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무서움: 과하면 인생 패가망신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6.

by 소까니 경찰관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술 소비량은 OECD 평균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음주 빈도와 양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마도 한 번 먹을 때 양껏 먹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특히, 고위험 음주율도 꽤 높아서 음주 문화가 강하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한다.


2023년 국민건강통계 기준으로 성인 남성 고위험 음주율은 약 19.9%, 여성은 약 7.7%로 나타났다. 이는 상당수가 위험한 수준으로 술을 즐긴다는 것을 말한다고 하는데 스스로 조금 찔리는 부분이다.




맞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술을 좋아한다.


술 자체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다. 술이 몸에 들어가는 순간, 상대방과 더 친해질 수 있고 용기도 생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문화가 두렵기도 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 문화와 술버릇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본인들도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에도 관대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고위험 음주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 어제 술 많이 마셨어~ 기억은 나?" 이 정도로 끝나고 마는 것 같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정말 아무 일도 없었고 고작 택시비가 없었다든지 길에서 오줌을 쌌다든지,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잤던 것이 확인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인생을 뒤바꿀만한 큰일이 생겼다는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 멀쩡했을 때 나는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저지르는 것 말이다.




술을 잔뜩 마시고 행한 한 번의 행동으로 인해 인생이 무너진 것을 여러 번 봤다. 딱 한 번의 행동. 주먹을 상대방에게 뻗는 행위 말이다.


사례가 있다.


오래된 친구 두명이 한 친구 집 앞에서 저녁에 반주를 함께 했다. 반주를 좀 많이 해서 그런지 2차까지 옮겨서 쏘맥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술이 사람을 먹는 것이었다.


둘 사이에 예전 일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마른안주를 던지며 서로 마음이 상하는 이야기만 내뱉는다. 가게 여사장은 주변에 다른 손님들도 있으니 나가서 이야기하시라며 핀잔을 준다.


그 둘은 담배도 필 겸 가게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그 순간, 화를 참지 못한 한 친구가 담배에 불을 붙이던 친구의 턱을 오른손 주먹으로 강타한다. 그러자, 술도 많이 먹었겠다 정통으로 턱을 강타 당해서 친구는 그대로 뒤로 고꾸라져 버렸다.


바닥이 시멘트이다 보니 그대로 뒤통수가 부딪혔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때린 친구는 당황하긴 했지만 본인도 술에 취해서 옆에 앉아 담배만 태운다.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그 순간 가게 여사장이 나왔다. 곧바로 112에 신고를 했다. 현장에 출동하면서 여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급차도 불렀는지 물었다, 경찰만 불렀다고 하여 곧바로 119도 부를 수 있도록 조치를 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때린 친구는 옆에 있었고, 맞은 친구는 그대로 누워서 코에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뒤통수에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 이런 게 더 위험하다. 차라리 피가 나야 머리에 피가 고이지 않는 데... 얼른 머리를 다리보다 높이 들고, 한 명은 CCTV 확보 및 목격자 진술을 청취한다.


CCTV를 보니 친구가 곧바로 강타한 모습이 보였고, 주변인 진술도 일치했다. 때린 친구에게 왜 때렸는지, 인적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보았지만 본인은 때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인적사항 역시 밝히지 않은 채 경찰에게 항의만 할 뿐이었다. 친구가 죽겠으니 얼른 병원부터 가자고.


오케이. 현행범 체포 요건이 완성됐다. CCTV와 목격자 진술을 통해 범죄 행위의 명백성이 확인됐고,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여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 이는 현행범 체포 요건으로써 당사자는 수갑을 찰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상대방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잡고 눌러 저항하지 못하게 힘을 빼고, 한 손을 꺾어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후 현행범 체포하였다.


피해자는 다행히 구급차에서 눈을 떴다. 그래도 머리를 다쳤으니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친구 사이 과도한 음주로 인한 한 번의 행동이 모두의 인생을 망쳐버린 순간이었다.




또 다른 사건. 이번 사건은 정말 안타까운 결말까지 포함하고 있다.


CCTV 관제센터에서 지구대로 연락이 왔다.


"편의점 옆 인도하고 차도 사이에 한 남자가 30분째 누워 있어요. 주취자인 것 같은데 얼른 가보셔야겠어요. 위험합니다."


