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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마님 Jun 30. 2022

권하지 않는 여행 EP 3 / 3

마지막 편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해외에서 아무나 따라가면 정말 위험합니다.

*** 마약은 해외에서 해도 불법입니다. 적발되면 국내에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 EP2에서 이어집니다>


장기 여행자에게 콜롬비아의 북쪽 해안도시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저렴한 물가에 백사장, 서핑, 다이빙, 산, 정글, 사막, 여름, 술, 캐리비안 남자, 그리고 마약. 한두 개의 키워드만 맞아도 여기는 천국이 될 수 있다. 특히 마약 맛을 아는 여행자들에게 콜롬비아는 더없이 훌륭한 여행지 아니겠는가. 자국 대비 싸고, 손쉽게 구하고, 함께 미쳐 줄 친구도 많으니 말이다.


오스카는 영어와 20년의 가이드 경험을 무기로, 여행자와 공장을 잇는 딜러 역할을 하고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봉지를 열어 보여 준다. 근처 산속에 코카인 공장도 있어서, 신선하다며. 코카인은 마리와나와 다르게, 가공한 화학물이다. 농도에 따라 값이 나뉜다.


[어젯밤 꺼는 진짜 좋은 거였거든. 이건 좋은 건 아냐. 싸긴 하지만. 나한테 이딴 걸 주다니 또 이러면 거래를 끊겠다고 얘기할 거야. 어젯밤 거래한 애는 나를 알고 좋은걸 가져왔었다고. 뭐 그래도 관광객애들은 이거라도 보면 환장하긴 해 자기네 나라에서는 이것도 구하기 힘들잖아]

[좋은 것과 안 좋은 거 차이는 뭔데?]


오스카가 봉지를 열고 손에 코카인을 꾹 찍어 손바닥에 비비며 말했다

[이것 봐. 부드럽긴 한데,] 다시 꾹 찍어 비비며 보여준다.

[기름이 없지] 이 정도면 40프로라고 한다. 메이크업 파우더 같이 곱다.


[... 다들 내 말을 잘 들어. 20년 전에 여기가 허허벌판일 때부터 살았고 경찰들도 다 친구들이라 내 말은 잘 듣지. 다들 네고가 필요하면 나를 부른다고. 오스카, 오스카, 찾는 곳이 많아. 어제도 말이야, 내가 모두에게 경고하니 말 잘 듣잖아. 아비가일은 내 친구니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고. 다들 한국 여자애라고 얼마나 열을 올리는지 알아? 네가 원하면 나도 막지는 않지. 그렇지만 넌 착한 애고 다른 여행자들이랑 다르다는 걸 알고 있어. 얘랑 춤은 춰도 되지만 애가 싫다고 하면 딱 그만두고 물러나라고 했어. 넌 내 여동생이라고, 친구랑 다르다고]

그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제스처를 반복했다.


오스카가 내 밥 값을 계산하고 버스를 잡아 줬다. 버스기사에게 내가 어디서 내릴지도 신신당부하며 알렸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저께 버스 안에서 마리아와 다투고 내린 영국 작가를 떠올렸다. 아마 마리아가 우리의 숙소가 오두막이라던가, 튜빙 갈 때는 튜브를 직접 머리에 이고 산 중턱까지 올라가야 한다던가, 야밤에는 마약을 싸게 사자던가 하는, 본인에게 흥분될만한 액티비티를 (그제야) 설명했을 테다. 그는 이런 여행 여행을 견딜 수 있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에게도 '숙소가 해변에 있어, 우린 튜빙을 할 수 있어, 원주민을 만날 수 있어, 가이드가 그 동네 출신이야'라고 했었다. 뭐 하나 틀린 말은 없다. 하하...


긴장이 풀렸는지, 아주 곯아떨어졌다.


타강가에 도착해서 3일을 꼬박 아팠다. 나는 숙소를 정리하고 다이버 스쿨에서 만난 신디 집으로 옮겼다. 약국에서 고열과 반점은 산모기에 물리면 나타나는 반응이라며, 독한 약을 지어주었다. 하루는 꼬박 잠만 자고, 다음 이틀은 누워서 쉬었다. 신디가 출근한 동안에는 신디의 할머니가 가끔씩 깨워 끼니를 챙겨주셨다.


며칠 후 다이버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내가 팔로미노에 다녀온 후 모기 바이러스로 아팠다고 하니 그들이 놀라며 말했다. 약에 빠져서 비행기 값을 탕진한 여행자들이 저 산너머에 모여 산다고. 마약 하는 사람들 조심하라고. 그렇구나, 가기 전에 물어볼 걸... 나 그사람들 만나고 왔지 뭐야...



팔로미노.


대자연에서 놀던 낮과 범죄 드라마 같은 밤, 둘 다 다른의미로 잊지 못할 경험이지만,

권하지 않는 여행이다. 누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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