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이 아닌데요."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17.

by 소까니 경찰관

경찰을 하려면 시체를 보는 일도 잘해야 한다.


형사, 과학수사팀 직원들 외에도 현장에서 일하는 지구대 직원들이 시체를 많이 본다. 112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사람은 지구대 직원들이다. 이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시체를 많이 보는 편이다.


일단 지구대 직원들이 출동하고 현장에 도착한 결과 심정지 반응이라든지 확인이 되면 추가적으로 형사팀과 과학수사팀의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 형사팀과 과학수사팀은 기본적인 수사와 감식을 하고 타살인지 자살인지, 자연사인지 등을 1차적으로 조사한다.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의사와 검사가 한다. 이 최종적인 판단이 나와야만 입관을 하고 장례절차를 밟을 수 있다. 즉 타인이 시체를 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요양원에서 요양하시던 어르신이 새벽에 사망한 사건이다. 요양병원이라든지 요양원에서 사망하신 건들은 대부분 자연사로 볼 수 있다. 타살 의심이 확실히 줄어든다.


이미 상주 의사들의 진료를 받던 분들이시고, 집이라든지 길가 등 특이한 곳이 아닌, 진료받던 곳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사인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특히 나이가 되신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족들조차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편이다.


이번에도 나이가 90은 되신 어르신이 새벽에 자다가 돌아가셨다. 이미 1차로 119 구급대 신고를 접수받은 상태였다. 현장에는 119가 먼저 도착해서 심폐소생술을 하려고 했는데, 가족이 심폐소생술을 거부했다.


물론 당연히 거부할 수 있다. 너무 불효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현장을 보면 그런 생각이 백 프로 사그라들 것이다.


119는 현장에 도착한 후 사망확인이 있으면 철수하기 전에 경찰에 현장을 인계해야 한다. 그때 우리 지구대가 먼저 출동하는 것이다. 이후 유족이 장례절차를 밟으면서 시신을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검안을 받고, 경찰이 검사에게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수사를 계속해야 할지 판단을 묻는 것이다.




신고가 들어온 것은 새벽 3시였다. 게다가 요양원 외곽에 있기 때문에 꽤나 먼 거리였다. 날씨도 너무 추웠다. 몸을 오들오들 떨며 조심히 운전해 가며 현장에 도착했다.


요양병원 등은 보안이 좋아서 마음대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다. 꼭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 한다. 인터폴을 누르니 요양보호사로 보이는 여성 분이 문을 열어주었다.


요양보호사 분들은 모두 여성이었는데 최소 40대 이상은 되어 보였다. 그리고 모두 표정이 상기돼 있었다. 나름대로 생각하기에는 호스피스와 비슷한 요양원에서 근무를 하면 사람이 죽는 것은 많이 마주해서 조금은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직원에게 돌아가신 분이 어딨는지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왼쪽을 가리켰다. 왼쪽을 보니 구급대 직원이 있었다. 그쪽으로 향했다.


구급대 직원들도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현장을 인계할 테니 얼른 돌아가시라고 말했다. 병실 미닫이 문을 보니 총 세 분이 계신 걸로 확인됐다. 이 세 분 중에 누구인지는 일단 확인을 해봐야 한다.


병실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간 후 맨 앞에 분을 보았다. 찬찬히 살펴보니 숨을 안 쉬는 것 같았다. '아 이 분이 돌아가셨구나.'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을 쉬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저기... 그쪽이 아닌데요."


어라, 그런가. 왼쪽을 보았다. 왼쪽에 계신 어르신도 마찬가지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럼 이 분인 건가. 조용히 뒤를 보니 고개를 또 젓는다.


맨 안 쪽에 한 분이 더 계셨다. 보자마자 느꼈다. '아 이 분이구나...'


툭 튀어나온 광대뼈. 쏙 들어간 눈. 치아는 하나도 없어서 움푹 파인 입술. 몸은 20kg 밖에 나가지 않을 것 같은 실가락 같은 뼈.


가까이 가서 입안을 살펴보니 침은 목 넘김도 못하고 그대로 고여 있었고, 숨소리도 나지 않고, 심장도 뛰지 않았다. 고인이 되신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병실에 세 분이 계셨는데 누가 돌아가신 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산 사람도 산 것 같지 않은 그 모습. 옆에서 같이 지내던 사람이 죽었는데 같이 있던 사람들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평소에도 누가 있는지 조차 모를 것 같았다. 모두의 상태가 그만큼 좋지 않았다.


이게 사는 삶일까. 아니, 내가 그런 판단까지 할 수 있을까. 왜 자녀가 심폐소생술을 거부했는지, 나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사망을 확인하고 형사팀과 과학수사팀을 무전으로 호출하였다. 그리고 지원이 올 때까지 병실 안에서 사건 현장을 보존했다. 너무 먼 거리여서 30분이 소요된 것 같다.


그 시간 까지도 다른 환자 둘은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돌아가신 것인지 모를 정도로 이상한 모습이었다. 병실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고, 고인은 바로 옆에 그대로 있고, 바깥에는 세상모르는 닭이 꼬꼬댁 울고 있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형사팀과 과학수사팀에 현장을 인계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틀 전에 아내와 사소한 일로 다퉜고 찜찜한 상태로 휴전이 있는 상태였다. 괜히 제 일을 하지 않는 아내가 미웠다. 분명 아내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겠지만 서로 싸워야 할 시즌이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요양원을 다녀오고 나서 그런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고 아내가 정말 보고 싶었다. 내가 날고 기고,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결국에는 썩어 문드러 질 몸. 왜 아등바등 살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싸우고 기싸움을 하는 것인지.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퇴근해서 꼭 먼저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7시 30분. 얼른 집으로 달려갔다.


집으로 가니 아내와 아이들은 여전히 꿀잠을 자고 있었다. 세상 어두운 면 모르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보슬보슬한 기분 그대로.


조용히 아내 곁으로 가서 말했다. "여보 사랑해. 내가 잘못했어. 사이좋게 지내자. 다신 안 그럴게~" 아내는 잠결에 어리둥절 하지만 내 사과를 받아줬다. 그렇게 우리의 냉전은 풀렸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그 시기와 방법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그렇게 될 것을. 왜 그렇게 싸우고 미워하고 사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안아주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서해 주도록 하자. 결국 천국에서 다시 만날 사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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