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룡산

[德龍山]

by 장한

#7 덕룡산

'첩첩이 펼쳐지는 암릉과 진달래가 아름다운 산'

산행지 : 덕룡산 (전남 강진)

산행일 : 2022.04.09 (토)
산행코스 : 소석문 - 동봉 - 서봉 - 덕룡봉 - 작천소령

난이도 : 어려움


2021년 10월에 동석산, 팔영산, 천관산, 달마산, 두륜산, 월출산을 4일 동안 산행 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체력 좋네, 산 잘 타네" 하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한마디로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해남, 강진, 영암, 고흥, 장흥을 가려면 차로 족히 6시간은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다. 이동 시간만 왕복 12시간가량 걸린다. 어쩔 수 없이 한번 내려갔을 때 최대한 여러 산을 다녀야 했다.

당연히 힘에 부치는 산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척에 두고도 못 들렸던 산이 덕룡산이었다. 체력도 안 됐지만, 최단코스로 정상만 찍고 오기에는 아깝고 긴 코스로 오르자니 4일 일정에 넣기에 무리였다.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면 비용은 줄일지 몰라도 이동시간만 12시간 걸리는 산행을 여러 번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산악회에서 정해준 시간표에 맞춰 쫓기듯 산행하는 게 내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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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퇴근 후 6시간을 이동해서 도착하니 밤 11시 반이다. 매년 4월 초 덕룡산은 진달래 산행인으로 가득하다. 3시간 정도 쪽잠을 자고 5시쯤 산행을 시작했다. 소석문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갓길까지 차들이 줄을 섰다.

평소라면 캄캄했겠지만 오르는 사람들의 불빛으로 등산로에 가로수라도 켜놓은 듯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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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석문 시작점부터 가파르다. 캄캄한 새벽에 험한 바윗길을 오르려니 속도가 나지 않아 줄도 길어진다.

1_0b7Ud018svc5f7dcqm07s3m_a2p6xi.jpg?type=e1920_std 시작부터 바위구간이 많다.


소석문에서 동봉까지는 길이 하나다. 다만 기암괴석이 많다 보니 등산로를 벗어나 바위에 오르는 길이 종종 나온다. 갈래길이 나오면 보통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정상 가는 길이다. 본능적으로 오르다 보면 "여기 길 없어요!" 하는 소리를 여러 차례 듣게 된다.

랜턴에 의지해 어둠 속을 오르는 산행은 주변 풍경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 단점이면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오르면서 봐야 할 풍경이 많다면 단점이겠지만 무념무상 산행을 하고 싶다면 장점이 된다.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덧 여명이 밝아왔다. 캄캄했을 때 보이지 않던 진달래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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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룡산은 특정 위치에 진달래 군락이 있는 게 아니라 암릉을 따라 산 전체에 걸쳐 진달래가 있다. 마치 바위를 따라 일부러 심어 놓았나 싶은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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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시간이 가까워졌다. 동봉을 앞둔 한 고지점에서 바라보니 아직 동봉은 멀었다. 동봉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길도 험하고 사람이 많아 속도를 낼 수 없었다.

e_ib7Ud018svcrwvdh882q3n7_a2p6xi.jpg?type=e1920_std 동봉


가빠진 숨을 고를 겸 잠시 쉬면서 어둠 속에서 출발한 석문산 쪽을 봤다. 석문산 뒤로 겹겹이 이어진 산들과 아래로 깔린 안개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쯤에서 일출을 기다릴까?' 싶었다. 여명이 점점 밝아오는 게 곧 해가 뜰 것 같았다. 몇몇 사람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잠시 고민을 하는데 등산객이 많다 보니 생각보다 좁은 자리가 어수선했다.


'조금 더 가서 다음 고지점에서 보는 게 낫겠다' 싶어 서둘러 일어났다.

소석문 방향


행여 일출을 놓칠까봐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길이 좁고 험한 데다 사람이 많아 속도가 나질 않는다.

'괜한 욕심을 부렸네...' 후회가 됐다.

1_2b9Ud018svc1uqpi1nuwy3cy_a2p6xi.jpg?type=e1920_std 덕룡산은 등산로가 험해서 사람이 많으면 앞질러 가기가 어렵다


봉과 봉사이 낮은 지점을 걷는데 동이 트이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하... 아까 거기서 기다릴걸 그랬나? 두 시간 전에 시작했어야 했나' 별의별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다. 서둘러 가까운 높은 곳에 올랐다.
막 떠오르는 찰나는 놓쳤지만 그래도 나름 예쁜 풍경을 보게 됐다.

