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연필부인 흑심 품다 꽈배기부인 몸풀리고 만두부인 속 터진 황당한 얘기란 말인가. 길에 널리고 널린 게 개미인데 절대 돈 주고살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길가에 차고 넘친 게 개미인데 발에 차이는 돌보다 흔한 개미를 돈 주고 사자니! 게다가 가격도 어마어마했다.개미집과 모이값을 포함하니네 식구 한 끼 외식값을훌쩍 넘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아들이 아니었다. 짱구개미는 길바닥에 널린 일반 개미와 태생부터 다르며 일찍이 '개미와 베짱이'에 출현해 명성을 떨친 바 있으며 씨앗을 즐기는 우아한 식습관까지 갖췄다며 열변을 토했다. 너튜브와 네이년을 통해 섭렵한 다양한 지식도장엄하게 풀어놓았다. 그렇게 온갖 아양과 아부를 떨어가며 몇달을 조르고 또 졸랐다.
두둥! 그리고 다가온 아드님 귀 빠진 날. 기다렸다는 듯 생일선물로 개미를 사달란다. 끄응.
아들이장화 신은 고양이도 까무러치고 갈, 초롱초롱하고 간절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아,빠져든다, 빠아.. 져..어든다, 빠아..져어..드...으은다...
허허, 참.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
개미군단이 개미집을 탈출하여 집안 순례하는 건 차마 견뎌내기 어려울것 같았다. 부드러운 말로 다독여대두인지소두인지 모를 짱구개미를 사지 않으려 했으나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사랑과 애교 장착한 눈빛공격엔 당할 재간이 없다.
아들의 '곤충사랑 동물사랑' 동거 역사는 길고도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그동안 사슴벌레, 메뚜기, 달팽이, 새우 등 수많은 하숙생을배출했다. 지금은 앵무새 한 마리와 나날이 번식하는수십 마리구피가족이 살고 있다. (구피는 얼마나 금술(?)이 좋은지 암컷은 늘 배불러 있고 며칠 지나면또 수십 마리가 늘어나 있다, 으흥흥~) 이젠 그것도 모자라 개미 군단까지합세했다.
짱구개미 면상(암컷 몸길이 약 9.8 mm, 일개미 몸길이 4.5∼6mm.) *출처: 네이버
우리 집은 가축적이다 못해 친환경적인 공간이 되었다. 사람보다 곤충과 동물이 더 많은 공간. 집안 어디선가 수풀이 우거지고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흡사 동물의 왕국에 네 식구가 얹혀사는 꼴이 되었다고나 할까.
신뢰 1위를 자랑하는 한국능률리서치협회와 전혀 무관한 울 동네'카더라' 소식에 의하면 지인 00집은 아이가 뱀을 기르자며오늘도투쟁 중이라나 뭐라나. 거기에 비하면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날름거리는 쎗바닥 보며 공포에 떠느니차라리 안전 100% 보장하는개미군단하숙생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