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테헤란의 이동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브런치로 처음 인사를 드리며 가깝고도 먼 '범죄'라는 것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범죄가 내 일상에 스며들었다
범죄는 언제나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뉴스 속 이야기, 신문 기사 속 통계,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벌어지는 일. 나와는 상관없는,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생각이 깨졌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커피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섰고, 늘 다니던 길을 따라 출근했다. 날씨는 맑았고, 라디오에서는 가벼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회의 중에 울린 문자 한 통이 나를 멈춰 세웠다.
“이 근처에서 강력 사건 발생. 조심하세요.”
회사 단톡방에서도 갑자기 그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누군가는 실시간 기사를 찾아 올렸고, 누군가는 “어제 거길 지나갔는데”라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직원은 “그 시간에 거기 있었다면…”이라며 말을 흐렸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내가 매일같이 지나던 거리였다. 심지어 불과 몇 시간 전, 나는 그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몇 시간 후, 그곳이 범죄 현장이 되어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늦게 나갔다면?’ ‘어쩌면 그 순간, 나도 거기 있었을까?’
뉴스에서 보던 숫자와 사건명이 한순간에 현실로 다가왔다. 기사를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가해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지나가던 행인을 대상으로 우발적인 폭력을 휘둘렀다고 했다. 피해자는 아침 출근길을 걷던 사람이었다. 나와 다를 게 없는 사람이.
그러자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며칠 전, 혼자 밤길을 걸었던 기억.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방심했던 순간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낯선 얼굴들. 지하철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사람. 그 순간순간이 뒤늦게 소름처럼 돋아났다.
우리는 늘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단 한 번의 우연이 모든 걸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걱정했다. “요즘 세상이 너무 험악해.” “이제는 밤길 혼자 못 다니겠네.” 하지만 며칠 후, 다른 사건이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사람들은 서서히 이 사건을 잊어갔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 나는 사소한 순간들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밤길을 걸을 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 누가 타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게 되고,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 이상한 기분이 들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었다.
이전에는 몰랐던 불안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던 골목이 낯설어지고, 늘 걷던 길이 달라 보였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면 순간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카페에서 혼자 앉아 있다가도 주변을 한 번씩 둘러보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같은 일상을 살고 있었지만, 그 일상 속에서 ‘혹시’라는 질문이 자꾸만 떠올랐다.
사건이 있던 장소를 다시 지나가야 할 날이 왔다.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출근길이었다.
그곳을 지날 때,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그날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는 여전히 분주했고, 사람들은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나 혼자만은 알 것 같았다. 그 길 위에 남아 있는 보이지 않는 공기가 달라졌다는 걸.
나는 아직도 생각한다.
그날, 그 사건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범죄를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주 얇은 경계선 하나를 두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경계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그날 깨달았다.
범죄와 아무리 거리를 두어도 언제 내 얘기가 될 지 모릅니다. 그러니 항상 주의해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