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정말 안타까운 고인의 마지막 모습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5.

by 소까니 경찰관

고독사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지식백과에 검색해 보니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독사는 보통 홀로 사는 노인 가구 층에서 많았으나, 점차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고독사도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지식백과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 가구 층은 오히려 요양병원 등에 입원해 있기 때문에 사망여부를 바로 알 수 있지만, 혼자 살고 있는 중장년층이나 독립한 청년층 등은 곧바로 사망여부를 알기가 쉽지 않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가족의 해체? 개인주의? 주변의 무관심? 우울증? 패배감? 그저 현장에 출동하면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예전에 TV를 보고 있는데 원룸에 사는 젊은 사람이 엄청 더럽게 살아서 집주인이 결국 퇴거요청을 했고, 청소업체를 불러서 집 안에 잔뜩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을 봤었다. 와 정말 사람이 어떻게 쓰레기가 쌓여서 구더기도 있는 집안에 살았던 것인지 납득이 안 갔다. 그런데 난 실제로 보고 말았다.


원룸 건물주가 112에 신고를 했다. 내용인즉슨 여름도 아닌데 건물에 악취가 너무 심하고, 203호에 사는 청년이 월세를 세 달째 미납했다는 것이다.


뭐, 여기까지만 들으면 민사사안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건물주는 이 세입자가 젊은데 밖에도 잘 안 나가고, 가족들과도 연락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는 부분까지도 언급하였다.


112 신고 접수자가 접수했을 때는 지구대 경찰관의 현장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일단은 접수를 했고, 우리가 현장에 나갔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분명 깨끗한 원룸건물이고, 주변에 쓰레기장도 없다. 그런데 냄새가 너무 심하다. 그 특유의 냄새. 아니었으면 하는 냄새.


203호 앞으로 가자 더욱 냄새가 심해졌다. 이 집이 맞는 것 같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 문을 뜯어야 하는데, 이럴 땐 경찰은 소방의 도움을 받는다. 문 뜯는 장비가 소방에 있기 때문에 공조요청을 하고 기다린다.


이윽고 소방이 도착해서 문을 뜯고 현장에 들어가 보니 엄청나게 썩은 냄새와 함께 발목까지 쌓이는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와...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어? 그런데 쓰레기 더미에서 뭔가가 보인다. 사람 같기도 하고... 쓰레기를 발로 쑥쑥 밀며 가까이 가봤더니 사람이 누워 있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자다가 죽은 듯 보였다. 이미 부패는 시작되어 구더기는 많이 생겨나 있었다. 203호 임차인은 바로 여기서 숨을 거뒀던 것이다.


과학수사팀을 불러서 타살 흔적은 없는지 확인해 보았으나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기 때문에 일단 자연사로 처리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을 찾았다.


죽은 이의 엄지 지문을 이용해 핸드폰을 열어보았더니 가족 하고도 연락한 지 한참 되어 스크롤을 밑으로 쭉쭉 내려야 했고, 가족에게 사망 소식을 전달했다.


젊은 사람이 시골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가 결국엔 집에서 게임, 술, 배달음식으로만 살다가 혼자 죽음을 맞이했고, 그 죽음 역시도 가족이 아닌 건물주에 의해 밝혀졌다. 정말 안타까운 결말이다.




다른 케이스로 한 여름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4명이 지구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친구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지 한 달이 넘었다고 하는데, 핸드폰도 계속 꺼져있고 너무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가족도 아니고 성인 된 친구들이 신고하는 것은 상당히 드물기 때문에 너무 의아했다.


이 사람들이 사채업자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반 사항을 검토한 끝에 친구들이라는 것을 확인 후 단순 실종이 걱정된 것인지, 아니면 실종과 관련된 죽음이 우려되는 것인지 묻자 그때부터 실종된 친구의 불우한 최근 일들을 말해주었다.


안 좋은 사정으로 1년 전 이혼을 했고, 그때부터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었다. 그즈음 다니던 회사도 사정이 좋지 않아 퇴사하였고, 꽤 오래 무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 토익도 공부하고, 이런저런 자격증도 준비하면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려고 분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 전에 토익 시험일정이 있었는데, 그 시험을 보기 전 카톡대화 이후 소식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친구들 중 한 명이 술 한 잔 하려고 일주일 전부터 실종자에게 연락을 했는데 핸드폰은 계속 꺼져 있었고, 결국 오피스텔까지 와 봤지만 집안에선 전혀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자동차도 한 달 전에 출차한 기록만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112에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만 들었을 때는 자살징후도 뚜렷하지 않아 보이는 데다 가족도 아니어서 조금 주저가 됐다. 그런데 이상한 건 차량이 출차한 지 한 달이 지났다는 것이다. 실종자는 본인의 차량을 끌고 집을 나갔다. 혼자 거주하는 곳이기에 불편한 사람도 없을 텐데 다시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특히나 이 때는 8월 해가 쨍쨍한 무더위였다.


