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여기서 타는 냄새가 난다."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13.

by 소까니 경찰관

"해장국 집 앞을 지나가는 데 무슨 전선 타는 냄새가 납니다. 불꽃이나 연기는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불난 것 같아요."


이런 종류의 신고도 112에서 접수해야 하는 것일까? 119의 몫이 아닌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이다. 그러나, 공무원 각자의 주된 업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분야도 따로 있다.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것은 소방이 제일 잘한다.

범죄수사를 하고 범인을 잡는 것은 경찰이 제일 잘한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에서는 불이 나도, 타는 냄새가 나도 경찰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 같다. 일단은 현장에 출동해 봐야겠다!




'새벽 2시 무렵, 동네 원룸촌 해장국집 앞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 그런데 불씨라든지 연기는 보이지 않는다.'


급하게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멀리서 연기나 불씨가 보일까 한참을 쳐다보며 가도 보이질 않는다. 일단은 다행이다.


현장에 거의 도착해 보니 신고자로 보이는 남성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스-윽 창문을 내리면서 갔더니 킁킁. 무슨 냄새가 나긴 한다.


"신고자시죠?"

"네, 냄새나죠 경찰관님!!"

"아... 나는 것 같아요. 방금 창문 내릴 때 뭔가 쿰쿰한 냄새가 났어요. 혹시 119에는 신고하셨나요?"

"119도 신고해야 하나요?"

"아... 일단 알겠습니다. 귀가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진원지 찾아볼게요."

"네, 수고하세요~"


코를 킁킁해 본 결과 일단 쿰쿰한 냄새가 났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다시 강아지 모드에 돌입했다. 차에서 하차하여 킁킁해 보니 다시 냄새가 사라졌다. 오잇... 이러면 안 되는데.


짝꿍도 저 멀리서 킁킁거리고 있다. 거의 뭐 '민트리버' 수준이다. (성이 '민' 씨이다.) 바람이 불면 쿰쿰한 냄새가 스-윽 났다가 바람이 잠잠해지면 냄새가 사라졌다. 희한한 노릇이다.


그때, 팀장님과 순찰차 1대 지원이 추가로 도착했다.


"어때, 냄새나는가?"

"네 팀장님, 쿰쿰한 냄새가 나긴 합니다."

"야, 근데 이거 우리가 해야 되냐? 우리가 뭘 아냐? 119 불러"

"아 화재 119 공동요청 하겠습니다."


그렇게 119에 공동요청을 했다. 공동요청이란 유관기관에 공동출동을 요청하는 것이다.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 다섯 명의 경찰관은 계속 킁킁거리면서 돌아다녔다. 최대한 진원지를 찾아볼 요량으로.


내 생각엔 타는 냄새의 진원지는 나무, 나뭇잎, 숯 등 이런 종류의 냄새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팀장님은 자꾸 시골에 가면 안개 낀 날에 이런 냄새가 많이 난다며 이건 절대 타는 냄새가 아니라고 말하였다.


그럼... 119는 왜 부르신 거지?!


아무튼, 한참을 킁킁거리고 있는데 멀리서 삐용삐용 119가 도착했다. 선임으로 보이는 119 직원이 창문에 팔을 걸친 채 말을 걸었다.


"무슨 타는 냄새가 난다고요?"

"제 생각에는 숯이나 이런 냄새 같습니다. 지금은 안 나는데, 바람 불면 스-윽 냄새가 올라오네요. 불꽃은 없습니다."


비몽사몽 한 119 직원 3명이 차에서 하차하여 두리번 거린다. 무슨 장비 같은 것으로 탐지할 줄 알았는데 우리들처럼 킁킁하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경찰 5명, 소방 3명, 총 8명이서 새벽 2시에 킁킁 거리며 거리를 배회했다.




그 순간! 우리 민트리버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수색지 인근에 작은 술집이 있었는데 그 뒤편에서 조금의 연기와 숯불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이리 와봐요 다들!!!"


얼른 가보니, 밖에서 내다봐도 연기가 살짝 나고 있었다. 반짝반짝 삐용삐용한 물체들이 인근에 나타나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야야, 불 꺼. 불 꺼."

"우리 때문에 왔나 봐. 미쳐 진짜."


한 사람이 숯불에 물을 부었나 보다. 촤~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냄새는 더욱 짙어졌고 연기는 몇 배로 가득 날아왔다.


"거기 지금 불장난한가요?!"

"아니요, 저희 불멍하고 있었어요. 불 껐어요!."

"문 좀 열어봐요!"

"거기 문 안 열려요!"


갑갑한 노릇이다. 술집 정문으로 들어가 보니 뒷문이 하나 있었다. 문을 열어보니 여자 두 분이서 소주 4병을 먹은 상태에 불멍을 하고 있었다. 나름 안전하게 화로에 참나무장작을 태우고 있었다.


경찰 5명과 소방 3명은 그 자리에서 멍하게 서 있었다.


"거주지에서도 이렇게 위험한 불씨를 키우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네, 딸꾹. 조심할게요. 딸꾹."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또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청소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놀이터에서 불장난을 하고 있는데 제법 불씨가 크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뒤편 놀이터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기숙사 학생들이 나와서 불장난을 하는 것으로 예상을 하고 얼른 출발했다.


현장이 보이기 전부터 또 순찰차 창문을 내리면서 갔다. '민트리버'를 가동했다. 방금 전 화재현장 신고에서도 진원지를 찾아내서 칭찬을 들었던 만큼 이번에도 '찾고 말리라'는 강한 의지가 돋보였다.


"어 냄새난다." 민트리버가 작동했다.


사이렌을 조용히 끄고 우회전을 하자, 불씨가 보였다. 오 제법 큰 불씨였다. 순찰차를 공원 옆에 바짝 붙이자 학생으로 보이는 4명이 후다닥 도망갔다.


"서 이 자식들아!!" 괜히 으름장도 놓았다.


일단 불씨가 크기 때문에 쫓아가진 않고 불씨부터 꺼야 했다. 다행히 모래가 있는 곳에서 불을 지폈기 때문에 얼른 모래들을 모아서 불을 껐다. 탄 내가 진동을 했다. 참고서와 나뭇잎을 모아서 태운 듯 보였다. 불씨로 보았을 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또 소방을 대신해서 불을 껐다.




국민들은 불이 나도 112에 신고하는 경향이 있다. 핸드폰 숫자 패드에 2보다는 9가 더 멀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불이 나더라도 생각나는 1순위가 112, 경찰이기 때문에 신고했을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경찰이 나서서 현장에 가야 하는 게 맞다. 다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같은 공무원인데, 다른 공무원들 일까지 떠맡아서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이 화재 의심신고라든지, 동물 사체 신고라든지, 운전자가 없는 주정차단속이라든지, 건물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린다든지 이런 종류의 신고가 들어오면 투덜투덜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출동을 한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할 것 같다.


'경찰이 일 다 해야지, 골라가면서 할 거야? 배불렀네. 내 세금으로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이야?'


서운한 소리다... 경찰도 사람이다.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는 노릇이고 각자 분야의 전문가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 경찰은 최대한 우리 선에서 해결해 보고 해결되지 않으면 담당 기관으로 이첩을 한다.


오늘은 뭔가 푸념만 했던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같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서지만 경찰의 노고를 생각해서 너른 이해를 바라는 마음이다.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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