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의 제품이 아닌 내 회사의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 발전하고 싶다
식품제조업들이 가공을 타 업체로부터 정해진 물량대로 생산해서 내보내는 것을 임가공이라고 우리는 흔히 부른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때문에 자신만의 제품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납품한 비용만 받기 때문에 많이 이윤을 남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것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만이 그들만의 유일한 수익이기 때문에 임가공을 계속할 수밖에 없고, 내 것을 만드려고 하는 순간 생산에 마비나 차질이 생겨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어서 그렇게 되면 기존의 임가공 의뢰 업체가 줄어드는 생산과 금전과 효율의 이 모든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래서 임가공은 힘들고 지치고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임가공 의뢰 업체들은 바로바로 다른 가공이 가능한 업체로 옮겨간다. 단가 싸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가공을 좀 더 저렴하게 해 주되, 납품기일을 최대한 맞춰주는 업체에 빠르게 이동을 한다.
별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지속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옮기면 그만이다.
그러기에 임가공을 하는 기업의 대표님들은 자신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산업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일 것이다.
이것은 협력사 또한 마찬가지의 생태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적어도 이번에 주인공 기업은 협력사에 속한다.
협력사란, 이하 (협력업체는) 구매자 또는 최종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원자재,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또는 기업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 업을 오래 하다 보니, 나와 성향이 비슷한 고객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 고객사들과 인연이 닿는다. 그래서 기술이사들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번 믿으면 쭉 믿고 따라가지만, 처음이 많이 까다롭다.
내 성격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나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한 적은 없으니 나름대로는 성실하는 살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탈이라면 탈이겠다.
솔직히 그냥 말하는 게 속이 편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 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업을 하면서 그러면 되겠냐고 하겠지만 맘이 맞는 사람과 일을 해야 일이 수월하다. 그래서 난 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첫 컨설팅 회사인, 이 회사에는 영업도 하고 사업계획서도 적었고 내부 업무도 처리하고 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눈뜨면 일어나서 회사 가서 외근 나가거나 내근미팅하고 집 가서 잔다. 그게 일상의 다이다. 그냥 일만 했다. 일이 남으면 집에 가지고 가서라도 마무리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물론 지금은 조금 내려놓았다. 일을 내려놓았다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너무 혹사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에 내가 쓰러져서는 안 된다.
무튼 이제부터는 그날로 돌아가려고 한다.
자 이제부터 말해본다.
첫인상부터 아니었다. 나에게는 습관이라고 할 것이라면 뭔가 그날 미팅일정에 그 회사의 정보를 받으면 미팅 전 살펴보고 찾아보고 간다. 그리고 왠지 모를 분위기를 읽는다.
여기는 왠지 대표가 첫 전화통화 시 나랑 기싸움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날은 난 반드시 빨간색옷과 빨간 립스틱을 바른다. 이게 뭔가 나를 보호해 준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더 강력한 모습으로 보이는 건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렇다. 아마도 나만의 징크스 아닌가 싶다.
무튼 이날은 빨간 옷,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전투적으로 만났던 기억이 남는다.
첫인상과 같았다. 전화상의 목소리와 내가 그린 이미지가 조금 다르긴 했어도 그 대표님의 목소리에서 컨설팅을 맡기고자 하였으나 나를 떠본다는 느낌이 너무 들었다.
무시당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서 평소 같았으면 일어났을 거다.
존중받지 못하는 미팅은 나에게는 시간낭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경기도까지 간 내 소중한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물러서지 않았다.
첫마디는 이거였다.
"저희가 00 협력사인데 거기서 어떤 것을 제조해서 납품하는 것을 하는데 그 중간 단계인 설계를 맡고 있다"
"지금껏 협력사로만 일하다 보니 회사가 크게 번창하지 못한다. 그래서 R&D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이거다.
이 말인즉슨. "난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지금 아이템이 참 애매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R&D는 하고 싶은데 방향을 모르겠어."와 같다.
내가 이어 말헀다.
"대표님께서 어떤 것을 하고 싶으신지부터 먼저 조금 오픈해 주셔야 제가 설명을 드리고 제안드릴 수 있죠"
" 지금처럼 두리뭉실하게 말씀하시면 도움드릴 게 없어요."
그 대표가 말한다.
"이건 우리 기술이라 외부에 유출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료를 줄 수가 없어요. 컨설팅 맡기면 알아서 해주는 거 아닌가요"
어이가 없다.
우리가 신도 아니고 기계도 아니고 무슨 소리인지... 아.... 이런 사람을 또 만나는구나.
난 대답했다.
