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7.
"살려 주세요..."
한 겨울 저녁 8시 무렵 112 신고가 접수됐다.
아파트 1층 앞베란다 쪽에 사람이 누워 있는데, 도와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주취자 신고이다.
'날씨도 춥고, 이른 저녁인데 벌써부터 누가 취해 누워 있을까' 생각하며, 현장으로 달려가 본다.
현장은 아파트 앞베란다 쪽인데 이쪽은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어서 누군가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 아파트 1층 주민이 신고를 했다. 작은 방에서 유튜브를 한참 보고 있는데 자꾸 누가 살려달라고 해서 잠깐 내다봤더니 술 먹은 사람이 누워 있다는 것이었다.
가까이 가봤더니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조경수가 끊어져 있고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비산돼 있다.
"거기 사람 있어요?"
"살려... 주세요... 제발요..."
얼른 가보니 한 남성이 누워 있었고 맨발이었다. 어? 그런데 오른쪽 발이 180도 돌아가 있다.
앞에 있어야 할 발가락이 엉덩이 쪽에 있었다.
'이건 뭐지!!!'
남자는 눈도 뜨지 못하고 계속 신음만 하고 있었다. 겨울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패딩을 젖혀 보니 나뭇가지가 박혀 있었다. 출혈은 멎었지만 나뭇가지를 빼버리면 다시 출혈이 시작될 것이다. 이건 아파트 추락 같아 보였다. 해당 아파트는 22층이 최고층이었다. 큰일이었다. 119를 불렀다.
그리고 순찰차 한 대를 더 불렀다.
"여기 현장이 주취자가 아니고, 추락입니다. 대상자가 아파트에서 떨어졌습니다."
순찰차가 한 대 더 오자마자 현장을 맡기고, 폴리스라인으로 주변을 통제한 후 옥상으로 곧바로 올라갔다. 조원은 관리사무소로 곧바로 가게하고 CCTV를 확인토록 했다.
옥상에 가보니 공동 창문이 열려있었고, 담배 한 까치가 있었다. 그 남성이 피운 것처럼 보였고(남성의 패딩 안에는 같은 브랜드의 담배가 있었다.), 그 창문 바로 밑이 추락지점이었다. 자살시도였다.
CCTV까지 확인해 보니 이 남성은 본인 층 엘리베이터에서 탄 후 저녁 6시 30분쯤 슬리퍼를 신은 채 터벅터벅 22층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다시 탄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CCTV에 보인 얼굴은 표정이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고,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어? 그런데 이 사람, 현장에서는 몰랐는데 CCTV를 보니 얼굴이 낯이 익다. 누구더라... 그래 맞다!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야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 전 해당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신고가 한참 많았었다. 지금은 없어진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인데, 정말... 층간소음이 최악이다.
여기저기 세대에서 층간소음이 있었고, 세대 간 다툼 때문에 출동이 잦았었다.
해당 남성도 층간소음과 관련이 있었다. 남성은 아랫집이었는데 윗집에 사는 사람과 불화가 있었다.
아랫집 남성도 혼자 살았고, 윗집 여자도 혼자 사는 데다 나이대도 비슷했다. 그런데, 아랫집 남성이 소음으로 인해 몇 번 찾아 올라갔었고, 이로 인해 말다툼이 잦아졌다.
윗집 여자는 혼자 사는데, 자꾸 아랫집 남자가 올라와서 시비를 걸고 하니 무서워서 112 신고를 했다. 현장에서 마주치니 남성은 층간소음 때문에 올라와서 항의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여성이 무서워하니 앞으로 인터폰으로 하도록 부탁했고, 남자도 알았다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며칠 후 여성이 다시 신고를 했다. 집 앞에 누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놨다는 것이다.
여성이나 경찰이나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었다. 여성은 그 일이 있은 후 집 앞 현관문 위에 사제 CCTV를 설치했다. 아랫집 남성은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며칠 뒤 여성이 신고를 했다. 집 앞에 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는데 CCTV에 누가 했는지 찍혔다는 것이다. 가서 보니 아랫집 남성이었다. 비상계단으로 올라와서 문도 다 열지 않고 쓰레기를 던져 버렸다. 그 모습이 딱 찍혔다.
이 정도면 아랫집 남자를 처벌해야 한다. 층간소음으로? 아니다. 스토킹으로 처벌된다.
스토킹 범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1. 상대방 또는 그 주변을 따라다니거나 접근·진로를 막는 행위
2. 주거·직장·학교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3. 우편·전화·팩스·정보통신망(SNS, 문자, DM 등)으로 연락하는 행위
4. 물건·글·그림·영상 등을 보내거나 놓아두는 행위
5. 제삼자를 통해 위 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
6. 그 밖에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
아랫집 남성의 행동은 층간소음이 동기가 됐을 뿐이고, 윗집 여성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그 밖에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했다.
112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해당 남성의 집으로 갔다. 남성은 처음에 부인했지만 CCTV에 관련된 내용이 있다고 말을 하자 모든 것을 시인했다. 일전에 쓰레기를 버렸던 것 역시 본인이라며 인정을 했다.
