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결국 차는 나를 홀로 있게 해 준다. 홀로 있어야 시를 생각할 수 있고 시를 쓸 수 있다. 시는 홀로 있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세계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차를 드는 일은 시를 쓰는 일이다.
사람은 자연을 이해할 때 아름다워진다. 자연과 하나가 되었을 때 아름다워진다. 시인은 자연을 새롭게 만나지 않거나 자연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다. 시는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 자연으로서의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시는 시작된다.
고통 없는 인생은 없다. 인생에는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일만 있을 뿐이다. 오늘 하루도 하루살이의 마음이 되어 어떠한 고통이라도 견디며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사랑은 고통이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은 고통이다. 대개의 경우, 그 고통을 외면하거나 두려워하는 자는 고통 그 자체가 되고, 그 고통을 정면으로 맞서서 받아들여 견디거나 극복하는 자는 그 사랑을 자신의 소중한 인생으로 만든다.
톨스토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은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람이든 나무든 직선보다 곡선의 삶의 자세나 형태가 더 아름답다. 새들은 곧은 직선의 나무보다 굽은 곡선의 나무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함박눈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이 찾아와 편히 쉰다. 사람도 직선의 사람보다 곡선의 삶이 품 안에 더 많이 안긴다. 직선보다 곡선의 나무나 사람이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넉넉하고 따뜻한 삶의 자세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내 삶을 이끌었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가 하고 원망하지 않고,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어떠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 나에게만은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은 참으로 잘못이었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긍정에서 새 삶의 평온은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