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27.
경찰관도 사람인지라 현장에서 정말 놀랄 때가 있다.
민원인이 앞에 있을 때는 최대한 대담한 척 하지만,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란 모습을 들킬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더욱 대담하게 나간다. 창피한 모습은 빨리 지워야 하니까.
원룸 건물주의 신고가 들어왔다.
202호에 혼자 사는 세입자가 있는데, 두 달째 연락이 되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월세도 1년 가까이 밀려서 건물주가 보관하고 있던 보증금으로 모두 제했는데, 이제는 보증금도 남아 있지 않아서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는 민사의 범위이기 때문에 경찰이 개입할 수는 없다. 건물주에게도 이점을 설명드렸다. 그런데 건물주는 이 세입자의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사정이 있어 보이니 가만히 들어주었다.
세입자는 50대 후반의 남성이다. 누구와의 왕래도 없다. 술을 많이 마시는지 항상 술에 취해 있고, 재활용 쓰레기로 소주병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래, 요새 이런 분들 많지.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이 사람이 너무 조용해서 흔적도 없다는 것이다. 흔적이 없으면 좋은 것 아닌가? 더러운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조용한 사람의 집 앞에서 최근 들어 썩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아! 불안하다.
그래, 최근 고독사가 정말 많은데 두 달째 연락도 안되고 하는 것은 정말 위험했다. 불안했다. 얼른 현장으로 나갈 테니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현장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모든 단서가 죽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100% 고독사를 확신했다. 오늘은 마스크도 안 챙겨 나왔는데 걱정이었다. 시체는 엄청난 냄새가 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조원도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누군가, 경찰이다. 이 또한 대담하게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자꾸만 안 좋은 생각이 들어서 몸은 움츠러들고, 순찰차는 더디게 운전했다.
결국 현장 인근에 도착했고, 멀리서 건물주로 보이는 사람이 해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신고하셨죠? 얼른 올라가 보시게요." 스몰토크는 생략했다.
일단, 세입자의 현관문 앞에서 건물주에게 설명을 드렸다. 무언가 의심이 되긴 하지만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핸드폰 위치추적을 해보고 집 근처에 있는 것 같으면 문을 강제개방할 수 있다 등을 말하고 있었는데 건물주는 대뜸 말을 끊고 본인의 말을 했다.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모든 집의 마스터 키를 제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이걸로 열고 들어가면 됩니다. 강제개방 안 해도 됩니다.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까 봐 112 신고를 한 것입니다. 제가 다 책임질게요."
그래... 그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 문을 딸 수 있는 상황이니 건물주의 키를 받아서 문을 개방해 보려고 했다.
정말 긴장됐다.
현관문 앞 복도에서는 썩는 냄새가 나진 않았지만 퀴퀴한 냄새가 나긴 했다. 이 퀴퀴한 냄새는 번개탄 냄새일 수도 있었다.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문을 열자마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바로 시체가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 일단 내가 앞장서자. 문을 열었다.
띠.
띠.
띠.
한 세 번 시도를 했을까? 떨리는 손에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문이 열렸다. 쓱 고개를 들이밀어보니 집은 어두웠다. 퀴퀴한 냄새는 계속 났다. 진한 냄새였다. 번개탄인지 헷갈렸다. 타는 냄새 같았다.
"집에 누구 계신가요. 대답해 보세요. 경찰입니다. 들어갑니다."
난 신발을 벗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신발을 신은채 현관을 지나쳐 거실 겸 부엌 쪽으로 진입했다. 바닥은 끈적끈적했다. 쓰레기는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발을 디딜 공간이 부족했다. 어찌 됐든 세입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뒤에서 건물주가 한 마디 거들었다.
"왼쪽에 문 있어요. 문. 그거 열어야 돼요. 거기가 방이에요."
하... 고개를 들어 왼쪽을 보니, 하얀 문이 있었다. 거실 겸 부엌과 별도로 방이 하나 더 있었다. 이건 200%다. 강한 직감이 들었다. 방 쪽으로 가자, 타는 냄새가 더 났다.
그 짧은 세 발자국을 지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번개탄일까. 목맴일까? 어디다 맸을까. 두 달 연락이 안 됐으면 이미 부패가 많이 됐을 것 같은데. 마스크도 없는데.'
1초도 안 되는 순간 많은 생각을 했지만 걸음걸이는 대담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밀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그리고 퀴퀴한 냄새가 한 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누구 있습니까?"
거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방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안에는 흰색 이불을 덮고 있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누워서 죽었나 보다.'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환기를 할 생각으로 창문 쪽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 꿈틀거렸다.
우이쒸.
졸았던 나의 마음이 입 밖에서 툭 나오고 말았다. 갑자기 이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어~ 누구신가요?"
세입자가 일어났다. 분명 나와 눈이 마주쳤다. 확실히 술에 절어 있는 듯했다. 눈은 충혈돼 있고, 흰자는 이미 노랗게 변해있었다. 퀴퀴한 냄새는 연초 냄새였다. 담배를 얼마나 피워댔으면 그렇게 냄새가 날까.
정말 놀랐다. 시체가 일어나는 것만 같은 상상이 짧게 들었다. 그렇지만 대담한 척 말을 이어갔다.
"건물주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몇 달째 연락도 안 되니까 경찰 입회하에 들어왔어요. 양해 부탁드릴게요. 이제 경찰이 개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까 건물주 분하고 이야기 잘해보세요. 그럼 이만."
건물주에게도 적절한 조치를 부탁하고 현장을 빨리 빠져나왔다. 계단으로 1층까지 뛰어 내려가면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순찰차에 타서도 바로 출발할 수 없을 만큼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조금만 있다가 출발하세."
조원도 상당히 격앙되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숨을 할딱할딱했다. 우리 둘은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렇게 지구대로 복귀했고, 이 신고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됐다.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거의 200% 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했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프로페셔널하게 보고서도 마무리했다.
그런데 사실 정말 놀랐지만. 그리고 놀란 것을 티 내지 않으려고 대담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쫄보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