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1. 다크나이트를 다시 본 어느 밤
몇 년 전에는 단순한 히어로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다크나이트>.
그 영화를 다시 보던 어느 밤,
나는 전혀 다른 무게를 느꼈다.
조커가 도시를 시험하는 장면에서
문득 “이건 철학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악의 철학자였다.
조커는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증명하려는 건
“모든 선은 허상이다”라는,
절대악의 철학이었다.
2. 조커는 왜 배트맨을 시험하는가
조커는 돈이나 권력에 관심이 없다.
그가 진짜 원하는 건 혼란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사회가 믿는 ‘정의’라는 가면을 벗겨내는 것이다.
“넌 네 도덕이 시험당하면 무너질 놈이다.”
“결국 네가 믿는 선도 허상일 뿐이다.”
그는 배트맨을 시험한다.
고결한 가면 뒤에 숨은 분노와 폭력,
그것이 진짜 선인지, 혹은 ‘선한 척’ 하는 것인지.
조커의 질문은 명확하다.
“너는 정말 선한가?”
3. 문득 떠오른 인물, 조준구
조커가 악의 철학자라면,
소설 토지 속 인물 조준구는
철학 없는 순응자다.
친일 행위를 저지른 조준구는
결코 정의를 외치지 않았다.
그저 시대와 체계에 몸을 맡겼고,
자신만 살 길을 찾았다.
그는 악하기보다 무사유했고,
그 무사유함이 더 위험했다.
4.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
조커는 악하지만 철학이 있다.
배트맨은 완벽하지 않지만 질문한다.
그러나 조준구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무사유’의 공간이 바로
우리 시대와 너무 닮아 있어
더욱 무서웠다.
5. 한나 아렌트와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악은 괴물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체계에 순응하는
평범한 사람의 얼굴로 온다.”
‘악의 평범성’은 조커보다
오히려 조준구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6. 질문하며 살고 싶다
나는 조준구를 단죄하지 않는다.
그를 이해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지금 얼마나 질문하며 살고 있는가?”
“내가 믿는 선은 진짜 선인가?”
배트맨처럼 가면을 쓰고 싸우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질문하는 인간이고 싶다.
에필로그
“조커 같은 배트맨, 배트맨 같은 조커,
그리고 철학 없는 조준구.”
우리는 이 세 인물 중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지금, 진짜 ‘생각’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