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18.
"개고기나 먹으러 가자"라는 표현은 한국에서 농담 또는 정말로 제안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동물보호와 윤리 의식 강화로 인해 이런 농담을 잘못하면 야만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법으로도 특별법으로 제정돼 2027년 2월에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즉,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징역까지 갈 수 있는 큰 죄에 해당한다.
요즘 주변에 개고기를 파는 곳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2025년부터는 정부에서 전업 및 폐업 지원을 시작했기 때문에 개농장 약 70%가 폐업을 했고, 보상금 약 1,928억 원이 집행 됐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시 외곽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심심찮게 개고기집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참 세월이란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인식의 변화라고 해야 할지, 문화의 변화라고 해야 할지, 나의 입장에선 개를 식용으로 먹는 것이 납득이 안 됐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의로든 타의로든 개고리를 먹어본 적도 없다.
한편, 실제로 보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동료가 관내에 개를 잡는 곳을 발견했다.
간판도 없이 비닐하우스 4개 동에서 개를 잡는 것인데, 캣맘과 비슷한 도그맘(?)이 제보를 했다. 지난 9월부터 간간이 신고가 들어왔던 것 같은데, 그때는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주변 순찰을 하긴 했는데 개를 잡는 정황을 발견치 못해서 현장종결을 했다고 기록 돼 있었다.
이번에 우리 직원들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무언가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 냄새가 너무 진해서 단순히 머리카락 타는 냄새는 아닐 것이라는 촉이 왔고, 내부를 수색했다.
현장조사 사진을 보니 광경은 실로 처참했다.
중형견 한 마리가 두 동강 난 채 싱크대 대야에 던져져 있었던 것이다.
중형견은 엊그제 비닐하우스 앞에 묶여 있으면서 비닐하우스를 지키는 개였다. 그리고 털은 토치로 모두 그을려 있었고, 몸통은 까맣게 타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도리로 머리를 쳐 죽인 듯 보였다. 그리고 바닥은 울퉁불퉁하여 그 피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인간은 대체 얼마나 잔인할 수 있을까? 영화 '추격자'가 생각이 났다. "너지, 4885..."
도그맘들은 당근이라는 온라인플랫폼에서 서로 연락하며, 유기견이라든지 보호가 필요한 강아지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사료를 주며 돌보는 일을 자발적으로 했다.
이번 사건 현장도 도그맘들이 자주 찾아가서 확인을 한 것인데, 도그맘들의 진술은 이렇다.
거의 매일 이 비닐하우스로 강아지들에게 밥을 주러 오는데, 3일에 한 번꼴로 묶여 있는 강아지들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겠다 싶어도, 거의 6개월간 그런 모습을 보이자 개 도살의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특히나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도그맘들이 이번엔 열려 있는 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바닥엔 피가 흥건했고 장도리엔 선명한 피가 묻어 있어서 신고를 했다는 건데, 그게 맞은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까웠다.
직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더욱 속상했다.
비닐하우스 인근에는 강아지, 개들이 되게 많았고 '뜬 장'에도 강아지들이 잔뜩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는 그대로 얼어 죽어 있었고 사료가 아닌 음식물 쓰레기로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도살하던 곳 안에도 새끼 강아지들이 어둠 속에 묶여 있었는데, 그 강아지들은 주인이 직접 도살하는 광경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통받는 개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오줌을 지렸을까? 해도 해도 너무했다.
아마도 단속을 하기 전 날이나 당일 아침에 도살을 했을 것이다. 피와 물이 너무 선명했다.
직원은 되게 힘들어했다. 밤에 그 광경을 모두 목격하고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곧바로 구청 당직자에게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사항을 안내해 주었다. 구청은 나인투식스 이기 때문에 밤에는 당직자 한 명뿐이다.
직원은 퇴근한 아침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새끼 강아지들이 눈에 밟혀서, 곧바로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비번임에도 지구대로 다시 출근을 했다. 구청과 직접 다시 연락하여서 사건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모든 자료를 넘겨주었다. 곧바로 행정조치를 할 수 있게끔.
지금 그 강아지들은 어떻게 됐을까. 모두 구조가 됐을까. 그런데 구조가 된 후에도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한다면 아마도 안락사를 당할 것이다.
개는 인간을 한 번 주인으로 인식하면 언제나 꼬리 팰러를 돌리며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주인을 사랑한다고 한다. 자식보다도 더한 사랑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쯤은 개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요즘에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처럼 키워야 하고, 죽음도 나보다 먼저 올 텐데 그 모든 걸 감당할 자신이 없다. 유튜브만 봐도 반려견과 이별하는 모습을 볼 때 눈물이 조금씩 나는데, 내가 그런 고통을 겪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구조된, 아니 구조됐을 강아지들을 위해선 기도를 해보려고 한다.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뜬 장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코 촉촉하게 냄새도 맡고 다니면서 뛰어놀고, 십 년이 지나서 하늘나라로 가기를!
[브런치북으로 재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