소석문 방향으로 보는 일출


일출을 보고 다시 동봉으로 걷기 시작했다. 동봉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0_8b9Ud018svcs8l1zftn2src_a2p6xi.jpg?type=e1920_std 덕룡산 동봉. (사진 중앙 우측 봉우리)
5_1b9Ud018svc1u6mkh2j6rzuy_a2p6xi.jpg?type=e1920_std 덕룡산 동봉.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일출구경과 인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보통 산행 시에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가는 편이다. 하지만 덕룡산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산이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앞만 보고 가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a_9b9Ud018svcuvogfvw3cox_a2p6xi.jpg?type=e1920_std 소석문 방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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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고개를 오르내려 동봉에 도착했다. 아까 멀리서 봤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봉에 있었다. 바위가 거칠게 솟은 정상이다 보니 공간이 좁았다. 바위틈에 줄을 섰다가 급하게 사진을 찍고 뒷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동봉에서부터 본격적인 암릉길이 시작된다. 자리를 피해 바위 한편에 걸터 앉는데 앞으로 가야 할 길과 서봉이 한눈에 보였다.

동봉 정상석
동봉에서 본 서봉.
덕룡산 서봉. 바위 틈새마다 사람이 있다.


동봉에서 본 서봉 반대편 풍경. 석문저수지, 바위, 진달래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소석문에서 동봉까지 길이 험하지만 서막에 불과했다. 진짜는 동봉에서부터다. 동봉에서 서봉을 지나 덕룡봉 가는 중간까지 길은 거친 암릉길이다. 중간중간 미끄러운 바위도 있어서 한발한발이 조심스럽다.


소석문에서 작천소령까지 거리가 5~6km 정도 되지만 총 산행시간이 5시간가량 걸린다. 시속 1Km 정도 속도로 산행했다는 건데 이 정도면 매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와 비슷한 속도다.

h_6baUd018svcxg8pcjsia6kl_a2p6xi.jpg?type=e1920_std 서봉에서 내려가는 가파른 암벽.
g_7baUd018svc106fjjas98tm6_a2p6xi.jpg?type=e1920_std 햇빛이 투영되는 진달래 꽃잎 색이 예쁘다.




거칠게 솟아 오른 몇 개 암봉을 넘어 서봉에 거의 도착했을 때 돌아본 동봉.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서봉 중턱에서 본 동봉.


덕룡산 동봉은 420m 서봉은 432.8m로 서봉이 조금 더 높다. 높이만 본다면 서봉이 정상이다. 100대 명산 인증은 동봉, 서봉 두 곳 다 가능하다. 인증할 목적으로 오르다면 최단코스인 만덕광업에서 올라 동봉에서 인증하고 하산하면 된다. 다만 덕룡산은 최단코스로 동봉에서 인증만 하고 하산하기에는 아까운 산이다.

20220409_071930(1).jpg 서봉 정상석.
j_fbbUd018svc5gs4snjnvsrw_a2p6xi.jpg?type=e1920_std 서봉에서 보는 두륜산 방향 풍경


서봉을 지나 암봉을 넘을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은 점입가경이란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설악산 공룡능선과 같은 큰 산과 비교한다면 아기자기한 규모다. 그런데 그 점이 덕룡산의 큰 장점이다. 암봉 하나를 넘기 위해 긴 시간과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 가볍게 암봉을 넘으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뒤돌아본 서봉.


위험하지만 불 속을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빨리 암릉을 넘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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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룡산 마지막 암봉은 가장 많은 진달래 군락 사이를 지나간다.

마지막 암봉에 있는 진달래 군락
4_gbdUd018svct9xw80flcjks_a2p6xi.jpg?type=e1920_std 마지막 암봉은 진달래 군락 사이로 넘어간다.


마지막 암봉을 넘으면 덕룡봉이 보인다. 거친 암릉 위로 다니다 보니 덕룡봉까지 가는 길이 세상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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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_3c7Ud018svc160ptd20mzt4z_a2p6xi.jpg?type=e1920_std 덕룡봉



길은 편해졌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덕룡봉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d_abdUd018svc1d19c3y9vx3oc_a2p6xi.jpg?type=e1920_std 덕룡봉에서 본 서봉



덕룡봉에서 오르면 주작산과 뒤로 두륜산이 한눈에 보인다. 주작산은 덕룡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산이었다.


주작-덕룡 종주를 하다 보면 주작산을 넘어가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라고 한다. 덕룡산도 자잘한 암봉이 많아 오르내림이 많았지만 주작산은 덕룡산의 2~3배는 된다고 한다.

주작산. 뒤로 두륜산이 있다.


거리는 짧지만 오르내림이 많다 보니 체력이 바닥났다. 마음은 주작산까지 넘어가고 싶었지만 몸은 아우성이다. 주작산은 눈으로만 보고 하산해야 했다.

작천소령에 다다르니 콜택시 번호가 참 많았다. 4월이 진달래 성수기라서 그런지 작천소령까지 올라와 대기하는 택시가 많았다. 다른 때라면 콜택시 전화를 하고 휴양림에서 타면 된다. 소석문까지 12,000원을 받았다. (2022.04.09 기준)


멋진 바위와 가득히 피어난 진달래로 유명한 덕룡산.
매월 4월 초가 되면 찾는 사람들이 진짜 많다고 한다. 그런데 왜 많은지 수긍하게 됐다. 바위길이 험하고 위험한 구간이 많아 쉽지 않고 조심해야 하지만, 그것을 감수할 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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