"기술을 말씀해주시지 않으면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대표님께는 소중한 기술이지만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 기술을 어디에 쓸 수도 쓰지도 관심도 없거든요"
"다만 대표님께서 R&D를 하고 싶으시다면 저희에게 정보는 다 공유해주셔야 합니다"
그때 서야 대표가 말을 알아들은 듯하다.
설계도를 하나 보여준다. 설계단계를 과제로 하고자 한다고 한다. 자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또 하나 문제가 있다. 그 00의 협력사! 00이라는 곳이 대기업이다.
그곳의 어떠한 것의 설계를 과제로 하고 싶다는 거다. 그 설계는 본인들의 회사에서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술인데 지금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다"
난 생각했다.
"자료는 주실 수 있는 거죠?" 그 대표가 대답한다 "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는 제가 제공할 수 있습니다"
두말할 거 없다. 일단 이 이야기가 오고 갈 때 만해도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아 30-40분이 넘었고, 난 계약을 하기 위해 그 회사에 간 거고, 계약을 전제로 약속하고 간 거 기 때문이다.
전화상으로 모든 프로세스와 계약금등 인건비를 이야기 헀고, 중요한 건 우리가 계약을 해도 선정이 될지 안 될지 그 확률에 대한 것은 만나보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계약을 전재로 만나기는 하였으나 만나봐서 아니면 계약은 진행되지 않는다. 1년이라는 기간을 상호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도 안 되는 것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단은 유선상 결격사유정도 확인하고 문제가 없으면 기술적인 부분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거다.
거기서 가능성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거다.
여기는 일단 반반이었다. 계약을 해도 될지 안 해야 될지 구분이 안 갔던 곳이다.
왜냐면 다른 건 다 그렇다고 쳐도, 이 대표와 내가 소통이 원활할까? 자료의 협조가 과연 잘될까? 이거였다.
계약금도 문제였다.
지금껏 만난 대표 중에 2번째로 무례했다.
" 선정되고 나면 돈 줄 테니 후불로 하시죠"
이런 젠쟝, 내가 지금 한 시간 동안 뭘 한 거지????
화가 났다. 그래서 도발했다.
"대표님 대기업의 협력사라서 후불로 받으시니까 모든 게 다 후불로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인건비도 후불이 있나요? 전 처음 듣는 말인데요"
"지금 자금력이 부족하시다면 저희 카드로도 가능하시거든요"
깜짝 놀란 표시가 난다.
"카드요?" " 카드가 돼요?"
당연하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도입한 게 카드사 연결이다.
요즘 세상에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어디 있나. 전통시장을 가도 카드가 되는데, 컨설팅을 한다는 곳이 카드가 안되서야 되겠나?
물론 카드대리점으로 등록하려면 카드기계 사용료부터 잡비가 든다. 이때 당시 난 대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표자의 질타를 조금 받기는 했다. 하지만 영업에 있어서 자금의 회수는 중요하다.
그래서 카드결제를 도입했다.
결론은 카드로 결제를 했다. 계약서에 도장도 그 자리에서 찍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이 기업은 내 고객이다. 속물이라고 하겠지만 당연한 이치이다. 이제부터는 정성껏 컨설팅해서 무조건 선정시켜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당연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계약한 것이다. 대표의 인성만 빼면 말이다.. 하지만 대표의 태도는 돌변했다. 매우 적극적이고 협조적이었다. 그래서 일하면서 많은 논의도 했던 기억이 난다.
[기업의 문제점 및 컨디션 확인 후 설루션 제공]
1. 해당기업은 대표자가 여성이다. 하지만 와이프이고 직계존비속에 속한다. 과제를 진행할 때 직계존비속은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만일 굳이 직계존비속이 연구원으로 등록하려고 한다면, 과제책임자가 되려고 한다면 타당한 사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2. 이 기업은 배우자가 대표이지만 실질적 대표는 내가 만난 남성대표님이었다.
3. 가점을 준비해야 한다.
기타 등등 많은 것들을 짚어 주었고 해소해야만 했다.
[중간 tip]
과제책임자란 대표자들이 가장 많이 하고 정부에서도 그러기를 원한다. 이 사업을 안전히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대표자가 제격이라는 거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과제책임자가 대표자가 꼭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그것은 기업과 논의하여 과제를 들어갈 때 정한다.
발표자= 과제책임자
과제책임자= 발표자
대표자= 과제책임자, 또는 참여연구원
대표자= 과제책임자가 아니라도 책임은 있다.
자 여기서 발표자에 대해서 말한다. 발표는 대표가 하는 게 맞다 과제책임자가 발표자가 되어야 하니.
