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 Ep.11 행복을 미래로 유예하는 연습
나는 같은 여행지를
세 번쯤 가는 습관이 있다.
처음은 늘 어색하다.
아무리 후기를 찾아보고
열심히 준비해도
낯선 곳은 낯선 채로 나를 받아준다.
생각보다 덥고 춥고,
가깝다 싶었는데 너무 먼 거리.
복잡한 인파와
가끔은 예기치 못한 불편함까지.
하지만 돌아오는 길엔
꼭 이런 생각이 따라붙는다.
“조금 더 머물 걸.”
ㅡ
두 번째는 조금 다르다.
익숙한 골목과 거리 덕에
비로소 여유가 생긴다.
내 속도대로 걷고,
내 방식대로 머문다.
그래서 즐겁다.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마음이 풀리자 하나둘 눈에 담긴다.
하지만 또 이상하게도,
가장 기대했던 한 곳.
그곳은
그 앞까지 가 놓고도 들어가지 않는다.
기웃거리기만 하다
그냥 돌아선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마음을 놓아둔다.
ㅡ
내가 여행을 가면
꼭 한 군데쯤은 남겨두는 이유다.
'다음'을 위해서
그곳에 다시 가야 할 이유를
일부러 만들어두기 위해.
그건 마치,
내가 가장 아끼는 디저트를
냉장고 속에 남겨두고
그 존재만으로도 흐뭇해지는 기분과 닮았다.
ㅡ
늘 여행은 끝난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 다시,
그 거리의 햇살 아래
나를 걷게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 상상 하나가
이상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가지 않는다.
아주 작은 여백을 남기는 것.
그 작은 하나가
다음 여행을 기억하게 만들고,
내 여행을
더 오래, 더 깊게
기억하게 만든다.