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지구대 이야기 24.
폭주족.
요새도 폭주족이란 것이 있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무서운 형, 누나들의 전유물.
"오빠 달려~!"
빠라바라바라밤~ 휘황찬란하던 그 시절 폭주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비록 예전처럼 '간지' 나는 모습은 아니지만 있긴 하다.
철없는 10대들이 여전히 폭주를 뛰고 있다. 그 규모는 인구자연감소로 인해 현저히 줄었지만 명맥은 유지되고 있다.
폭주족들은 SNS를 통해 번개처럼 만나서 폭주를 뛰고 번개처럼 헤어진다. 평소에는 자주 타지 않지만 국가공휴일 전야제에는 신나게 탄다. 이들은 평소 배달맨으로 가장한 채 살아가다가 얼굴을 가리고, 번호판을 떼고 나서야 본모습을 드러낸다.
본인들도 잘못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한 방법이다.
큰일 났다. 이제 혹독한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추위를 피해 동면해 있던 폭주족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관내는 신도시라서 도로사정이 너무 좋다. 그래서 폭주족들이 제일 많다. 지긋지긋하다.
3.1절이 다가오고 있다. 대체공휴일까지 주어졌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조건 폭주족들이 나타날 것이다. 최근 들어 관내에 2-3대씩 튜닝된 오토바이들이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아마도 인근에 사는 폭주족 멤버들이 도로사정을 파악하고 순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슬슬 예열이 된다.
그렇다면 폭주족 단속은 어떻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지 않다. 강하게 단속하여 깡그리 씨를 말려버리고 싶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경찰이 강력히 단속을 할 수는 없다.
경찰이 청소년들을 무리하게 쫓다가 혹시라도 큰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망하게 된다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시원~하게 단속했던 경찰이 전부 책임진다. 심지어 단속경찰관은 민사소송까지 당하게 된다. 또한, 여론 역시 한 순간에 경찰을 악당으로 매도한다.
이런 연유로 경찰은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안전상의 문제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또 시민들은 경찰을 욕한다.
"왜 가만히 있냐, 보고만 있냐, 경찰이 견찰이다."
정말 속상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 같아선 폭주족을 싹 쓸어버리고 싶다. 그럴 능력도 된다. 요즘은 순찰차가 전기차라서 급가속 능력이 뛰어나다. 웬만한 CC의 오토바이들은 상대조차 되질 않는다.
'이런 아저씨들의 마음을 폭주족 꼬마들이 알랑가, 모를까!'
폭주족들은 그런 경찰을 비웃듯이 스스로 신고를 한다. 남들이 소음신고를 하지 않으면 폭주족들이 주민인척 신고를 한다. 그리고 출동한 경찰을 농락하고 동영상을 찍어 SNS에 업로드한다.
겁이라도 주려고 쫓아가면 발길질을 하질 않나, 욕을 하질 않나,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사실 이 녀석들, 어느 정도 신원파악이 가능하다. 한 지구대에 2년 정도 있다 보면 그놈이 그놈이다. 한 다리 걸치면 누구 오토바이고, 어떤 놈인지 전부 알 수가 있다.
다른 신고를 처리하다가 이 녀석들을 만나면 조용히 말해준다. "조용히 다녀라. 넌 줄 안다." 그러면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그 떨리는 눈은 나를 속일 수 없다. 이 녀석들도 마스크를 벗겨 놓으면 지극히 착한 10대들처럼 생겼다. 차마 나쁘게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알았냐 이 녀석들아?'
요즘에는 PM이 많이 보급되다 보니 오토바이 대신 PM으로도 난리를 피운다. 2명이서 노래를 틀면서 타거나 찍기를 하거나, 무리 지어 다닌다.
그리고 경찰이 쫓아오면 역시나 발길질을 하고, 얼른 도망간다. 쫓아가다가 자빠질까 봐 빨리 쫓지도 않는다. 우리야 참으면 되지만 모든 피해는 일반 시민들이 받는다.
도로상에서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고, 소음으로 인해 잠도 못 이룬다. 심지어 인도상을 질주하는 경우도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 그런 사고뭉치들이 곧 돌아온다.
어떻게 이 녀석들을 요리해야 할까? 내 눈엔 1990년대 강력한 폭주족이 아니라 애교쟁이들처럼 보인다. 폭력성도 높지가 않다. 하지만 위험하긴 하다. 공권력의 힘을 보여주자니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여론의 힘이다. 경찰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경찰만으로는 정의를 바로 세울 수가 없다. 자칫 힘 있는 조직이 시민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보일 수가 있다.
SNS에서도 경찰을 도와주어야 한다. 경찰을 지지해 주고, 올바른 일을 정직하게, 힘 있게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좋아요'를 눌러 주어야 한다.
3.1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은 또 돌아올 것이다. 오일팔에도, 팔일오 광복절에도.
제발 올해는 제대로 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누군가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공공의 안전을 위해 비례원칙에 따라 누군가 손해를 봐야 한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
"그러니 이 녀석들아. 올해는 조용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