실종 기록을 토대로 위치추적을 의뢰했다. 마지막 핸드폰 꺼진 위치가 집 주변으로 나오는데, 우리 지구대 관내는 아니어서 인근 지구대에 공조요청을 했다. 차량 번호를 토대로 수색을 해달라고.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인접 지구대에서 해당 차량을 발견했다고 한다. 선팅이 너무 찐해서 안에 사람 여부가 잘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무전 끝마디에 경찰관의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얼른 현장으로 갔다.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이 있긴 있는데 죽은 것 같이 움직이지 않아 창문을 강제로 깼다.


썩은 시체 냄새와 함께 부패가 시작되어 녹아내리기 시작한 안경 쓴 사람이 보였다. 자동차 등록증을 보니 실종자가 맞았다.


죽은 모습이 너무 끔찍했다. 정말 죽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죽는다. 승용차 안에서 목을 매 죽었다.


발이 땅에 닿는데도 굳이 목에 책가방 끈을 걸어놓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고통의 순간이 와도 절대 손으로 그 책가방 끈을 풀지 않았다. 정말 잔인한 현실이다. 유서도 없었다. 토익 시험도 보러 가지 않았다.


이 청년 역시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친구들의 신고로 찾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혼자 사는 50대 남성이 감기약을 먹고, 급사한 사건도 있었다.


이 사람 역시 관내 원룸에 혼자 살고 있었는데 결혼도 하지 않고 일용직으로 혼자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던 사람이었다.


일용직이기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곳도 없어서 직장에서도 찾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 역시 가족이 아닌 함께 일용직을 하던 동네 선배가 이상함을 느끼고 112에 신고를 했다.


혼자 사는 동생이 있는데, 최근에 독감이 심하게 걸려서 병원 갔다가 약을 꽤 먹었는데 집에서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됐는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일단, 주거지는 알고 있기 때문에 집으로 가봤는데 우편물은 꽤 쌓여있었다.


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아 집 안에 있을 것 같기에 문을 계속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위치추적을 해보니 집 인근으로 잡혀서 집 안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강제개방을 해야 했다. 소방의 도움을 받아 강제개방 후 집안을 확인해 보니 그 남성은 누운 채로 사망해 있었다.


주변에는 담배꽁초와 술병이 가득했고, 나름 약을 잘 챙겨 먹었는지 약 봉투가 주변에 많이 있었다. 그런데 입 주변을 보니 혈흔이 조금 보였다. 아마도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피를 토하고 급사한 것으로 보였다.


사망자의 핸드폰을 확인해서 남동생으로 보이는 사람의 연락처를 발견해 전화를 했더니, 곧바로 온다고는 했지만 그 목소리에 아무 감정이 없어 보였다.


이윽고 남동생이 왔지만 주머니에 손을 깊게 찔러 넣은 채 쑥 방안을 쳐다보고는 형이 맞다고 했고, 그 이후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만 물었다. 이 남동생 역시도 형과 연락을 안 한지 꽤 된 것으로 보였다. 이 분 역시 고독사였다.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확인한 고독사는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고독사하신 분들은 형편이 넉넉지 않아 보였고,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홀로 남은 남성이 홀로 남은 여성보다 더 취약한 것일까? 내 주머니가 넉넉지 않다면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것일까?


특히 인간끼리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도 끊어져 버리면 결국 남는 것은 죽음뿐일까?


나는 항상 죽음의 현장을 마주하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내 나름대로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고, 현장의 특이점 등을 통해 자살 동기를 추정한다. 철학적인 사고 따위는 필요 없다.


그런데, 정말 묻고 싶다.


이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지. 겉만 번지르르하고 잘 사는 나라일 뿐 마음이 아프고 고독한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관심이 있는 것인지.


고독한 사회가 정상작동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카카오톡을 확인해 보고 걱정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본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지?~ 언제 한 번 보자.'


답장이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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