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이 너무 많다.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2.

by 소까니 경찰관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덩치가 정말 크다.

단순히 신체만 보았을 때는 성인인지, 청소년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대화를 해봐야 그때서야 청소년인지 확인이 될 정도이다.


심지어 수염이 덥수룩 한 아이들도 있고, 목소리도 두꺼운 아이들도 있어서 이거 참... 경찰로 살아남으려면 이런 걸 구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건장한 아이들이 '신체'적 능력은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다고 느껴진다.


근무하고 있는 곳이 학생 수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청소년비행 신고도 상당히 잦은 편이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고, 청소년들의 자살소동도 제법 있는 편이다.


나도 여아 둘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112 신고를 접하면 참 마음이 무겁고, 진심으로 어떤 게 문제인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112 신고를 접하고 현장에 나가서 몇 마디 나눠보고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는 없겠지만, 내 생각엔 부모 개개인의 문제점, 부모 사이의 문제점이 가장 크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짐짝 취급한다든지, 아예 관심이 없다든지, 맨날 화가 나 있다든지, 완도에서 전복양식을 하는 바람에 한 달에 두세 번만 볼 수 있다든지, 부부가 맨날 싸운다든지,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든지 등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부모에게서 나오는 문제점들이다.




실제 몇 가지 출동한 사례에서 내가 지켜본 부모들의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비싼 아파트에 사는 데다 아빠도 전문직, 엄마는 아이 하나 제대로 키워 보려고 한 명만 낳아서 엄청난 관심으로 키웠는데 아이가 좀 공부 안 하고 반항한다고 정신병원을 운운한다.


이 집은 엄마가 112 신고를 했다. 아이가 엄마에게 욕하고 대든다고.


요즘 단순히 이런 신고도 정말 많아졌다. 가정에서 자녀와 부모 사이의 갈등을 부모가 신고하는 것이다.


신고한 집으로 가보니 관할에서도 좋은 아파트이다. 신고가 잘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지하주차장도 생소하게 느껴진다. 현관으로 들어가자 '우아한' 말투로 신고자인 엄마가 맞아주는데 아빠는 보이지 않는다.


"딸은 어디 있나요?"

"안방 컴퓨터 앞에 있어요. 가보세요"

"김 순경은 어머님 하고 얘기 좀 나누고 있어요"

"네 소까니 주임님"


안방에 살며시 들어가 보니 아이는 안방에 있는 컴퓨터 앞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앳된 얼굴이긴 했지만 키는 170cm정도 되어 보여서 몇 학년이냐고 물어보니 중학교 1학년이라고 한다.


"왜 엄마하고 싸웠어? 엄마한테 욕 했니?"

"네... 제가 잘못한 건 맞는데요. 엄마가 학원 갔다 오면 컴퓨터 시켜준다고 했는데, 갑자기 말 바꿔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해서 좀 화가 났어요."

"아무리 화난다고 해서 엄마한테 욕 하고 그러면 안 돼. 알겠어? 일단 진정하고, 아저씨 잠깐 엄마하고 얘기하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그 순간 안방 화장실에서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청소기를 밀며 쑥 지나갔다. 경찰이 있건 말건, 모녀가 싸우건 말건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안방에서 나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엄마는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ADHD 약을 먹고 있는데, 공부도 잘 안 하고 반항만 한다며 너무 걱정이라고 했다. 오늘은 엄마한테 처음으로 '시발'이라고 까지 말을 하여 112 신고를 하였지만 별다른 폭력적인 행동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말미에 나에게 했던 말이 충격이었다.


"경찰관님 이런 거 자주 보시죠. 우리 아이 너무 걱정이네요.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을까요?"

"어머님, 정신병원은 정말 마지막 수단입니다. 지금 애가 약 몇 알 먹고 있나요?"

"두 알 먹고 있어요."

"단순히 수치적으로 봤을 때 두 알만 먹고 있는데 정신병원까지 갈 상황인가요. 비슷한 또래 일곱 알까지 먹는 아이 봤습니다."


이 학생은 사춘기다. 그리고 단순히 ADHD가 있을 뿐이다. 이 무렵을 무사히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특히나 아이가 제일 화난 포인트는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과 평소 엄마의 과도한 통제였다.


