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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Sep 15. 2024

뱀이 아니라 개미라서 감사합니다!

아들아, 일단 너부터 키우고 보자!

"엄마, 생일 선물로 짱구개미 사고 싶어요, 제발, 제발, 제발요 ~"

이 무슨 연필부인 흑심 품다  꽈배기부인 몸 풀리고 만두부인 속 터진 황당한 얘기란 말인가. 길에 널리고 널린 게 개미인데 절대 돈 주 살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길가에 차고 넘친 게 개미인데  발에 차이는 돌보다 흔한 개미를 돈 주고 사! 다가 가격도 어마어마했다. 개미집과 모이값을 포함하  네 식구 한 끼 외식값 훌쩍 넘었.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아들이 아니었다. 구개미는 바닥에 널린 일반 개미와 태생부터 다르며 일찍이 '개미와 베짱이'에 출현해 명성을 떨친 바 있으며 씨앗을 즐기는 우아한 식습관까지 췄다며 열변을 했다. 너튜브와 네이년을 통해 섭렵한 다양한 지식 장엄하게 풀어놓았다. 그렇게 온갖 아양과 아부를 떨어가며 몇 달을 조르고 또 졸랐다.


두둥! 그리고  다가온 아드님 귀 빠진 날. 다렸다는 듯  생일선물로 개미를 사달란다. 끄응.



 장화 신은 고양이도 까무러치고 갈, 초롱초롱하고 간절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아, 빠져든다, 빠아.. 져.. 든다, 빠아....드...으은다...

허허, 참.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

개미군단이 개미집을 탈출하여 집안 순례하는 건 차마 견뎌내기 어려울 같았다. 부드러운 말로 다독 대두인지 두인짱구개미를 지 않으려 했으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랑과 애교 착한 빛공격엔 당할 재간이 다.


아들의 '곤충사랑 동물사랑' 역사는 길고도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동안 사슴벌레, 메뚜기, 달팽이, 새우 등 수많은 하숙생 출했다. 지금은 앵무새 한 마리와 나날이 번식하는 수십 마리 구피가족이 살고 있다. (구피는 얼마나 금술(?)이 좋은지 암컷은 늘 배불러 있고  며칠 지나 수십 마리가 늘어나 있다, 으흥흥~) 이젠 그것도 모자라 개미 군단까지 세했다. 

짱구개미 면상(암컷 몸길이 약 9.8 mm, 일개미 몸길이 4.5∼6mm.)   *출처: 네이버


우리 집은 가축적이다 못해 친환경적인 공간이 되었다. 사람보다 곤충과 동물이 더 많은 공간. 집안 어디선가 수풀이 우거지고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흡사 동물의 왕국에  네 식구가 얹혀사는 꼴이 되었다고나 할까.


신뢰 1위를 자랑하는 한국능률리서치협회와 전혀 무관한 울 동네 '카더라' 소식에 의하면 인 00집은 아이가 뱀을 기르 늘도 투쟁 중이라나 뭐라나. 거기에 비하면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날름거리는 바닥 보며 공포에 떠 차라리  100% 보장하는 개미군단 하숙생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 흠흠.


"아들아, 이제 동물사랑 곤충사랑  그만하면 안될까? 동물, 곤충은 그만 키우고 일단, 너부터 고 보자. 제발~~ 쫌."

 

새식구 개미군단의 호화(?)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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