주다가 안 되겠다 싶어 직접 나섰다. 나, 소싯적에 맨손으로 개구리알 뜨고, 비 오는 날엔 개구리 밟던 여자. (그땐 너무 어렸었다. 미안하다 개구리야...)

 "엄마가 해볼게. 친구야- 아줌마가 잠자리채 한번 써도 돼?"

 먼저 잠자리채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초가 잔뜩 모여있는 곳을 향해, 이탈 경로를 차단하면서 부드럽게 물을 떠 올렸다. 역시, 실력은 죽지 않았어. 한방에 여러 마리가 잡혔다. 게다가 제법 큰 놈도 있었다.

 "와아아-"

 "와, 진짜 크다!"

 아이들이 몰려와 잠자리채  결과물과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하하하, 친구 너 다 가져."

 그럼 그럼, 내가 논밭에서 뛰 논 경력이 얼만데. 의기양양해서 말하는 나에게

 "아줌마, 올챙이들 풀어줘야지요. 저도 한두 마리만 가져갈 거예요." 한다.

 "어? 어... 그렇지 생명은 소중하니까 풀어줘야지. 착하네. 호호호"

살짝 뒤통수 맞은 기분으로 어색하게 웃고 있는데 연타가 날아왔다.

 "엄마, 나도 올챙이 집에 가져가서 키우면 안 돼? 두 마리만. 응? 응?"

 "엄마아, 우리도 키워보자아."

 두 녀석이 내 옷자락을 잡고 징징거렸다. 올챙이에겐 이 연못이 집이라고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책에서 봤던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을 키우면서 직접 관찰해 보고 싶단다.

 생각해 보니 산과 들이 지천이던 곳에서 자란 나는 밖에 나가면 관찰할 것들 투성이었다. 집에 가져올 것도 없이 자연 그대로 바라보면 그게 곧 자연친화적 학습이었으니까. 도심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은 일부러 돈을 들여 체험학습을 가거나 여행을 떠나야 만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조건부 허락을 해버렸다.

 "그럼 올챙이 뒷다리 나오고, 앞다리 나올 때쯤엔 풀어주는 거야. 알았지?"

 "예에- 엄마 최고! 역시 천사 엄마라니까!"

 자기들 기분 좋을 때만 하는 입에 발린 소리. 그걸 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기분이 풀어져 버렸다. 결정을 내리는 사이 해는 기울었고 공원도 어둑어둑해졌다. 공원 쓰레기통을 뒤져 종이컵을 찾아냈고 그 안에 올챙이 두 마리를 담았다.

 '아, 이제 너희 돌보는 일은 내 몫이구나.'

 그걸 알면서도, 소중히 종이컵을 들고 가는 둘째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올챙이들아 네 고향, 공원으로 갈 때까지 잘 보살필테니 너도 잘 적응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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