그런데도 엄마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중학교 1학년 딸아이의 정신병원을 생각하고 있다니... 엄마와 대충 대화를 마무리하고, 돌아가기 전 아이에게 다시 가서 대화를 이어갔다.


"엄마가 평소에 공부만 하라고 하고, 약속 안 지키고, 통제만 하니까 답답해?"

"네"

"지금은 미성년 자니까 부모님이 하는 말이 맞을 수도 있어. 엄마가 답답하면 아빠하고 얘기 좀 해봐."

"아빠는 저한테 관심 없어요. 맨날 골프만 치러 가요."

"그래... 그래도 부모님한테 욕하고 그러면 안 돼. 알겠지? 힘내고, 엄마한테 약속은 꼭 지키라고 말씀드렸으니까 오늘은 푹 자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참 마음이 무겁다.

좋은 집에 살면 뭐 하나. 아이는 점점 망가지고 있는데. 그 아이는 부모를 보고 그렇게 컸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만 정신병원에 보낸다고 해결될 일인가 싶다. 언젠가 또 신고가 들어올 것 같아 메모장에 그 집 상황을 정확히 기입해 둔다...




두 번째. 이번에도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인데, 이 학생은 습관적으로 본인의 손목을 커터칼로 긋는다. 벌써 몇 줄인지 모를 정도로 가지런히 칼자국이 있다.


이 집 역시 엄마가 112 신고를 하는데, 일주일에 최소 한 번씩은 신고를 한다.


딸이 욕을 한다... 딸이 폭력적이다... 딸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등 신고내용만 보면 완전 딸이 나쁘다. 이제는 딸 이름도 외우고 있어서 112 신고가 들어오면 서둘러 딸부터 만나본다.


이 집 엄마는 얌전한? 스타일이 아니라 매번 흥분해 있는 상태이다. 경찰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본인의 주장을 계속하기 때문에 제때 끊지 않으면 30분이 훌쩍 지나버릴 정도이다.

엄마는 딸의 비행에 대해 몇 년 전 일까지 꺼내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는 것이 다반사이고, 딸을 어떻게 하면 못되게 말할지 고민하는 사람처럼 보일정도이다.


일단 속사포 엄마의 말을 끊고, 딸에게 가본다.


"선유(가명)야, 들어가도 되니? 경찰 아저씨야."

"들어오세요."

"오늘은 뭔 일이야."

"아니, 엄마가..." 주절주절... 오늘은 또 이런저런 일 때문에 다퉜나 보다. 다투는 이유는 정말 다양한데, 결국 패턴은 똑같다. 딸이 엄마한테 대들고 엄마는 그냥 112 신고를 해서 딸을 잡아가든지 정신병원에 넣어버리라고 한다.


이 아이 역시 ADHD 약을 먹고 있긴 한데, 반항장애까지 있어서 약을 일곱 알 먹고 있다. 정말 많이 먹고 있어서 이 약을 먹으면 하루 내내 멍~해 있다가 잠만 자거나 해서 아이 스스로 약을 몰래 먹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엄마도 잘 알고 있지만 또 이 부분에서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가 좀 강경하게 나온다.


"오늘은 꼭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주세요."

"아니 왜요. 자, 타해 위험성이나 긴급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누워 있잖아요."

"평소에 방에서 몰래 커터칼로 손목을 긋는데, 오늘은 제 앞에서 긋더라고요. '네 년 앞에서 죽을 거야.'라면서 행동하는데, 점점 더 심해지다 못해서 이젠 엄마 앞에서 저러네요. 입원해야 할 것 같아요."


이건 좀 심각하다. 엄마하고 욕하고 싸우고 지내는 것은 알고 있는데, 엄마 앞에서까지 커터칼을 들어서 자해하려고 했다니... 다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선유야 팔 좀 보자."


깊진 않지만 선홍색 딱지가 촉촉이 묻어있다.


"너 오늘은 엄마 앞에서 손목 그었니?"

"네"

"선을 넘은 거야. 지금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데, 엄마 앞에서까지 이러면 너 진짜 아저씨들이 도와줄 수 없어"

"엄마 년이 학교 가기 싫은데 자꾸 학교 가라고 하잖아요. 또 뭐래요? 저 미친년이래요? 아 시발"


안 되겠다. 집에 없는 아빠랑 통화해 봐야겠다. 신고가 있을 때마다 거의 아빠가 있었지만 아빠 역시 엄마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


"아버님 이만저만해서 연락했는데요. 어머님이 자꾸 입원을 말씀하시네요."

