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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마님 Jun 30. 2022

권하지 않는 여행 EP 2 / 3

여행가이드와 마약딜러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해외에서 아무나 따라가면 정말 위험합니다.

*** 마약은 해외에서 해도 불법입니다. 적발되면 국내에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 EP1에서 이어짐>



[아비가일, 일어나. 해변 오두막으로 가야 해]

[우리 여기서 자고 아침에 가기로 했잖아]

[그럴 수 없게 됐어. 얼른 짐 다 챙겨]


잠결에 해먹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갔다. 마리아의 시선이 한 곳에 꽂히지 않고 힘없이 흔들린다. 입을 헤 벌리고 히죽거리고 있다. 오스카는 마리아의 가방 안을 휘적이며 중요한 물건이 다 있는지 세고 있다. 내 가방을 침대 옆에 두고 나와서 방으로 가보니, 집주인 남자가 침대 끝에 다리를 오므리고 알몸으로 앉아 있었다. 고맙게도 이불을 끌어안고 말이다. 내가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꼬인 혀로 중얼거린다.

[어디가... 여기서 아침까지 있어도 된다니까...]


핸드폰. 핸드폰... 해먹을 뒤져서 핸드폰을 찾아 가방에 넣었다.  오스카가 마리아의 백팩을 팔에 끼우며 말한다.

[all good? 가자. 일단 물을 사야겠어. 마리아가 제정신이 아니거든.]


우리가 짐을 확인하는 동안 집주인이 옷을 입고 거실로 배웅을 나왔다. 마리아는 다른 남자를 허리에 감고 밖으로 나왔다. 오스카가 물을 사러가며 마리아와 흥정한다.

[네 물을 사고, 내 맥주도 살래.]

오스카는 늘 마리아의 돈을 쓰거나, 우리나 이웃이 나누어준 음식을 먹었다. 아무리 가이드지만, 이 점은 계속 의문이었다.


오스카가 우리를 길에 남겨두고 슈퍼에 간 사이, 마리아는 풀린 눈으로 남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웃고 있다. '난 널 원해'라고 눈으로 빔을 쏘는 듯했다. 이제 막 키스를 시작하는데 오스카가 특유의 팔자걸음으로 걸어오며 멀리서 소리쳤다.

[야~ 그만, 그만 좀 해 그만 좀!]



[왜 다시 해변에 가야 해? 여기는 정류장도 가깝고 3시간 후면 버스도 있잖아]

오스카의 빠른 걸음을 쫒으며 투정을 부렸더니 그가 차분하게 달랜다.


[좋은 질문이야 아비가일, 헤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말이지, 문제는 마리아야. 거실에 남자가 4명 더 있었잖아, 그치? 여자애들은 다 집에 가고 쟤 밖에 안 남았다고. 마리아랑 남자애들 다 약에 취했어. 마리아가 아까 방에서 나온 다음에 나머지 애들이랑 다 키스했지 뭐야, 그래서 애들이 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이렇게 놔둘 수는 없잖아. 데리고 나와야지. 나는 쟤 친구니까, 쟬 챙기는 게 내 의무잖아]


[그중 한 명은 따라 나왔어.] 내가 돌아보며 말했다.

[오지 말라고 했는데, 마리아가 없는 저 집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거야. 휴... 그렇지만, 다들, 착한 애들이야, 아비가일. 미친 애들이지만, 착한 아이들이고 좋은 사람들이야. 계획이 바뀐 건 정말 미안해, 아비가일]


나는 잠깐 동안 머릿속으로 좋은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의 기준을 나누느라 말이 없었다. 낮에 본 바, 비폭력적인 사람들이고 순한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마리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했었다. 밤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저 사람들이 약을 할 거라곤 낮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미리 언지라도 해주던가...


오스카는 미안하다는 말을 삼십 번쯤 했다. 10분 정도 걸으면 해변이다. 해변 입구에서 5 분 정도 더 걸어가면 우리가 어제 묵었던, 해먹이 매달린 오두막이 있다. 피곤했던 나는 해먹에 눕고, 오스카는 밖에 앉았다. 그는 마리아의 아이패드를 켜서 음악을 틀더니, 캔맥주를 마시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며 뒤따라온 마리아와 젊은 남자가 귀퉁이 해먹에 풍덩 뛰어들더니 낄낄댄다. 아 제발. 너네 여기서.. 아니겠지.. 나는 또 한 번 잠든 척한다. 발정 난 유럽 여자와 캐리비안 남자. 이 불편한 해먹에서 굳이, 보는 사람이 둘이나 있는데? 의심할 여지없이 내 해먹이 위아래로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또 한 번 분노한 강시처럼 되어 튀어올랐다.


[오스카! 나는 이제 가야겠어. 해 뜨면 눈 덮인 산이 보인다고 했지? 그쪽으로 걸어가면서 사진 좀 찍으려고]

[혼자 간다고?]

[이제 아침인데, 뭐. 길도 알아.]


걸어올 때만 해도 어두웠는데, 이제 꽤 밝았다.

[같이 가자, 데려다줄게]

[정말 괜찮아]

[아냐, 나 쟤들 꼴 보기 싫어서 가는 거야, 헤헤] 그가 일어서서 바지에 묻은 모래를 턴다.


오스카아아!!!! 물!!!!!!! 정신 나간 마리아가 물을 달라고 외쳤다. 오스카는 마리아에게 물과 가방을 가져다주며, 잘 간수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어제만 해도 살가웠던 나와 마리아지만, 오늘은 다르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이 사람의 안위가 걱정됐냐 하면, 솔직히 모르겠다. 그녀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마을 입구로 가는 길은 고요하다. 아쉽게도 눈 덮인 산은 안개에 완전히 가려 볼 수없었다. 내 얼굴에서 실망을 읽은 오스카가 또 미안해한다. 하필 오늘 안 보인다면서. 마을을 가로지르며 농장에서 짠 우유를 짊어진 동키, 마당을 쓰는 주민들,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한 무리의 개를 만났다.

아침식사를 파는 식당도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주스 마시고 가. 아침식사도. 내가 사줄게.] 오스카가 돈을 쓰는 건 처음 본다. 어제 들렀던 예쁜 식당에 다시 들러서, 아침 식사와 커피를 주문했다.


오스카는 한 명만 먹는다며, 다시 한번 검지 손가락을 펴 보이며 강조한다. 나는 오스카가 마리아의 돈으로 산 물을, 떠돌이 개들에게 반 덜어주었다. 오스카가 맥주와 럼을 사 와서 테이블에 올린다.


[?]

[아, 식당 주인이 뭐 마시고 싶냐길래 맥주라고 했더니, 헤헤]


사실 그는 간밤에 술을 마시지않았다. 어젯밤 술이나 마약에 취하지 않은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


그가 보여줄 게 있다며 집중하라고 검지를 까딱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엄지손가락 크기로 나누어 담긴 백색가루 두 봉지를 꺼냈다. 코카인이었다.


[이거, 오스카꺼였어?]

[응, 방금 오는 길에 산거야.]


그리고 딜러로서 몇가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한다.


<... EP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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