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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21. 202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책을 읽는 건,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찾여정인지 모른다. 나는 듣고 싶은 말, 필요한 위로를 집하는 사냥꾼이다. 책을 읽고 활자를 새기는 일은 나를 위로하기 위한 행위이다.

러너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끊임없이 자신을 죄고 담금질하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 한 걸음씩 대디뎠다. 걷고 달려야 하는 숙명에서 휴식의 손짓은 얼마나 요염한가. 

땀방울을 다디단 열매로 마주한 순간 엔드로 핀은 폭발한다.

하루키는 트라이애슬론 철인 3종경기로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고 물속을 누비며 페달을 밟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도록 스스로 단련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제는 낮에 마신 커피 탓인가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며 책장을 넘기다 글을 끄적였다.

그러다 자정을 넘기고 첫눈을 밟듯 새 날의 새 발행 버튼을 누른다. 하얗게 쌓인 눈밭에 서있듯 충만감에 젖어든다. 끝에선 눈이 내리고 쌓인 눈은 솜이불같이 쌓인다.  싸라기이라도 기다렸다는 듯 반겨주말간 얼굴. 박눈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 다음 이지 원동력으로 남겨둔다.




첫 만남, 첫 등교, 첫 출근, 첫사랑 그리고 첫 발행. 처음은 설렘이자 생동이다.

하루키에 달리기가, 트라이애슬론 3종경기가, 글쓰기라는 지난한 작업이, 내적 충만감과 설렘을 주지 않았을까. 그가 달리기를 품고 글쓰기 트랙을 아직도 도는 것처럼 책을 품고 글을 놓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어쩌면 글쓰기도 긴 마라톤과 같지 않을까. 주저앉고 싶은 '고비'를 다독여 돌려보내고 '포기'라는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는 것.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자신의 속도와 페이스를 찾아가는 길. 초반에 힘을 빼도 안되 늑장 부려도 안된다. 숨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극한의 단계에 이르지만 그 순간마저 즐기면 평온은 찾아온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하며 옆에 선 러너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어제의 자신을, 지난 기록을 경쟁대상으로 꼽았다. 지난날의 자신과 경쟁하며 스스로 단련시키는 힘은 꾸준한 자기 성찰과 훈련에서 나온다. 잠시 호흡은 고르지만 멈추진 말자며. 아직 마라톤은 끝나지 않았으므로.

 



휘황찬란한 밤거리, 젊음기워 입 '상실의 시대'

안개 자욱한 거리, 서성였던 그대 집 앞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아득히 달리던 큰 그림자를 하염없이 따라 걸었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키가 지나온 길목에

하얀 카펫을 펼쳐든다. 

그가 그어놓은 하얀 길 따라

휘적휘적 나아간다.

우리의 달리기는 이제 시작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밑줄 긋기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대가인 것이다.


나에게는 나에게 적합한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그것들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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