하지만 예외적으로 우리는 전략을 짠다. 너무너무 말을 잘하고 발표역량이 있는 직원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발표자겸 과제책임자가 되는 것이 맞다
물론 과제계획서에 대한 내용을 알아야 하고 대표자가 믿는 사람이면 더욱 좋다.
이건 이번 기업과는 무관하지만 발표에 대한 이야기를 후반에 따로 다음 편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룰예정이다. 이번 편에서는 그냥 간단히 이야기하고 싶었다.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 회사는 하고 싶은 기술이 논리회로 설계, 회로 설계에 대한 오류를 자동으로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정확히는 말할 수 없다.
자. 개발 내용이 필요하다. 개발내용은 비밀이라고 또 태도를 바꾼다.
이 회사의 대표와 일을 하면서 엄청 자주 듣는 이야기는 " 이건 비밀인데요" " 이건 유출이 되면 안 돼요"
이 말이다.
참으로 답답하다. 정부 지원금으로 개발을 하고 성공이 되면 상용화가 될 것이고 그것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 R&D 기술개발 지원금이다. 최종적으로 기술에 대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기술유출 방지에 대한 보안장치를 신청하면 된다. 기술임치제도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선정된 기술은 어차피 공개가 된다. 하지만 국가에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놨기 때문에 기술을 탈취 당할일은 없다.
이 말도 많이 했다. 지침의 연속이다. 이런 말만 지속되고, 자료를 받고 또 말하고 또 자료를 받고, 그러면서 한 달 두 달이 지났고 계획서가 완성이 되었다.
기업에서 준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 제한적인 자료에서 최대한 추출해서 컨설팅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기업은 되도록이면 계약을 하지 않으리라 맘먹었다. 하지만 이번은 내가 선택한 거라 어쩔 수가 없다. 나 때문에 기술이사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계획서를 작성하고 자문하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어떻게 선행연구를 해왔고 지식재산권은 어떻게 회피할 것이며, 기술유출방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내용도 계획서에 들어간다. 이 부분 확실히 기재했다.
R&D 계획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능지표이다.
아무리 계획서가 잘 썼고 선정이 되었다고 해도 성능지표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성적서가 나오면 연구개발은 실패인 것이다.
연구개발이 실패가 되면 전액 환수가 된다. 성실실패와 불성실 실패로 나누어지지만 이것은 또 뒤로 미루겠다. 무튼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이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성능지표이고 이 지표에는 이 소프트웨어의 핵심 성능들이 들어가고 그 성능의 목표수치가 적힌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이 이야기했다.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는 이 부분 때문에 연구개발의 성공과 실패가 판정되기 때문이다.
서류가 붙고 대면평가가 붙고 최종선정이 돼서 정부지원금을 받아서 잘 성실히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썼는데 시험성적이 안 나오면 실패다. 사실 우리는 최종 선정까지의 자문만 진행한다. 사업비집행과 연구노트 작성 그리고 연구개발의 성능지표의 시험성적서등은 기업이 직접 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컨설팅을 할 때 이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기업에게 지속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각인시켜 준다. 연구관리 규정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주고 이후 기업이 무탈히 개발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맘에서이다. 그런데 막상 기업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은 우리가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개발을 하는 것이라 기술의 중요한 성능은 기업이 정확히 알아야 하고 개발해야 한다. 우리는 가이드만 줄 뿐이다. 가이드에 따라서 자신의 기술아이템에 맞게 제안하는 것은 기업의 역량이자 기업의 앞으로의 연구개발과제의 성공여부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너무 어려운 말만 적은 게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그러한 항목이 가장 사업계획서에서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계획서가 접수되었고 또 기다림의 순간이다.
어라????
서면결과 : 추천대상
서면이 통과되었다. 이때는 경쟁률이 매우 높았던 때이다.
우와.... 통과 됐는데 왜 기분이 묘하지... 너무 X고생을 해서 그런가... 진이 빠진다.
대면평가가 남아서이다. 이 기업의 대표와 대면평가 연습을 해야만 한다.
저런 말투로 대면평가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전화를 했다.
"대표님 대면평가 준비하러 오시죠"
대표가 말한다. " 서류는 된 거 맞는 거죠?"
보고도 못 믿는 거 같다. " 네 맞아요. 아직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조만간 발표일정이 잡힐 거예요"
"그전에 대면평가 자료 만드셔서 보내주시고, 저희 쪽으로 오셔서 연습하시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기업대표님에게 가이드라인의 대면평가 자료를 넘겨드리고 직접 만드실 수 있도록 했다.
만든 발표자료가 도착했고 일정을 잡아서 연습을 했다.
