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 만졌잖아요 사과해요 나한테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30.

by 소까니 경찰관

요즘 청소년들 다루기는 정말 어렵다. 차라리 강력사범들만 만났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게 한다. 간접적으로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기분까지 든다.


어쩜 요새 애들은 이렇게 까다로울까?!




요새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SNS는 아마도 인별그램일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굳이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않고 인별 ID를 물어본 후 그 게시물을 통해 그 사람의 사이즈를 판단하는 것 같다.


특히 팔로워가 얼마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 팔로워 수가 상대방의 사이즈를 말해준다.


청소년들 역시 인별그램을 가장 많이 한다. 라이브 기능을 통해서 인친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라이브 기능이 독이 된다. 본인이 저지르고 있는 일탈이나 범죄 사실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라이브를 보고 있던 인친들이 112에 신고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본인을 신고하는 것이다. 본인들은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녀석들이다.




최근에는 중학교 3학년 여자애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인별그램 라이브에 올려서 인친에 의해 신고를 당했다.


장소와 인상착의까지 명확히 특정이 돼서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만, 모바일신분증을 위조했기 때문에 신분을 파악하는 게 헷갈리긴 했다.


화장을 진하게 하고, 어울리지 않게 짧은 치마를 입어서 누가 봐도 갓 스무 살이 된 여자애처럼 보였다. 요새 애들은 정말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큰일이다.


본인은 계속 성인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경찰의 촉은 무시할 수 없다. 묘하게 다른 얼굴과 더불어, 과하게 대항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거짓말하는 사람이었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여 일단 지구대로 임의동행하여 데려왔다.


데려오는 와중에도 '아니꼬운' 행동을 하며 경찰관을 농락했다. 그리고 경찰관이 본인의 팔을 붙잡으며 성추행을 했다며 대머리 선배에게 항의도 했다.


"아씨, 쥰나 내 몸 만졌자나여"


스무 번도 넘게 이 소리를 지른 것 같다. 대머리 선배는 본인이 몸을 만졌으면 고소하라고 했다. 달게 처벌받을 테니 고소할 테면 해보라고.


한편, 일단 사건처리를 해야 하기에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요구했으나, 한 두 번 지구대에 와본 것 같지 않은 여유로운 행동으로 거절을 해댔다.


계속해서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경찰의 약점을 잡으려고만 했다. 어떻게 이런 애가 중3이지?


그래도 우린 경찰인데, 이제 16년 산 네가 어떻게 감당하겠니. 이제 참 교육을 해주마.




"너 여기 놀러 왔냐 인마!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하고 있어. 네가 피해를 봤으면 고소를 해. 대신 CCTV 영상 다 확인하고 수사까지 다 해봤을 때 네가 한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 넌 무고죄로 처벌받을 거야. 그거 명심해라. 그리고 네 마음대로 떠들지 마 여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시끄럽게 굴어."


호되게 혼냈더니 눈도 못 마주친다. 강약약강인 아이였다. 어찌어찌 아버지의 번호를 받아서 통화를 해보았다.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받으셨다. 역시 한 두 번 속 썩인 것이 아니었다. 곧장 지구대로 오신다고 하여 여자 아이를 계속 지구대에서 보호하고 있기로 했다.


그 아이는 지구대에 있는 내내 대머리 선배에게 대들어댔다. 꼭 대머리 선배에게만 대들었다.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아이의 아버지가 오셨다.


아버지는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 아버지, 오랜만에 보는 개념이 있으신 부모님이었다. 딸에게 호통부터 치기 시작했다.




"너 화장 이렇게 하고 다니면서 잘하고 다니는 짓거리다. 창피하지도 않냐? 너 집에 가지 말고 여기서 처벌받아라 그냥. 죄송합니다 선생님들. 제가 애를 잘못 키워서 그렇습니다. 필요한 처벌은 다 해주세요."


"아빠, 저 아저씨가 나 쥰나 만졌다니까. 성추행이라니까."


"확 씨. 조용히 안 할래? 죄송합니다 선생님."


문제아 부모님들의 대부분은 거의 비슷한 계열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어찌 저런 녀석이 대감 같은 부모님을 두었을꼬.


이러나저러나 사건처리는 해야 한다. 일단 아이는 집으로 귀가조치 시켰다. 새벽 늦은 시간에 꼬마 아이 때문에 지구대가 시끌벅적했던 사건이다. 앞으로 어떻게 클지 아주 기대가 되는 아이였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쥰나 만졌자나요'밖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헛되고 헛되니 헛되도다.


그렇게 꼬마 여자애한테 당하고 나니 남은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뿐이었다. 결국 그 여자애가 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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