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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마님 Jun 26. 2022

행복을 찾아서

타이로나에서 만난 여행자들

(ㅂ브라이언 ㅇ에비)

ㅂ:이 바위. 되게 조각상 같지 않아?

ㅇ:진짜 그래. 타이틀을 뭐라고 해줄까

ㅂ:흠 (고민)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ㅇ:엎드려 잠자는 학생?

ㅂ:와 진짜 그러네. 책상에 엎드려 자는 사람 같다 (웃음)

ㅇ:응. 한국애들이 쉬는 시간에 저러고 있는 애들이 많거든. (씁쓸)


낮에 하이킹하면서 한국의 공부방법과 입시에 대해 대화한 후여서 그런지, 저 바위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피곤해 보이고 안쓰럽고 그렇다.


타이로나 국립공원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20대 중반이었다. 그들은 콜롬비아를 시작해서 칠레 파타고니아까지 간다고 했다. 그들은 여행경비가 빠듯한 저예산 여행자 budget-traveler로, 텐트와 먹을거리를 짊어지고 다녔다.




미국인 브라이언 Brian은 알래스카 국립공원에서 일한다. 그곳은 일 년에 절반만 개장하기 때문에, 그 외 휴장 하는 기간에는 이렇게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닌다. 그는 야생에 적응해버린 반 유목민이다. 알래스카 국립공원에서도 가끔 텐트를 치고 야영한다. 그곳에서 곰과 여우를 피하는 방법과 적은 음식으로 오래 버티는 스킬을 익혔다.


캐나다인 웨인 Wayne은 집을 짓는 목수다. 취미로 암벽등반을 한다. 안전줄 하나만 메고 절벽을 오른다. 집짓기 프로젝트를 몇 개월 하고, 몇 달은 여행을 다니며 암벽을 오른다.


휴고 Hugo는 소꿉친구인 웨인의 권유로 여행길에 올랐다. 함께 콜롬비아부터 파타고니아까지 가고 있다. 이제 시작점이지만 벌써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회사를 다니면서 살찌고 건강이 나빠진 데다, 오랜 연인과도 헤어졌다. 우울의 늪에 빠진 휴고에게 여행을 권한 웨인. 몇 번의 거절 끝에 에라 모르겠다, 는 마음으로 퇴사하고 여행길에 따라나섰다. 그에게 이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다. 평생 중 이렇게 생각이란 걸 많이 해본 적이 있었나, 휴고는 조식을 먹으며 말했다.


놀지 않고 공부만 하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이와 반대로, 현대사회는 공부를 안 하면 가난해진다고, 불행할 거라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그 경쟁 속에서, 나는 쉬는 법과 노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사회로 던져졌다. 시키는 대로 공부만 했는데, 여전히 가난하고, 딱히 행복하지 않고, 신나게 놀 줄도 모르는 상태로.


서른에 떠난 남미 여행은 나에게 이게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알려주었다.

내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의 짐을 꾸리고, 착한 사람을 구분할 줄 알고, 사람들과 평화롭게 대화하고, 장작을 때고, 요리를 하고, 먹을 것을 나누고, 내일의 날씨를 오늘의 바람으로 예측하라고.


그랬더니 내가 행복해졌다. 여전히 가난하고, 신나게 놀 줄 모르지만,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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