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라는 신세계

글쓰는 사람이 되다

by 진아

Oh my god! 이럴 수가. '브런치 작가'가 됐다. (덤덤하게 표현했지만 혼자 울다가 웃고 반복하며 한참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한 달 전 첫 고배를 마시고 틈 날 때마다 실패를 연습했다. 떨어져도 좌절하지 말자. 다시 글 쓰고 읽는 패턴을 이어가자. 시뮬레이션(작가선정에 실패하고 좌절하는 연습) 하고 마인드컨트롤하며 수없이 위로하고.

약해빠진 나라서 작은 실패 하나에도 며칠, 몇 주를 끙끙 앓았다. 무기력에 빠져 자책하고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흥청망청 써댔다. 그런 나를 잡아준 건 독서, 운동, 글쓰기였다. 사소한 일로 투정 부릴 엄마도 어깨 기댈 아빠도 없다.(아빠는 건재하시다. 심리적 위안을 기대할 수 없는, 마음의 거리가 크고 깊다는 의미. 차후 아빠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가겠다. 언젠가는. )






쌓인 울분을 풀어주는 운동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다.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주는 삼총사 친구들.

1. 운동(줌바댄스, 필라테스, 걷기 혹은 달리기)

2. 독서

3. 글쓰기

그 삼총사가 없었다면 난 여전히 망나니처럼 시간을 축내고 있었으리라.

오늘도 용쓰며 필라테스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 습관처럼 무음에서 소리로 바꾸기 위해 폰을 살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잘못 봤나.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Oh my god을 몇 번이나 외쳤을까.

머리에 맴도는 온갖 신들을 경배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두 번째 도전이기에 떨어져도 조금은 덜 상처받겠지 하며 얼마나 위로했던가.

지게차기능사도 다섯 번 만에 합격했으니 떨어져도 다시 도전하자며 마음의 준비를 수없이 했다.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자랑하고 싶었다.

"나는 작가다, 브런치 작가가 됐다고요." 앗싸, 얄라차, hooray! 뱉을 수 있는 합격의 탄성은 모조리 내지른다. (늘 그렇듯 속으로만. 내뱉는 말보다 삼키는 말이 많다.)







닫아도 자꾸만 비집고 나오는 언어를 주체할 수 없었다. 첫사랑 열병처럼 가슴이 뜨거워졌다 식기를 반복했다.

풀어내면 낼수록 쏟아지는 말들이 신기해서 끄적였다. 나의 이야기가 글이 되다니. 말을 흩트려놓고선 신기해서 바라본다. 뱉어놓은 말이 흙이 되고 길이 되는 모습을. 흘러나오는 언어가 내 것이 맞나 의아해지기도 한다. 맞다면 부디 고갈되지 않는 샘이 되기를. 펜을 쥘 수 없는 문턱에 설 때까지 지치지 말고 써 나가기를.






마침표 찍기가 두렵다. 꿈일까 봐. 실감 나지 않는 현실에서 깰까 봐. 폰이 종이라면 벌써 너덜더덜해질 만큼 메시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신들린 것 마냥 글 쓰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나도 몰입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해가 뜨면 쓰고 지는 것을 보며 또 쓴다.

둘레 30cm 의자에 앉아 축복처럼 내려진 하얀 세상을 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