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보이스피싱: 끝은 없다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4.

by 소까니 경찰관

최근 대기업인 쿠팡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돼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어린 아이나 나이 드신 분들은 제외하고는 전체 국민의 정보가 털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건수인데, 엄청난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어차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 개인정보는 이미 전 세계 공용이다.


다만, 이 정보를 가지고 추가적인 계좌정보라든지 인증정보 등과 결합해서 사기를 치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나를 상대로는 보이스피싱을 계획하고 있진 않는 듯하다.




관내에도 정말 많은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된다. 생각보다 너무 많다.


수법은 예전부터 쭉 해온 금융감독원 사칭이나 검찰청 사칭이 제일 많은 편이다. 뭐, 금감원인데 당신의 계좌가 범죄 이용계좌에 이용됐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갚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진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정말 일부의 사람들은 처음에 긴가민가 하기 마련이다.


그럼 그 긴가민가 한 사람들을 보이스피싱 일당이 돌돌 말아서 공격하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넘어올 기미가 보이면 조금씩 신상정보를 흘리면서 가둬둔다.


가족에게 말하면 가족까지도 모두 계좌조회를 해서 앞으로 신용불량자를 만들어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쯤까지 듣고 있는 피해자는 그대로 모든 피해를 당하게 된다.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진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꾼들은 LINE이나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를 시도한다. 앱이 없다면 설치하라며 접근한다.


또한, 어떠한 링크를 보내면서 꼭 이것을 설치해야 본인들이 도와줄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바로 좀비 앱이다. 이게 설치된 순간 보이스피싱 일당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경찰이나 누군가에게 전화하려고 하면 그 전화를 가로채서 경찰 역할까지도 하기 때문에 그 틈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거미줄이 된다.


나이 드신 분들은 조잡한 관공서 사칭에도 잘 속는다. 검찰청이라고 하면서 그럴싸한 명함, 공문을 포토샵으로 만들어놓고 피해자에게 보내 안심을 시키는데 평생을 자영업자만 했던 나이 드신 분들이 특히 많이 속는다. 어떤 관공서도 공문을 메신저로 보내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대포통장으로 돈을 보내라고 하면서 야금야금 몇 회에 걸쳐서 돈을 뜯어 간다. 절대 1회에 멈추지 않고, 야금야금 뜯어 가는데, 그때까지도 가족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피해자에게 가족들까지 운운하며 협박하고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며, 이러한 내용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을 보게 된다.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 경찰서에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고 또 본인 혼자서 지구대를 몰래 방문한다.


"제가 이런 일에 연루됐는데..."


아뿔싸, 보이스피싱이다. 정말 안타깝다. 절차에 따라 도와드리지만 이미 송금한 돈은 절대 받을 수가 없다. 대포통장을 이용하거나 곧바로 비트코인으로 바꿔버리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다.




요즘에도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이 있다.


대부분 전화를 통해서 좀비 앱을 설치하고, 돈을 송금하게끔 하는 식이지만, 냉장고에 넣어둬라. 어디 실외기 밑에 넣어둬라, 어디 가면 어떤 남자가 올 테니 그 남자에게 줘라. 등 형태의 대면편취형 집단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도 처음에는 나의 핸드폰 번호와 개인정보를 가지고 전화가 오기 때문에 절대 이 수작에 넘어가면 안 된다.


만나서 돈을 줬다고 한들, CCTV에 그 사람의 얼굴이 찍혔다고 한들 그 사람은 대부분 고수익 알바 전단을 보고 온 '꼬리'일 뿐이기 때문에 몸통은 해외에 있다. 이 역시 돈 한 푼 받을 수 없다.


대면편취 역시도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식이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선 어디 새마을금고인데 지금 고금리로 받고 있는 것을 전부 저리로 대환대출 해준다면서 어디 새마을금고 전무가 가게로 방문할 테니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주시면 곧바로 대출 상환해 드리겠다며 온다.


정말 간도 크다. 피해자 가게 업장으로 찾아가서 돈을 그대로 들고 간다. 얼굴이 다 찍혔지만 이 역시도 1건당 30만 원 알바인 꼬리였다. 그래도 이 꼬리도 처벌을 받긴 하지만 돈 한 푼 받지 못한다.




최근 경찰 직원 어머니가 보이스피싱을 당하셨다.


4개월에 걸쳐서 8억 원가량을 보이스피싱 계좌에 입금을 하셨는데, 정말 화가 치밀었다. 처음에 전화를 해서 금감원이라며 부정계좌에 이용됐다며 일단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면 소액이라도 갚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앱을 깔게 하고, 집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게 했다. 자식이 경찰이라고 하자 그 자식까지도 경찰 못하게 조사를 탈탈 털어버리겠다고 하니 이 어머니는 자식 걱정에 입을 꾹 닫아버렸다.


