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카의 커피 농장
Monday, December 14, 2015
타강가에서 버스를 타고 나가면 민카라는 아주 작은 도시에 도착한다. 이곳 산꼭대기에 아주 핫한 호스텔이 있는데, 실외 수영장과 맛있는 조식과 라운지 펍도 있다고 한다. 물질에 지친 내가 쉬기에 아주 좋은 것 같아 2박을 예약했다.
산꼭대기까지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다들 그렇게 간대서 오토바이 한 대를 잡아탔는데, 아주 급경사진 비탈길이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내 여행자보험 만료일을 계산하며, 그저 [이건 미친 짓이야]만 반복적으로 외쳤다. 베트남의 낮은 산을 상상하면 서운하다. 설악산을 상상해주면 고맙겠다. 오토바이 한 대만 겨우 오갈 수 있는 길이지만 위험요소를 고려해 2인 1조로 다닌다. 급경사가 나타나면 한 대씩, 잠깐 멈춰 섰다가, 부앙! 하고 올라가는 진기한 묘기를 부려야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토바이 성능 때문이라고 했다. 무사히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나는 거의 그를 안아줄 뻔했다. 출발 전에 절대 깎아줄 수 없다고 해서 정상가를 주고 탔는데, 도착했을 때는 그들에게 배꼽인사와 함께 팁도 얹어줬다. 그들은 빈 오토바이를 대기시켰다가 체크아웃하는 다른 여행자를 태우고 또 위태로운 하행길을 떠났다. 내려갈 때 저걸 또 타야 한다니...
산꼭대기에는 대형 해먹이 있는 호스텔이 있다. 오픈워터를 따고 이곳을 예약했을 땐 이미 2층 침대방은 마감이어서, 어쩔 수 없이 해먹을 2박 예약했다. 나도 이제 길거리 여행자들처럼 해먹에서 자는 여행자다.
오토바이 액티비티만으로 그날의 체력과 정신력을 다 쓴 듯하여, 20인도 거뜬히 들어갈 만한 대형 해먹에 앉아 산너머 마을을 바라보며 재충전을 하기로 한다. 그날따라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아, 산신령이 된 것 같았다. 이곳이 천국은 아니길...
유럽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호스텔이라서, 여행자로 꽉 찬 호스텔이었다. 낮이고 밤이고 음악과 술과 풀파티가 이어져 정신이 없었다. 정원의 뒤쪽에는 키 큰 나무가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 설치된 나무 벙커에 숨어 그들을 내려다보는 게 좋았다. 연필로 끄적인 그림들에 색을 입히거나 스페인어 단어를 외우며 놀았다. 내 옆엔 미국인 알렉스가 있었는데, 무척 낯을 가렸다. 그는 책을 읽고, 나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간간이 대화를 했다. 아무 말 없을 때가 더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자주 조잘거리고 그는 가끔 대답했다.
알렉스는 해먹을 예약하는 데도 실패해서 근처를 돌아다니다 오토바이 택시운전사들이 묵는 현지인 숙소에 가서 잤다. 다음 날 아침, 알렉스가 호스텔로 와서 어제 이 근처에 커피농장을 발견했다고, 같이 가보잔다. 그럼 가야지. 지금 너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간단한 공장 투어가 끝나고 대망의 에스프레소를 맛보는 카페에 도착한다. 커피밭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막 내린 검은 악마에 기름이 동동 떠있다.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진한 고소함. 입 안 가득 커피 열매 향의 새콤달콤함이 번진다. 그것은 엊그제 수확한 참깨로 방금 짠 참기름 같다.
다음 날은 이층 침대에도 자리가 나서 이층 침대로 갔다. 알렉스도 빈 해먹 자리를 예약했다. 쉴 때는 일자로 눕고, 잘 때는 대각선으로 누우면 옥수수 껍질처럼 해먹천이 몸에 매끈하게 말린다고 아는 척을 했다. 키 큰 알렉스가 누우니 다리가 바깥으로 나간다. 야야, 망했다, 옥수수수염인데?
새참 나르는 아이
산 위에 오토바이 택시 드라이버를 위한 숙소가 있다. 빈 택시로는 내려가기가 아까워서, 1박을 하고 다음날 호스텔 여행객들을 태워서 내려간단다. 콜롬비아노들은 대부분 유쾌하고 여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