[대면평가 연습]
질문들을 쭉 했다.
첫 번째 질문은 약점 잡기이다.
지금 대표와 직계존비속으로 관계확인서 쓰시고 선정되신 건데,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비에서 제외시켜도 되나요?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왜냐면 부부공동체니까::) 사업비에 이 기업의 실질적인 발표자인 남편의 사업비는 적절치 않다.
첨부터 센 질문들을 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질문을 했다.
이날 우리가 기업대표에게 한 질문은 40가지가 넘는다. 그만큼 준비해 온 기간이 있고 기업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현장에서 평가 위원들은 이런 질 좋은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자리에서 계획서를 받기 때문에 공정한 심사를 위하여서는 그날 평가장에서 계획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평가를 한다. 그러니깐 이거다. 서류평가를 하는 평가위원 따로, 대면평가를 하는 평가위원 따로인 거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자세는 흔들흔들 발음은 부정확. 이 정도면 탈락은 따놓은 당상이다.
대놓고 말헀다. "대표님 발음도 부정확하시고, 자세는 왜 또 그렇게 흔들흔들하세요"
" 물론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없고 귀에도 안 들어와요"
" 평가위원들이 대표님만 보지는 않지만 자세는 힘드시면 발표장에 발표 테이블 있으니 두 손이든 한 손이든 잡고 지지하세요" " 그리고 발음도 중요합니다. 전달이 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 위원들은 대표님의 말을 귀로는 듣고 눈으로는 계획서를 볼 거예요. 질문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보다가 대표님이 말이 꼬이거나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 있으면 그쪽이 어느 파트인지 집요하게 파고들 거예요"
"이럴 때 생각지도 않은 질문을 받게 될 겁니다. 이 자리에서도 그러는데 거기서는 더하지 않을까요?"
"이걸 고치지 않으면 백 프로 떨어집니다." 내입으로 한말이다. 100%.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장담했다.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어서일까 대표는 절망적인 얼굴이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충격요법을 써야지 더 열심히 한다. 더 외운다. 더 집중한다. 그래야 선정된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 이것저것 코칭을 해줬다.
아무래도 혼이 나가신 듯하다.
돌아가시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신다.
괜찮다. 어쩔 수 없다. 이제는 대표님 몫이다.
우리는 수많은 질문과 대표님이 답하신 내용, 잘못된 내용, 이런 것이 더 좋을 거 같다 의견등
가득가득 적어서 메일로 전달드렸다.
거의 다 외우신 거 같다. 자존심이 많이 상하신 모양이다.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순간 또한 지나갈 것이고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것이다.
대면평가 결과가 나왔다.
대면평가 결과: 추천대상
대면평가가 끝났을 때 전화했었다. 엄청 자신감을 보이시면서 질문에 하나도 떨지도 않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의 질문들 중에서 거의 다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말하신다.
" 거기보다 사람들이 더 착하던데요?? 심사위원들이 엄청 친절했어요. 연습할 때처럼 공격적이지 않던데요?"
당연하다. 평가장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가 한 연습은 정말 최대치로 안 좋은 분위기로 연습을 한 거다.
그러니 안 떨고 가서 한 거다.
"다행이네요 대표님 결과는 기다려 보시죠"
이런 대화가 오갔기 때문에 대면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그게 결과로 보답된 것이다.
나머지 정부와의 협약에 대한 절차 안내, 서류 안내등 우리가 할 일은 다 끝냈다.
여기는 이렇게 계약이 마무리되었다.
아이템이 더 이상 없기도 했고, 기업 대표님이 받으신 금액이 그리 적은 금액은 아니셨기에 만족하신 것 같다.
이후에 연구노트를 어떻게 적어야 하냐, 사업비 집행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냐 등등 전화를 많이 하셨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자문을 했고 지금은 알아서 잘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벌써 아주 오래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찌 보면 임가공이라고 할 기업이 아이템을 찾아서 R&D를 계기로 도약한 것이다.
자기들만의 기술력이 생겼고, 그것으로 여러 반도체 공정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글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R&D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자신이 하는 업에서 무엇이든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변화와 성장을 꿈꾸지 않는다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
도전하는 자만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는 기회는 R&D를 도전하는 것이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된다. 두려워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맘이다.
다음 편은 어떤 기업의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제는 많이 고민된다. 갈수록 글이 길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 하나하나 먹고 있는 음식 하나하나 입고 있는 옷 한 벌 한벌이 다 R&D를 통했다면? 일상 속에 R&D로 개발된 것들이 있다면? R&D를 몰랐던 사람들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다면 되도록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렇게 오늘은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