범죄자들은 피해자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줬고, 이 피해자는 아파트 대출, 평생 모아 온 예적금, 카드 돌려 막기 등으로 돈을 8억 가량 마련해 그대로 송금했다. 무려 4개월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이미 돈을 다 줬음에도 보이스피싱 집단은 돈을 조금이라도 더 뽑아먹기 위해 카드를 추가로 만들어 대출을 받아오라고 했는데, 이 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담원이 이상함을 감지해서 만류하자 그때 어머니가 정신이 들었다고 하며 지구대로 찾아왔다.


끔찍했다. 라인으로 대화한 내역을 보니 보이스피싱 집단이 맞았다. 곧바로 경찰서로 모시고 갔더니 수사과 앞에는 그 어머니의 아들(경찰)이 서 있었다.


망연자실한 표정. 믿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다. 그 돈 역시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나에게도 의심스러운 상황이 있었다. 물론 보이스피싱 시도는 아니었지만 난 정말 그렇게 느꼈다.


자동차 보험을 인터넷 다이렉트로 가입했는데 그 이틀 뒤에 고객센터 번호도 아니고 일반 핸드폰 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소까니님 최근에 다이렉트보험 가입하셨죠?"

"그런데요?"

"아니 보니까 변호사비나 형사처벌 벌금 등 이런 부분은 전혀 가입을 안 하셨더라고요."

"그런데요?"

"보험내역을 보니 운전자 보험이 별도로 가입돼 있긴 하시던데 3만 원 정도면 너무 비싸거든요. 자동차보험에 하나로 다 가입하시는 게 더 나으실 것 같아 도와드리려고요. 링크 보내드릴 테니 설명서 읽어보시겠어요?"


어? 이거 보이스피싱 패턴 같은데. 새로운 방법인가. 어떻게 이틀 전에 내가 가입한 걸 알았고 내 운전자보험까지도 다 알고 있지. 정말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머리를 빨리 굴려봐야 한다. 다른 식으로 대화를 해봐야겠다.


"아니 근데 그건 그렇고 최근에 보험료가 왜 이렇게 많이 올랐어요? 저 사고 나지도 않았는데요."

"아 사고 안 나셨는데 오르셨어요? 선생님 차종이 인기 차종인데 최근 사고도 많이 났고, 치료비라든지 수리비도 상당히 인상돼서 보험사가 마이너스일 겁니다. 그래서 아마도 전체적으로 다 올랐을 겁니다."


맞는 내용이다. 너무 잘 아는데. 한국말도 잘하는데. 아... 마지막 질문.


"저 지인한테 보험 가입해서 해지 못합니다. 좀 있다가 갈아탈 테니 한 달 뒤에 연락 줄래요?"

...

"네, 알겠습니다. 한 달 뒤에 연락드릴게요 고객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쉽게 포기하고 떠나갔다. 아직도 긴가민가한 상황이다. 링크를 보내서 눌렀다면 내 핸드폰도 좀비 앱으로 변해버리고 다 털어갔을까? 아무튼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경찰이나 금감원 등에서 알려주는 사안들을 전부 외울 수도 없고 매번 이것을 암기해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고 의심을 하자.


왜 내가 금감원이나 검찰청에서 전화를 받아야 하지?


왜 비밀로 하라고 하지?


가족에게 알리지 말라고? 왜?


왜 지금 내 핸드폰으로만 전화하라고 하지? 다른 전화로 전화하면 안 되나?


왜 자꾸 링크를 열어보라고 하지?


왜 돈을 입금하라고 하지? 나중에 법원 가면 되는데? 등 자꾸 의심을 해야 한다.

누군가 걸려온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놈의 전화를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의심부터 해야 한다.


최근 지구대로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오셨는데 수상해서 왔다며 전화내역과 카카오톡 내역을 보여주셨다. 자꾸 링크를 누르라고 하고, 집에 알리지 말라고 하는데 너무 수상해서 일단 계좌지급정지부터 시켰다고 한다.


물론 보이스피싱 시도는 맞았지만 그 이상은 아주머니가 잘 버텨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이 아주머니는 상대방이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하니까 의심이 들었을 뿐이고 굳이 지구대까지 방문하여 질문을 하셨던 거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게 생각하고 자꾸 의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적으로는 돈을 보내버렸다면 은행에 먼저 전화하여 지급정지하고 동시에 경찰서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내 인증번호나 계좌번호 등만 알려줬다면 비밀번호를 모두 다시 바꾸고 카드나 계좌를 곧바로 정지시켜야 한다.




'나에겐 그런 전화가 와도 난 속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욕을 해주고, 혼내줄 것이다.' 등 자신만만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전화가 오면 긴가민가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범죄자들은 혼을 쏙 빼버린다.


이것만 기억하자. 의심.


왜 나한테 굳이 전화를 했을까? 왜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 왜 돈을 갚아준다며 돈을 보내라고 할까? 다 이상한 소리다. 의심부터 하자. 의심... 의심... 또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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