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등장

by 황훈영
12.깜짝 등장.jpg 아빠의 깜짝 등장은 시장통같았던 우리 교실을 얼음으로 만들어버렸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고등학교 진학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고(商高)에 진학할 학생들은 가장 먼저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만 했다.

부모님은 암묵적으로 맏딸인 내게 상고 진학을 권했다.

형제들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진학 상담이 있던 그날도 일찌감치 점심도시락을 먹어치웠다.

오롯이 점심시간 50분을 친구들과 놀아보려는 전략이었다.

교실 한쪽에서 말뚝박이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교실과 복도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는 무리들도 있었다.

나 역시 술래잡기를 하다 도망치는 친구를 뒤좇아가고 있었다.


그때 친구는 내 손을 피하려고 갑자기 소리쳤다.

“야, 너희 아빠 왔다.”

나는 그 친구가 속임수를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우리 아빠가 교실 문 앞에 서서 웃고 있었다.

나는“진짜 우리 아빠네.”라고 소리치며 달려갔다.

그 순간 시장통처럼 북적였던 교실은 정지화면이 되었다.

친구들은 모두가 토끼 눈을 뜬 채 얼음이 되었다.

아빠의 깜짝 등장은 친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즐거운 얘깃거리가 되었다.


진학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을 사주셨다.

상고를 가야 한다는 서운함은

아빠의 깜짝 등장과 짜장면 한 그릇으로 모두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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