쓰레기를 버린 이유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노였다고 한다. 스토킹으로 사건접수를 했고,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에 송치하기 전 여성이 극심한 불안감을 표출하여, 경찰서 여청수사 팀에서는 해당 여성에게 피해자 안전조치까지 병행했다.
원스톱 스마트워치를 지급했고, 피혐의자인 아랫집 사람이 피해자 인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하였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는데,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스토킹 행위로 인해서 아랫집 남성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한 순간에 전과자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됐다.
회사에서 정상적인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고, 최근 퇴사했다고 들었다.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가 작용했을 것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를 하고 옥상에 올라갔으며,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담배 한 까치를 피우고 곧바로 뛰어내렸다.
그런데, 22층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살았다.
맨 아래에 있던 조경수 위로 떨어졌는데 조경수 나뭇가지가 옆구리에 꽂히면서 완충작용을 하여 살아나고 만 것이다.
죽는 것도 쉽지 않다.
그 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생존해 버렸다. 본인은 정말 죽고 싶었을 것이다.
또 안타까운 점이 있다.
해당 남성은 30대 초반으로 미혼이었다. 살긴 살았지만, 한쪽 발목이 180도 돌아가버렸다. 평생 장애를 갖고 살 것이다.
전과자에 장애를 갖고... 참. 층간소음 하나로 시작된 이 모든 일이 허탈한 웃음만 나오게 했다.
그 일이 있고 벌써 또 몇 계절이 돌았다.
해당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신고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
관리사무소 차원에서 공고가 있었던 것일까? 신기할 정도로 112 신고가 없다.
윗집 여성이나 아랫집 남성이나 계속 그곳에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인근을 지나갈 때면 그 사건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남성이 떨어져 있던 모습도 충격적이었고, 그 모든 사건의 발단이 층간소음이었단 것이 떠올라 또 놀랍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아니 필자 역시도, 모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층간소음 고통을 안고 산다.
아랫집, 윗집 잘 만나는 것이 복이라고 할 정도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사람이 죽도록 미워지고, 환청, 환각이 생길 정도로 미쳐가게 만든다.
최근에는 층간 소음으로 인해 환청이 들리고 결국 엄마까지 때려버린 30대 남성도 있었다.
이 30대 남성은 60대 엄마와 단 둘이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살고 있는 5년 동안 윗집 때문에 30대 아들이 미쳐갔다고 한다.
30대 남성은 20대 후반까지 정상생활을 했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복합통증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얻었고 계속해서 진통제를 복용하며 살아왔다.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불가능 하니 우울증이 동반되었고, 동시에 우울증 약도 복용 중이었다.
엄마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했는데, 남편은 전직 공무원이기에 공무원연금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이 둘은 거의 집 안에서만 머무는 생활을 5년째 이어 갔다.
윗집은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었는데 아들이 딱 청소년기였다. 뛰어다니고 난리도 아니었다. 윗집 아들 때문에 아랫집 아들도 더 미쳐간 것이다.
게다가 이 아파트는 작은방의 층간소음이 심했는데 윗집의 악 지르는 소리까지도 벽을 타고 아랫집에 들렸다. 이건 필자도 잘 알고 있다. 이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커뮤니티를 통해 많이 알아봤었다.
아랫집 남성이 윗집으로 올라가 항의도 했었는데, 그때마다 청소년인 윗집 아들이 있었다고 한다. 아랫집 남성은 30대이지만 오랜 약 복용으로 말도 어눌해진 상태이기에 윗집 청소년은 만만하게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늦은 시간까지 작은 방에서 시끄럽게 뛰고 "이 장애인 새끼!!" 하면서 놀려댔다고 한다. 이 부분은 아랫집 엄마에게도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이 됐다. 그러나 매일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환청도 생긴 것이 분명했다.
아랫집 남성이 너무 힘들어하니 결국 집을 팔고 3개월 뒤 이사를 가기로 했었는데, 그 와중에 또 아들은 엄마에게 투정을 하며 너무 시끄럽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아픈 불쌍한 아들에게 동조해 주었는데, 오늘은 동조를 해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들이 화가 나서 60대 엄마 뒤통수를 때려버렸다. 그러자 엄마는 112에 신고를 했다.
이 모든 사건의 전말 역시도 층간소음이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아랫집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강제력이 없다. 벌금도 없다. 아무 의미 없다.
관리사무소의 중재? 전혀 힘이 없다. 방송도 효과 없다.
그냥 아랫집이 윗집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저녁에는 고급 귀마개를 꽂고 생활을 하든지 해야 한다. 필자 역시 그렇게 살고 있다.
다만, 나뿐 아니라 다른 어린 자녀라든지 가족이 힘들어한다면 이사까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런데, 이사를 간 집에서도 층간소음이 있다면...? 답이 없다.
층간소음으로 지금 힘들고 고민 중이라면 차라리 스스로에게 맞는 주문을 외워보자.
1. '윗집 한참 뛸 나이인데 내가 이해해 줘야지. 괜찮아. 잘 때만 조용하면 되지 뭐.'
2. '윗집은 사람도 아니다. 사람도 아니니까 내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3. '저 정도 소음이면 다른 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윗집 소음은 생활소음일 뿐이다. 아주 조용하다.'
필자는...2번 가끔, 3번을 주로 주문으로 외우고 산다. 주택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계속해서 주문을 외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