"아내가 입원시키고 싶어 하면 그냥 입원시켜 주세요."

"아버님, 한 번 입원하면 끝입니다."

"그냥 입원시키세요."


아... 정말 이 동네 사람들은 정신병원을 장난으로 생각하는 건지 화가 난다.

경찰은 자, 타해 위험성이 있는 긴급한 상황이면 대상자를 응급입원 시킬 수가 있다. 보호자 동의도 필요 없다.


'결국은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중학교 2학년 학생을 정신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 가는 중에 선유는 엄마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붓었다. 이제 한동안 학교도 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치료만 받아야 한다.


마음이 착잡하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나아진 아이를 본 적이 없다. 그냥 그대로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겠지. 성인이 되어서도 성인 ADHD로 가거나 반항적 성격이 더 심해져서 또 다른 정신병으로 발현이 되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구대로 돌아온다.


예로 든 두 가지 일화 이외에도 청소년 문제는 정말 많다.


아이들이 여기저기 떠돌이처럼 돌아다니며 씻지도 않고 손톱도 마녀처럼 길어서는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시비하거나, 무인점포에서 담배를 훔쳐서 피고, 자전거도 훔쳐서 당근에 팔아 돈벌이 수단으로 하는데, 이 아이들을 잡아와서 부모한테 말을 해도 부모는 그냥 처벌하라면서 지구대에 오지도 않으려고 한다.


어찌어찌 지구대에 온 부모들 역시도 누구 하나 배울 점이라곤 없어 보인다.


그냥 다짜고짜 욕을 한다든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싶어서 같이 훔친 애들 어딨 냐고 소리 지르는 부모 등 누구 하나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112 신고들을 처리하면서 결국 내가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 지켜야 할 부분들이 정리가 된다.


첫 째. 손찌검하지 않는다.


부모의 적절한 훈육이 있어야 아이는 잘 자랄 수 있다. 그런데, 흥분한 상태로 손찌검하는 부모의 행동은 훈육이 아니라 학대이다.

신체적 접촉을 경험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것들을 상세히 기억하고, 본인도 모르게 반항적 행동으로 표출이 되기 마련이다.

물론, 아이의 반항으로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 때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부모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 반복적인 고민으로 스스로를 잘 통제한 후 건강한 훈육을 해야만 아이는 올바르게 자랄 수 있다.


둘째. 무한한 관심.


무한한 관심에는 무한한 애정도 포함된다.


대부분 가정은 아빠가 아이들이 유아기일 때만 관심이 있다가 좀 커서 친구들을 찾을 때는 관심을 끊어버린다.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


그런데, 아이가 친구들을 찾고 밖을 돌아다녀도 집에 돌아왔을 땐 항상 본인을 찾는 팬이 있어야 한다. 손톱도 안 깎고 머리털 잔뜩 길어서 남의 물건을 훔치고 다니며 집에 들어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부모님은 뭐 하시냐고 물어보면, 항상 본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혼날까 봐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본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이게 더 아픈 말 같다. 무관심.


자녀들에게 무한한 관심과 무한한 애정을 주도록 하자. 귀찮아해도, 징그러워해도, 인상을 써도,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주도록 하자.




번외로, 관내에 남녀공학 공고가 있어서 사고를 자주 치던 무리가 있었다.


덩치나 얼굴 생김새나 정말 성인처럼 생겨서는 담배를 피우는 것은 기본이고, 술 마시고 무리끼리 싸움을 하거나 일반인들에게 시비를 하기도 하고, 무등록번호판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일들이 잦았다.


처음에는 나에게도 대들어서 혼 쭐을 내주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 아이들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주기 시작했다. 신고가 들어와서 현장에 도착하면 이름을 불러주고, 스스로 치우고 사과하게 만들고 요새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자주 보자면서 능글스러운 농담도 해주곤 했다.


그런 일들이 있고부터 신기하게도 공고 학생들의 비행신고는 엄청 줄었다.


오히려 그 근처에서 사건처리를 하고 있으면 듬직한 공고 학생들이 나타나서는 "경찰관님 뭐 도와드릴까요?!" 라며 웃으며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무한한 관심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본인의 이름을 기억해 주고, 인정해 주는 것.

이런 게 요즘 덩치만 큰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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