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칩이 있어서 감시당하고 있어요!!"

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8.

by 소까니 경찰관

"내 눈에 칩이 있어서 감시당하고 있어요!!"


그렇다. 이 50대 초반의 여성은 본인의 눈에 칩이 이식돼 있고, 이것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건 정신과 의사가 구체적으로 판단할 몫이니 의사의 판단을 받아봐야겠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병원 입원유형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


1. 자의 입원

2. 동의 입원

3. 보호 입원

4. 행정 입원

5. 응급 입원


이렇게 구분이 되는데, 1-3번까지는 경찰이 개입할 여지는 없지만 그래도 현장 출동을 하게 되면 관련 절차라든지 병원 등 안내에 도움은 드리고 있다. 여기서 정신병원으로 옮기는 호송의 주체는 사설구급대 등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평균비용은 약 17만 원 이상이 든다.


이제 경찰이 개입하는 경우이다.


4-5번인데, 4번 행정입원은 자·타해 위험이 의심되지만 보호의무자 동의가 없고, 평일 주간인 경우에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하여 행정입원을 추진한다. 하지만 실무상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자, 마지막 5번이 경찰이 개입하는 가장 많은 경우이다. 흔히 112 신고를 통해 누군가 난동을 부리고 위해를 가하려고 하고, 자해를 시도하는 등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연락이 온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본인이라든지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 그런데 자·타해 위험이 크고, 급박성 또한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찰이 수갑 등 장구를 사용하여 통제도 가능하다.


야간이나 휴일 등 행정입원을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 응급입원을 하긴 하는데, 주간에도 응급입원은 가능하다. 오히려 정신병원 수배가 용이해서 주간에 응급입원하기가 더 수월하다. 정신병원도 가고 싶다고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병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호송하기 전에 꼭 정신병원 여러 곳에 연락을 해봐야 한다.




한편, 대부분 112 신고에서는 진실로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5번 응급입원 제도를 악용하려는 사람도 종종 있다.


최근 응급입원과 관련하여 출동을 했었는데, 30년을 같이 살았던 남편이 50대 초반 여성을 응급입원 시키기 위해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때 남편을 찬찬히 보니 응급입원을 '이용'하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경찰 자체 판단 말고도 정신병원 의사와 합동 면담을 통해서 확인한 적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남편의 진술에 따르면, 아내가 주말 이틀 동안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면서 망상증이 발현됐다고 한다. 112 신고 출동했을 때는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단 이틀이 지난 상황이었다.


정신과 진료전력은 없었고, 환각도 없었지만 이 망상증이 심각해 보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최근에 무언가가 본인을 방해하거나 조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인데, 누군가가 본인의 눈에 칩을 삽입해서 매일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 바로 이 생각이 망상의 전형이다.


직접 대면해 보니 여성은 상당히 초조해 보이고, 횡설수설하였으며, 모든 게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에 신분증 역시도 경찰 빼고는 아무도 보여줄 수 없다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그렇지만, 단순 망상이지 누군가 자기를 해치려고 한다는 피해망상은 없었던 것 같고, 자·타해 위험의 급박성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이상한 말만 할 뿐이지 매우 온화한, 아이 둘을 낳았던 50대 초반의 엄마였다.


그런데 남편이 응급입원에 대해 많이 공부한 듯 보였다.


정신병원으로 오는 내내 아내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하였고, 차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급박성을 강조하며 응급입원을 시켜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였다. 정신과 약을 탄다고 해도 먹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강제로 입원시켜서 약도 강제로 먹여야 한다고까지 말하였다.


이상증세가 발현된 것이 이틀이다. 그런데 30년 같이 살았던 아내를 어떻게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는 것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좀... 속상할 정도였다.


아내의 말도 들어봐야 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차문을 열려고 했던 적은 있다고 한다. 남편이 뭘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갑자기 정신병원 이야기를 꺼내서 가기 싫으니 문을 열려고 했던 것뿐이지, 죽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30분 이상 대화를 했을 때도 죽음과 위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망상 증상만 보였다. 내가 정신과 의사는 아니기에 이왕 정신병원까지 온 김에 꼭 면담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여성의 눈빛에는 겁도 보였다. 순수한 아이의 느낌이었다.


