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짝꿍끼리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11.

by 소까니 경찰관

나는 아직도 가장 재밌는 경찰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투캅스'가 떠오른다. 1993년에 개봉했고, 당대 최고의 배우인 故 안성기, 박중훈이 주인공을 맡아 흥행에 성공했던 걸로 기억한다.


범죄도시라든지 청년경찰이라든지 최근에 많은 경찰 소재 영화가 있긴 하지만, 정말 유쾌하면서도 사실적이고 뭔가 마음에 와닿는 찡한 영화는 여전히 '투캅스' 뿐이다. (+배우 양동근 주연의 영화 '와일드카드'도 좋다.)


이 영화 속에서는 고참 안성기와 신입 박중훈 간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위주로 영화가 전개된다. 안성기는 뒷돈, '속칭 뽀찌'로 생활하면서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데 신입 박중훈은 이러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주 부딪히게 되는 모습들이 연출된다.


둘은 강력팀의 같은 팀, 짝꿍으로서 2인 1조로 같이 다니는데 자꾸 부딪히다 보니 서로 골탕을 먹이는 일이 자주 생겨서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어찌 저찌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한다.


그렇다. 경찰은 짝꿍끼리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이 둘은 가치관과 행동의 차이로 손발이 맞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 지구대도 똑같다. 순찰차는 꼭 2인 1조로 움직이기 때문에 무조건 짝꿍이 있다.


이 둘이 손발이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그날 밤 근무가 편해질지, 불편해질지 정해진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다. 손발이 정말 잘 맞은 건 기억이 나질 않는데 손발이 맞지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은 왜 이리 생생한 지 모르겠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업무방해 피혐의자를 현행범 체포할 때다.


Bar에 신고를 나갔는데, 손님이 가격문제로 인해 계산을 하지 않고 고, 이로 인해 옆 손님들에게도 지장이 있다는 신고였다.


현장에 가보니 맥주가 엄청 쌓여 있었고, 손님도 술이 꽤나 진탕 된 상태였다. 손님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고 업주 진술도 듣고 했는데, 손님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더니 업주에게 욕을 하면서 집기를 부술 기세를 보였다.


'아,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딱 이런 태도로 업주를 협박했겠구나.' 싶은 마음에 손님에게 다가가자 다짜고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위력적인 태도로.


"이 시발롬들이. 다 뒤질라고. 너(업주)도 뒤질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확실히 됐다. 게다가 업주를 협박하고 있으니 증거인멸, 도주우려까지 있다. 그렇다면 이 손님에게 신분증을 달라고 해봐야 한다. 신원확인이 돼야 그나마 체포를 안 할 테니까.


그러나, 역시 신분을 밝히길 거부한다. 현행범 체포해야겠다.


내가 손님의 손목을 잡자 손님은 강하게 나를 밀치며 눈을 부릅뜨고 한 대 칠 기세로 덤벼들었다. 그렇지만 난 필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밭다리로 다리를 걸고 손님을 넘어 뜨리려고 했다. 그런데 어라? 넘어가질 않는다.


'이 아저씨가 이렇게 힘이 좋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밭다리를 걸었는데도 넘어가질 않는다. 정말 돌덩어리 같았다. 큰일 났다. 되치기 당하면 꼴이 우습게 될 텐데. 짝꿍은 어딨는 거지? 하면서 두리번거리는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니, 나는 넘어뜨리려고 하고 있는데, 짝꿍은 체포술을 한답시고 반대편에서 손님의 팔목을 잡고 있었다. 못 넘어지게. 이게 뭔 꼴이람.


"아이 빨리 그 손 놔요. 수갑 채워야 하니까."

"어어!! 알았어. 놨어. 미안. 미안."


그 순간 손님은 고꾸라졌고, 안전하게 눕혀 수갑을 채웠다.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누군 넘어뜨리려고 하고, 누군 손목을 꺾으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아주 웃픈 상황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언덕에 숨어 있던 사람을 혼자 발견해서 깜짝 놀랐던 상황이다.


요새 아파트 단지 내부에 마음대로 들어와서 자동차에 붙어 있는 핸드폰 번호를 수집해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분양을 하면서 홍보하기 위해 무작위로 핸드폰 번호를 수집해 놓고, 이 핸드폰 번호를 토대로 분양 홍보에 이용한다.


한 아파트에 2번 정도 신고가 들어왔었는데, 이번에는 경비원이 직접 그 사람들을 잡아서 조치하려고 하다가 아파트 바깥으로 도망을 가자, 경비원도 쫓아갔다.


그 경비원은 쫓아가는 와중에 숨을 헐떡이면서 112 신고를 했다. 계속 쫓아가다가 인도 옆 둔턱 밑에 그 사람이 숨은 것 같은데, 도저히 그쪽으로 못 가보겠다고 신고한 것이다.


당연히 경찰이 확인해 보아야 할 상황이기에 얼른 가봤다.


나는 순찰차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창문을 통해서 경비원이 저기 바로 옆 둔턱에 사람이 숨어 있다고 말을 했다. 분명 운전석에 있던 짝꿍도 그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고 둔턱으로 향했다.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정말 있을까?'