출동을 하고 있는 사이 다시 무전이 왔다.


"이상해서 CCTV 영상을 돌려봤는데, 이거 단순 주취자가 아니라 범죄사건인 것 같아요!!"


아뿔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두 사람은 같은 요리주점에서 웨이터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평일 밤과 새벽사이, 일을 끝마치고 둘이서 조촐히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이 둘 역시 2차를 가서 맥주를 더 마셨다. 힘든 일을 마치고 2차까지 마신 상태이니 이미 둘도 취한 상태였을 것이다.


"3차 가자!"

"그래 가자!"


이왕 마신김에 3차까지 가려고 이 둘은 함께 술집을 나왔고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으로 잠시 술을 깨 보려고 했다.


편의점에서 나와 인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데, 어? 갑자기 한 남자가 일행의 얼굴을 주먹으로 냅다 때려버렸다. 무슨 말이 오가지도 않았는데, 냅다 때려버렸다.


상대방은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고, 때린 사람은 쓰러진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맞은 피해자는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뒤통수나 코에서도 혈흔은 보이지 않았는데, 눈에 흰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리도 힘이 모두 풀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얼른 병원으로 후송부터 시켰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산소호흡기까지 했다.


이런... 피해자가 죽는다면 폭행치사가 된다.


경찰서가 난리가 났다. 가해자를 빨리 찾아서 긴급체포해야 한다.


지금 시각 새벽 3시. 동이 트기 전까지는 3시간이 남은 상태. 지구대 인원 전체와 강력팀, 형사팀까지 모두 동원됐다.


넘어져 있던 곳을 기준으로 편의점 CCTV, 방범 CCTV 등 모두 분석했으나 어둠 속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이동동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근처에서 택시를 탄 흔적은 없으니 술집 인근에서 사는 게 분명했다.


그 새벽에 비도 오기 시작한다. 오 마이 갓뜨.


동선을 따라가 보니 주정차가 굉장히 많았다. 어쩔 수 없다. 주정차 차량의 블랙박스까지 다 뒤져봐야 한다.


차주에게 일일이 다 전화하여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볼 수 있는 것은 다 뒤져봤다. 그랬더니 가해 남성은 어떤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것이 확인됐다.


'잡았다 이놈'


원룸 건물주에게 연락해서 비슷한 인상착의 남성의 호수를 물어보고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가해자를 긴급체포하였다.


이 남성은 서로 기분 좋게 술을 마신 것 같긴 한데 편의점에서 피해자가 재수 없게 말해서 밖에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그냥 한 대 때렸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그리고는 본인은 그냥 집으로 가서 잤다고 한다.


며칠 뒤 피해 남성은 결국 본인 힘으로 숨을 쉬지 못하고 눈도 뜨지 못하고 사망했다. 폭행치사.


그 한 번의 순간, 행동으로 인생이 망가졌다. 이렇게 술은 무서운 것이다.




술이란 적당히 마시면 사람 사이 벽도 없애주고, 감정도 위로해 주고, 용기도 나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진다. 적당히 주량껏 마신다면.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마셔, 마셔!", "2차 가자! 혼자 어디가!", "같이 짠해야지!" 등 '같이 마시는' 문화 때문에 강제로 술이 늘고(물론 뇌가 착각하는 것임), 항상 고위험 음주 선상에 노출돼 있다.


그러면 강제로 술이 늘게 했으면 집까지 데려다줘야지, 혼자 길바닥에 내버려 두고 가버리거나, 사고 치게 내버려 두면 어쩌자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까지 술을 마신다는 것은 내가 좀 더 거칠어지고 인생 망하는 길에 가까워짐을 왜 모르는 것일까. 정말 아무렇지 않게 간과하는 행동이 인생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천태만상 다양한 주량, 술버릇의 사람들이 있다.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안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현장에서는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일단 1차까지 주종 하나로만 마셔보자. 2차에 다른 주종을 곁들이는 순간 이미 사고회로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맥주 500CC 한 잔 정도? 그래도 망가진다.


술은 1차까지만. 그리고 집으로 귀가하여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또는 나 혼자 오징어땅콩 과자에 맥주 한 캔. 이 정도의 음주문화가 가장 적당한 듯하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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