인포메이션 접수자에게 절대 신분증을 제출하지 않으려던 여성을 간곡히 설득하여 경찰, 50대 여성 본인, 인포메이션 접수자 등 이 세 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고개를 한 데 수그리고 신분증을 아무도 못 보는 것으로 약속까지 한 후 진료접수를 하였다.




해당 정신병원은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자의, 동의 입원하신 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1층 로비라든지 마당에는 눈이 풀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오줌 냄새도 풀풀 풍기는 조금은 찝찝한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 난동이나 폭행 등으로 한 번씩 112 신고를 나오긴 했지만 정신병원 의사를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인포메이션 바로 옆에 작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병원에 상주하는 의사 진료실이었다. 그냥 창고같이 2평 정도는 되어 보였고 창문 하나 없었다. 그냥 책상과 의자만 달랑 있었고, 의사는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는지 후다닥 움직이는 모습이 모였다.


"어서 와요. 앉아 봐요. 대충 이야기는 들었는데 우리 경찰 분도 함께 있어주시면 좋겠어요."

"네 선생님 제가 같이 들어보려고 왔어요. 고맙습니다."


의사는 '두치와 뿌꾸' 만화에 나오는 '마빈박사'를 닮았다. 콧대가 쌔고 눈도 매서웠고 무엇인가 압도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지만 세련돼 보이진 않았다 의사가운 안에는 회색 빛의 후리스를 입고있었다.


의사와 여성이 대화를 나누는데 창과 방패를 보는 듯했다.


의사가 찌르고 들어가려는 질문을 하면 여성은 방패를 내세워 막았고, 가끔 방패로 의사를 공격하려는 행동도 보였다. 그렇지만 의사는 강약을 조절해 가면서 상대방을 아주 손쉽게 요리하고 있었다.


여성이 쓸데없는 말을 계속하거나, 공격적인 어조로 말을 하면 의사는 달래다가도 대뜸,


"나 이 말은 불편해요.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왜 저한테 그래요. 그 말은 취소하든지 사과해 주세요." 라며 밀고 나갔고, 여성은 더 대들지 않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키햐! 역시 정신과 의사다.


대화는 쭉 이어지고 있었고, 여성의 남편은 옆에 서서 계속 응급입원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의사나 경찰이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데, 응급입원의 필요성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의사 입장에서는 상업적 가치도 함께 고려하느냐의 문제처럼 보였다.


내가 먼저 입을 뗐다.


"선생님, 응급입원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죠. 외래로 약처방만 받으시죠. 정신과 의사는 싸인만 들어갈 뿐이지 강제로 입원시킬 권한 없어요~ 예전에 부잣집에서 며느리들 이렇게 많이 가뒀잖아요. 외래만 합시다."


여성은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감사합니다 경찰관님! 통원 치료는 받을게요."


남편은 매우 아쉬워 보였다. 그렇지만 본인도 느꼈을 것이다. 이 오줌 내 풀풀 나는 정신병원에 아내를 가둬뒀다가는 더 증상이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려는 행동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는 행동

자신의 머리를 벽에 강하게 찧는 행동

날카로운 물건으로 자해하는 행동

집기 등을 밖으로 던지는 행동

주위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 특히 가위나 칼 등으로.

집안 물건을 부수는 행동

동물을 해하려는 행동

바깥의 공공기물을 파손하려는 행동

이유 없이 계속 고함을 지르고 욕하는 행동

건물을 폭파시키겠다고 하는 행동

누군가 죽이고 깜 빵 가겠다고 하는 행동


위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 자·타해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 단순히 망상에 빠지고 현실검증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경찰이 수갑을 채워 119구급차를 타고 정신병원에 응급입원 시키지는 않는다.


갈수록 응급입원 신고가 많아지고 있다.


청소년기 초등학생 자녀를 입원시키려는 부모도 있고, 알코올중독에 빠진 아빠를 입원시키려는 아들도 있다. 경찰이야 응급입원 의뢰서를 작성하고, 응급인원에 동의만 하면 된다지만 안타깝긴 하다. 그래서 급박성이 약하다면 최대한 대상자와 이야기를 해보고 진정이 되는지 판단해보려고 한다(입원까지는 필요없고, 단순히 가족과 갈등이 심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거리에서 법을 집행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신고자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이용하려는 것인지 조금만 이야기를 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절대로 응급입원과 같이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가족을 협박하거나 '보내?'버리려는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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