'무기 들고 있는 거 아니야?'


불안한 마음에 슬쩍 올라가서 내려다봤더니 헉. 진짜로 젊은 여성이 둔턱에 딱 달라붙어서 위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깜짝 놀랐다.


"거 얼른 나와요. 왜 남의 아파트를 뒤지고 다녀요?"

"죄송합니다. 전 그냥 알바예요."


조사는 해봐야 하니까 지구대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짝꿍도 없고 순찰차도 없다. 이 여자가 도망갈 것 같아서 얼른 태워야 하는데 보이질 않아 무전을 해보니 근처 수색을 하고 있단다.


아니, 피혐의자가 바로 앞에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인지. 얼른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현장에서 짝꿍하고 대판 싸웠다.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왜 나 혼자 놔두고 가버리냐고. 분명히 이야기를 같이 들은 상태에서 왜 혼자 가버리냐고.


둘이 한참 싸우는 와중에 경비원과 피혐의자 여성은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어찌 저찌 상황이 마무리되고 지구대로 돌아왔다.


난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다. 상대방이 있는 상태인데 짝꿍을 거기에 혼자 내버려 두고 가버리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이 직원은 이런 행동으로 유명하다. 무책임하고, 다른 순찰차를 도와주지 않는 것으로.


아무리 그래도 짝꿍까지 버리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정말 손발이 안 맞는 순간이었다. 만약 이 여성이 남성이었고, 무기를 들고 저항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정말 웃기면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여름에는 지구대 신고가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들 새벽 4시 정도가 되면 녹초가 돼 있다. 소방이야 불이 나면 출동하지만 경찰은 서비스 요청부터 주취자, 폭력까지 안 나가는 신고가 없다. 정말 바쁘다.


정말 바쁜 7월 어느 날 새벽이었다.


감기 기운도 있어서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출근했고, 새벽 내 주취자들과 씨름하다가 겨우 조수석에서 눈을 좀 붙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찌그러져 누워있었다. 잘 맞는 머리조각을 자동차 헤드레스트에 비비면서.


좀 조용해질 찰나였는데 한 신고가 들어왔고, 딱 내 순찰차 관내 신고였다. 짝꿍 동생이 운전을 하고 현장으로 가는데, 머리가 너무 띵해서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절~대 그러면 안 되지만 조수석을 그대로 드르륵 누운 자세로 제쳐두고 살짝 누워 있었다. 그리고 짝꿍 동생에게 부탁했다.


"오토바이 순찰 신고니까 시끄러운 애 있나 없나 만 보고 오자. 부탁할게." 청소년으로 보이는 애가 시끄러운 노래를 틀면서 오토바이를 운전해서 막 출발했다는 신고였다.


시간이 한참 잘 때이고 아파트 단지 쪽이다 보니 굉장히 시끄러웠을 것이다. 그리 어려운 신고는 아니었기에 일단 순찰만 잘 돌면 되는 건이었다.


짝꿍 동생도 피곤한 상태였고, 암묵적인 합의가 완료되자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그런데 그 순간. 짝꿍 동생이 사이렌을 울린다. '어라?, 얘 왜 이러는 거야.'


짝꿍 동생이 방송까지 시작한다. "거기 오토바이 멈춰." 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오토바이 앞에 탁! 멈췄고, 그 오토바이도 놀라서 멈춰 섰다.


'아... 정말 머리 아프고 몸이 실실 추운데...'


일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렸다. 면허를 확인해 보니 무면허였다. 오토바이도 압수해야 한다. 새벽 5시에 그 오토바이를 몰고 그대로 찬 바람맞으며 지구대로 복귀했다. 손발이 정말 안 맞았다.


물론 죄가 있는 사람이면 열심히 출동하여 잡는 것이 맞다. 그런데 4차선 중앙선침범까지 해가면서 택트 오토바이를 잡는 것은...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정말 웃기고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에 퇴근하여 앓아누웠다. 3일은 앓아누웠던 것 같다.




경찰은 웬만한 근무는 모두 2인 1조로 편성돼 있다. 1인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내근부서라든지 수사과 등 일부에 국한돼 있다.


그래서 그 두 명의 마음과 손발이 잘 맞아야 경찰도 안전하고, 일반 국민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내 마음처럼 손발이 잘 맞는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찰 개개인이 워낙 사주팔자가 드세서 그런 것일까?


나는 항상 고민한다. 난 트리플 에이형이기 때문에 눈만 마주쳐도 짝꿍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려고 하는지, 체포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하는 것인지 등을 예상해 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노력을 하다 보면 정말로 짝꿍의 마음을 조금씩 읽을 수는 있다. 물론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다급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8할 이상은 맞아 가는 것 같다.


어떤 조직에서든, 대인관계에서든 손발이 맞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기에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노력해서 눈치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쁜 의미의 눈치가 아니라 조금은? 긍정적인 눈치 말이다.


요즘에는 개인의 삶과 의지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꼰대 마인드일까? 친목을 도모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이나 사고를 조금만 더 꼼꼼하게 지켜보라는 것뿐이다.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의 다음 행동이 예상이 된다. 그러면 본인도 좀 더 편해질 것이다.

이전 10화나는 유도 1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