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29.
경찰관은 비번일 때도 본연의 업무를 계속할까?
다른 직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편이다. 체질이 그렇다. 간섭하기 좋아하고, 올바르게 지적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사는 게 조금 피곤할 때도 있지만, 기질은 바뀌지는 않는다.
지구대는 교대근무 체제이다. 그래서 남들이 일할 때 쉬기도 하고, 반대로 남들이 쉴 때 일하기도 해서 대중없는 편이다.
평일 비번일 때는 거의 집안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요리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아이들 돌보는 일도 한다. 틈틈이 글을 쓰기도 하고, 좋아하는 문학 책도 읽는다. 정말 하루가 금방 간다.
집에 있을 때는 세상 일에 간섭할 일이 거의 없지만, 밖에 나가면 조금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아이들을 하원할 시간에는 불량청소년들이 많아서 골머리를 앓는다. 다른 사람들은 불량청소년들을 보아도 그냥 지나치거나 112에 신고를 하지만, 나는 직접 나선다.
뚜벅.
뚜벅.
불량청소년들이 보이면 1초 정도 고민하긴 하는데, 결국 결과는 항상 동일하다. 나는 그들에게 훈계를 하고 있다. 요새는 청소년들에게 잘못 훈계하면 시비가 붙어서 얻어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하지만, 나는 일하면서 그런 경험이 많다 보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직접 나선다.
아직까지는 백전백승이다. 물론 찜찜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청소년들의 치기 어린 마음이라 생각하고 아주 작은 '개김'은 그냥 넘어가준다.
지구대 인근에서 거주하다 보니 불량청소년들이 나를 알아볼 때가 종종 있다. 나도 불량청소년들을 알아볼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일부러 아는 채 하지는 않는다. 일할 때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아이들을 하원하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재활용쓰레기도 버려야 해서 양손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나갔다. 한참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담배냄새가 났다. 그러려니 했다. 많은 아빠들이 분리수거를 하고 나서 담배를 피우니, 그런 자유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한 때는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됐다.
담배연기를 못 본 척하고, 단지 내 공원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직업버릇이 발동했다. 누군지는 봐야 할 것 같았다. 고개를 쓱 돌려보니 청소년들이었다. 물론 남자애들은 덩치도 크고, 여자애들은 화장도 진하게 했지만 나의 촉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하... 애들 하원해야 하는데, 지금 시간이 4:20 이니까 10분 정도는 여유 있다.'
왼쪽으로 가던 몸을 바로 오른쪽으로 꺾었다. 필연적이었다.
뚜벅.
뚜벅.
그대로 직진했다. 직진하는 와중에 앞을 보니, 남녀가 섞여서 6명 정도는 됐다. 자식들, 연초를 피우고 있다. 전자담배도 아니었다. 제일 덩치 큰애가 정자에 앉아서 나를 노려보았다. 전혀 타격이 없었다.
대빵으로 보이는 청소년의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걸어가니, 그 청소년은 이윽고 눈을 피해 버렸다. 이미 게임은 끝났다. 나머지 애들은 문제없었다.
"여기서 담배를 피워도 될까, 안 될까?"
너네 학생이 어디서 담배를 피우고 그래. 이런 식의 훈계는 반항만 불러일으킨다.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행동이기에 이런 언행은 삼가야 한다. 대신 장난을 거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위엄 있게 다가가야 한다. 정신을 못 차리게 해야 한다.
나머지 애들이 고개를 돌리면서 담배를 뿜어댔다. 살짝 화가 올라왔다.
"담배 안 끄냐?"
불량청소년 6명은 일제히 담배를 끊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표정은 아니꼬웠지만 나에게 대적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대빵으로 보이는 청소년이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걸었다.
"경찰이시죠!"
나를 알아본 것이다. 기왕 알아본 김에 한 마디 더 했다.
"야... 우리 단지는 오지 말아라. 친구들한테도 똑똑히 일러라. 가만 안 둔다."
"네!!!"
청소년들은 최대한 아니꼬운 티를 내면서 걸어갔지만, 이미 내가 이긴 게임이라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뒤통수에 대고 한 방 더 날렸다. 카운터 펀치였다.
"너네 얼굴 다 기억하고 있다. 조심해라~. 또 보자~."
청소년들은 고개도 돌아보지 않고 더욱 속도를 내어 단지 밖으로 도망갔다. 특히 갸루화장을 했던 여학생은 꽁지 나게 도망가 버렸다.
퇴근한 아내에게 또 청소년들을 혼내주었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매번 걱정한다. 요새 아이들이 보통이 아닌데, 어쩌려고 자꾸 혼내고 다니냐며 핀잔을 줬다.
그런데 나도 나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예의 바른 게 좋고, 옳은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간섭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다만, 싸우고자 하는 태도가 아니라 상대방에 맞는 태도를 보여야 큰일이 나지 않는 법이다. 이런 것을 많이 보는 직장에 있다 보니 유연한 태도가 몸에 배었다. 그래서 평소 사는 데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지 않고 잘 살고 있다.
그나저나 동네 불량청소년들에게 나는 보안관일까? 아니면 보기 싫은 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